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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은 있지만 도시는 없다. 마이애미 바이스
kharismania 2006-08-20 오후 11:30:14 1089   [13]
미국은 세계 최고의 강대국답게 범죄의 스케일 역시 화려해보인다. 물론 현지인이 아닌만큼 표면적으로 훑어볼 수 있는 자료에서 근거를 제시할 수 있겠고 그런 근거가 되는 하나의 항목은 할리웃산 영화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할리웃에서 만들어낸 영화 중 블록버스터를 자처하는 형사물은 종종 소박하거나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블록버스터의 규모에 걸맞는 스케일을 관객에게 노골적으로 들이밀기도 한다.

 

 고가의 첨단 장비로 무장한채 완벽한 수행능력을 지닌 주인공의 활약상을 지켜보는것은 뻔하지만 지겹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결국 그런 형태의 영화는 주인공의 활극담에 지나지 않으며 그 끝에 남는 잔상은 범죄에 대한 고찰과 현실에 대한 고민을 배제한 쾌감적 욕구의 만족뿐이다. 이 영화 역시 미국안에서 벌어지는 마약범죄를 뒤좇는다. 하지만 이영화는 범죄도 현실도 간과하지 않으며 인물들의 능력치의 활용 역시 간과하지 않는다.

 

 사실 이 영화는 버디무비에도 발을 걸쳐놓고 있으며 도시적 감각의 범죄 느와르에도 발을 걸쳐놓고 있다. 그리고 단순한 액션영화적인 감각도 선보인다. 물론 그 중 정통이 되는 것은 느와르적 감성이다.

 

 도시는 낮과 밤의 표정이 다르다. 활동적인 도시의 낮 풍경은 밤의 어둠과 맞물리며 비열한 낯빛을 드러낸다. 에너지가 넘치는 한낮의 도시 열기는 그림자 드리운 일몰뒤로 향락과 퇴폐의 네온싸인을 드리운다. 그리고 끈적이는 체취로 가득 메워진 클럽스테이지 너머에는 마약과 성범죄가 눈을 번뜩인다. 그리고 그 간극에는 그 불법행위를 일망타진하기 위한 형사들과 자신의 풍족한 밥줄을 지키기 위한 범죄자간의 뜨거운 승부가 암암리에 펼쳐진다.

 

 사실 이 영화에 기대를 거는 건 감독의 네임밸류가 크다. 마이클 만 감독의 전작인 '콜래트럴'이나 '히트'같은 영화는 다른 이야기를 통해 비슷한 뉘앙스를 풍긴다. 선과 악의 대립은 존재하나 그 둘의 관계는 절대적이지 않다. 상보적인 관계. 그리고 무엇보다도 악의 존대가 매혹적이라는 것. 사실 매혹적인 악의 존재가 단도직입적인 선보다 매력적인 어필이 가능함은 간과할 수 없다. 그래서 영화는 선의 캐릭터보다도 악의 캐릭터를 완성하는데 심혈을 기울이는 것인지도 모른다. 또한 이 두 영화는 선과 악의 공존을 노출하면서도 선의 승리에 도취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 감성적 공백은 어그러진 도시적 감성의 낭만성에 대한 포장으로 대변되고 메꿔지곤 한다. 선과 악은 영화속에서 설정된 위치로써의 대립적 구도로써 존재할 뿐 선과 악의 존재성보다는 냉혹한 결과에 대한 인간적 고찰이 뒤따른다.

 

 하지만 이 영화는 조금 그 본질이 다르다. 선과 악이 비슷한 감성으로 공존하기에는 궤도의 선이 명확하다. 선으로 대변되는 두 형사, 소니(콜린 패럴 역)와 리코(제이미 폭스 역)는 선의 확도부동한 위치를 선점하고 그런 감상적 측면과는 동떨어진 현실성을 대변한다. 상호보완되기에는 확고부동한 선의 확정적 캐릭터는 마이클만의 이전 영화들과 다른 표정의 영화를 빚어내게 한다.

 

 문제는 그 차이가 또다른 가치로 승화되느냐 실패한 외도로 남느냐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았을 떄 이 영화는 적당한 만족감과 아쉬움을 공존시킨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에서 느껴지는 큰 만족감은 영상적인 퀄리티에 있다. HD카메라로 찍은 영상의 질은 다소 무게감을 지니면서도 리얼리티를 극도로 살린다. 특히 최후반부의 총격씬은 마치 CNN의 실시간 중계처럼 생동감 넘치며 사실적이다. 과장되지 않고 실제하는 듯한 총격전은 이 영화의 어떤 단점조차도 잊게 만들정도로 생생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문제는 이 영화가 마이클 만 감독의 영화라는 것. 그의 영화임을 기대하고 이 영화를 찾는 관객에게 실망을 안겨주는 이유는 그의 전 영화들이 지니는 매력이 이 영화에게는 반감되었다는 것이다. 사실 마이클 만의 영화가 지니는 두드러진 매력은 도시의 비정성을 로맨틱한 감성으로 포장하며 남자만의 무게감으로 승화시키는 묵직한 멋들어짐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마이애미 바이스'라는 제목 자체의 도시성을 간과한채 마이애미가 없는 바이스(VICE)에만 신경을 곤두세운다.

 

 마이애미는 조금 끈적이는 느낌의 이미지이다. 뜨거운 태양과 야자수가 기대되는 도시. 그만큼이나 소비적이고 활동적인 이미지로 대변되는 이 도시는 그런만큼 은밀한 범죄의 소통도 원활할 것만 같은 영화적 기대감을 품게 한다. 또한 그런 도시성은 마이클 만이라는 네임밸류와 맞물리며 모종의 기대감을 품게 한다.

 

 하지만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확실한 배신을 일삼는다. 그런 도시의 이미지는 온데간데 없고 단순한 범죄의 유통과정에 대한 관심만을 기울일 뿐이다.

 

 그런 공백을 메꾸기 위해 줄타기같은 로맨스를 삽입하지만 오히려 그런 로맨스는 다소 어중간해 보인다. 소니와 이사벨라(공리 역)의 로맨스는 진실성에 다가서나 영화의 빈틈에 구원을 주기에는 다소 빈약하다. 오히려 영화의 시퀀스에서 겉돌며 별개의 사연처럼 적절히 융합되지 못한채 떠돈다.

 

 이 영화는 남성적인 캐릭터가 보여주는 비정성과 허망함의 시공간을 연출하지만 그 감정선의 세심한 몰입에 완벽하게 다가서지 못하고 보통의 것에 머문다. 특히나 이 영화가 마이클 만이라는 네임밸류에 기댄다면 아쉬움이 느껴지는 대목이기에 더욱 그렇다.

 

 어쩌면 이 영화는 대중적으로 불친절하다. 과장된 액션으로 관객에게 스펙터클을 선사하지도 않고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감정선으로 관객을 유도하지도 않는다. 만족할만한 액션은 기다림 끝에 등장하고 감정선에 몰입하기에는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 이는 이 영화가 어느 범죄물과 비교했을 때 상업영화적 기질에는 걸맞지 않는 일이다. 무엇보다도 마이클만의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 그의 영화를 기대한다면 큰 배신이 될 법하다. 이는 영화자체와는 무관한 문제인 듯 하지만 이 영화의 가장 큰 취약점이자 거세된 무기이다.

 

                            -written by kharis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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