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엄청난 걸작 수준이다. 하지만 이런 걸작이 묻힌 이유는 <형사 Duelist>, <외출>, <가문의 영광 2 - 가문의 위기>와 같은 날에 개봉했었기 때문이다. 나와 내 친구는(아직 중학생임)목요일에 <가문의 위기>를, 토요일에 <형사 Duelist>를 보고 월요일에 <나이트 플라이트>를 보려고 하고 있었다. 하지만 평점도 미지근했을 뿐 아니라, 타이밍이 안좋아서 볼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린 그 좋지 않은 타이밍을 감수하고 봤다.
난 레이첼 맥아담스의 팬이기 때문에, 그녀의 영화 <레드아이>가 개봉하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엠파스에서 <나이트 플라이트>란 영화 이벤트가 하고 있었다. 포스터도 뭔가 너무 어둡고 처음 듣는 영화제목이었기에 괜히 안좋은 영화같았다. 그런데 그 영화를 네이버로 돌아와서 검색해봤더니 레이첼 맥아담스가 출연한단다. 그래서 레이첼 맥아담스의 필모그래피를 봤더니 어느새 <레드아이>가 사라졌다. 바로 미국 원제인 <레드아이>가 한국에서는 <나이트 플라이트>로 변경된것이다. 솔직히 잘한 행동이다. 괜히 망하기 싫으니, 나도 그랬을 것이다.
이 영화는 많은 분들이 <플라이트 플랜>과 비교하시고, 또 헷갈려 하신다. 일단 제목에 둘다 "플라이트"란 글자가 들어가고, 또 기본 스토리를 들어도 둘 다 비슷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미는 <나이트 플라이트>가 훨씬 재밌다. 그 이유를 한 번 들어보자.
↑비행기내에서 리사와 잭이 이야기 하는 씬. 리사가 좀 놀라는 걸?
일단 연기력. 물론 연기력 면에선 <플라이트 플랜>의 조디 포스터가 좋다. 하지만 레이첼 맥아담스는 신인급일 뿐 아니라, 신인급 치고는 매우 성숙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악역의 킬리언 머피까지 수준급의 연기를 보여주니, 연기력 면에서도 <플라이트 플랜>에 비해 그다지 꿀릴 것은 없다.
다음은 배경과 결말. <플라이트 플랜>은 뭔가 화려한 비행기가 배경이다. 2층짜리 비행기일 뿐 아니라, 비행기 내는 "저것도 비행기야?"할 정도로 최신식이고 화려하다. 그에 비해, <나이트 플라이트>의 배경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비행기이다. 그래서 좀 더 뭔가 공감가는 매력이 있다. 그런데 <플라이트 플랜>은 시종일관 슬프고 어두운 분위기로 일관한다. 하지만 <나이트 플라이트>의 결말은 어떤 분이 <나홀로 집에>와 비교할만큼 재미있게 진행되며 끝은 매우 통쾌하다. 솔직히 <플라이트 플랜>의 결말도 해피엔딩이긴 하지만, <나이트 플라이트>에 비해 통쾌하다는 생각은 안든다.
약간 말이 새는 글이지만, 사실 <나이트 플라이트>의 리뷰는 처음 쓰는 게 아니다. 그 때마다 "無반전의 미학"에 대해 글을 쓰곤했다. <나이트 플라이트>의 결말은 뭔가 반전이 있는 결말이 아니며, 전혀 특별하지도 않다. 하지만 그게 더 <나이트 플라이트>를 멋지게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렇게 글을 쓰면 "님은 반전영화를 안좋아하시나 봐요?"란 답글을 보게 된다. 과연 내가 반전영화를 좋아하지 않아서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일까?
나도 반전영화를 엄청 좋아한다. <아이덴티티>를 내가 봤던 영화 중 Best 3안에 들 정도로 너무 좋아하며, <식스 센스>역시 너무 재밌게 본 영화다. 하지만 이제 많은 관객들이 반전영화를 좋아하게 되었고, 이제 왠만한 반전으론 먹히지도 않는다. 최근에 <스켈리톤 키>는 엄청난 반전이 있다고 과대광고하다 비평과 흥행 모두 실패한 영화가 되어버렸다. 물론 반전은 신선했다. 하지만 그렇게 강한 반전이 아니었기에, 관객들은 <스켈리톤 키>를 인정해주지 않았다. 이젠 오히려 무반전으로 나가는게 더 신선하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플라이트 플랜>같은 경우, 뭔가 보여주려 했지만, 앞의 내용들과 매치있는 반전을 만들지 못했다. 이처럼 아예 무반전으로 나가는 것도 괜찮은 시도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기 힘들어 하는 장점 하나. 짧은 러닝타임. 사실 <나이트 플라이트>의 러닝타임은 너무 짧다. 85분. 하지만 <나이트 플라이트>는 85분 내에 쌈박하게 보여줄 것은 다 보여주고 끝난다. 하지만 스릴러라는 장르 자체가 질질 끄는 것은 스릴러라는 장르에 대해 죄악이라고 말할 수 있는 만큼, 쌈박하게 짧게 끝나는 것도 신선한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난 <나이트 플라이트>를 올해 극장에서 본 66편의 영화 중 최고의 영화라고 생각한다. (최고의 영화 2위는 <말아톤>, <우주전쟁>, <주먹이 운다>, <킹콩>순). 식상한 매력이 아닌, 신선한 발상 덕분에 나에게 최고의 영화가 될 수 있었나보다.
↑숙녀를 이렇게 대하면 되나? 여자분들은 이 씬을 많이들 싫어하신다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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