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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떠나가네(펌글) 봄날은 간다
mm888 2001-09-22 오전 10:37:40 1118   [4]
누군가를 당신이 예전에 만난 적이 없었던 누군가를 본 적도 없고 말한 적도 알지 못했던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까요? 만일 이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다면 당신은 그 사랑이 영원히 변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장담할 수 있나요. 예전에는 이 질문 받으면 그렇다 라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었지만 지금의 상태로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느 책에서 본 것 같은데 여자가 사랑한 남자를 잊는데 걸리는 시간 보다 남자가 사랑한 여자를 잊는데 걸리는 시간이 더 길다고 합니다. 미련이 남아서 그녀가 마지막 한 말이 그녀를 잊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라고 하는데(여자들은 그 자리에서 그 남자의 모든 것을 버릴 수 있지만 남자는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믿거나 말거나 이다) 지금의 내 마음속에 아직까지 남아서 따뜻한 온기를 내고 있는 그녀의 흔적들을 가끔씩 쳐다보고 있노라면 정말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한 남자가 있습니다. 그의 이름은 상우(유지태)이지요. 우리가 무심코 우리 귀에서 흘려 보낼 수 있는 소리 소음에 찌든 귀에게 잠시만의 평화를 주는 그런 소리를 녹음해 내는 사운드 엔지니어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 그가 사랑하게 된 한 여자가 있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은수(이영애)입니다. 한 번의 결혼과 이혼 그리고 언제나 방송용과 일상용이 따로 있는 그녀의 목소리에 담긴 소리는 어딘가 모르게 불안하고 초조해 보입니다.

상우가 만들어내는 소리는 세상에 존재하는 소리라면 은수가 만들어내는 소리는 이미 각본에 정해진 소리(물론 진행자의 재치에 따라서 조금은 달라지겠지만)입니다. 상우와 은수 둘 다 이 세상 사람들에게 소리를 들려주지만 그 소리에 주는 느낌은 그들은 이십년이 넘는 시간 동안 따로 산 것 처럼 전혀 다른 소리로 다가옵니다. 언제나 그들의 대화는 지극히 일상적이면서도 서로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하는 건 아마도 그런 이유 때문이겠지요.

허진호 감독의 두번째 작품 [봄날은 간다]는 일상의 따뜻함과 차가움이 만나면서 근래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문 잔잔한 감동과 여운을 선사합니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여성관객들은 '뭐, 저런 여자가 다 있니'라고 그 상황에서 그녀가 보인 행동은 바보 같다고 말하지만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녀가 보인 행동과 말투에서 설명하기 힘든 무언가에 마음이 아파오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영화 속에서는 비록 그것들이 제대로 설명되지 않았지만 그런 것들이 구차하게 설명되었다면 이 영화는 우스꽝스러운 영화가 되어버렸을지도 모릅니다.

허진호 감독의 영화의 미덕은 비록 아직 두번째 작품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건 시기상조일지 모르지만 시시콜콜 그런 것들을 이야기 해주지 않는다는 점에 있습니다. 언제나 그는 그저 멀리서 그들을 바라볼 뿐입니다. 어느 순간 찾아온 사랑이 떠나가는 과정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서 성숙해 가는 과정을 조용히 보여주고 보는 이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을 주도록 만든 그의 연출력은 숨이 멎을 정도로 슬프고 아름답습니다.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작은 소품들 하나하나에서도 우리가 일상 속에서 무심코 지나쳐 버린 것들을 잡아내는 감독의 시선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해도 전혀 아깝지가 않을 정도입니다. 조용하고 느릿느릿 사소하지만 아름다운 것들 그것들을 하나둘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어느새 변해버린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언제나 곁에 있어서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은 것들이 주는 아름다움 그 아름다움이 언제나 변치 않고 상처 입은 사람들의 가슴을 치유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족

소리에 취해 보신 적이 있나요. 새벽바람이 전해주는 차가운 소리, 창문 사이로 내리는 빗줄기에서 느끼는 알 수 없는 슬픔의 소리, 눈으로 가득 차 하얀 땅위를 사박사박 걷는 조용한 걸음 거리 소리, 초원에 누워서 듣는 곤충들의 합창과 풀 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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