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아쉽다.
어쩌다 기회를 놓쳐 이제야 DVD나온거 빌려봤는데...
요즘 한창 천만이 별것도 아닌것처럼 뛰어넘는 영화땜에 말이 많아 시끄러운데
강적, 이 영화야 말로 천만이 볼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우선
전반적인 이야기구조가 어수선하고 미흡하다는 것은 인정한다.
몰입하기 어렵게 만드는
급박한 전개가 쉴새없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뜯어놓고 보면 다르다.
내가 그들이 되면 다르다.
이것이 남자들의 이야기라고 느껴진다면
범인의 여자가 되어보면 다르게 느낄 수 있다.
(난 여자다)
이 영화를 보면서
울기도, 웃기도, 슬프기도, 화나기도, 속상하기도, 맘졸이기도, 억울하기도, 통쾌하기도
수없이 하게되더라.
강적에는,
엿같은 인생에서 지겹게도 달라붙는 그것들을 떼내보겠다고 아둥바둥 발버둥치는 우리 삶도 있고,
그렇게 발버둥치는 밑바닥 인생의 애인을 사랑이란 이름으로 믿고 지켜내려 애쓰는 여인도 있고,
무능력하고 가진 것 없어 비굴한 가장이 죽어보겠다고 죽겠다고 설치는 안타까움도 있고,
배신을 할지, 배신을 당할지 온갖 불신과 의심을 품고 있으면서도 내 코가 석자인 상황에
남의집 아들 살려보겠다고 수술동의서에 서명하며 기꺼이 삼촌이 되주는 남자도 있고,
우리가 언제 하고싶은대로 하면서 산 적 있었어? 애초에 불가능했어. 그리고 영원히 불가능해.
지 인생 다 포기한것처럼 말해놓고 끝내는 목숨같은 친구를 위해 하고싶은대로 해보는 사내도 있고,
니 인생은 내꺼야. 그래서 이 애비는 너를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어.
뻔뻔하고 치졸하게 남의 인생을 쥐고 흔드는 권력자도 있고,
서류에 명시된 실적이라곤 3년째 눈씻고 찾아볼 수 없는,
마누라는 도망가고 애는 죽을병과 싸우고 있는 상황에 놓인 주제에
내 손으로 진범을 잡아 누명을 벗겨보겠다고 욕심을 내게되는 형사도 있고,
너처럼 질긴 목숨이 또 있겠냐? 형도 만만치 않아.
서로의 기막힌 인생에서 진짜 강적의 모습을 보이는 두 사람도 있다.
그랬다, 정말 강적이 나온다.
맘 잡고 잘 살아보려고,
씨발 이제 진짜 사람답게 좀 살아보겠다고 아둥바둥해도
원래부터 뭣도 아닌 것들은 결국은 시궁창 인생이라는.
진짜 세상 엿같다, 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위태롭기만한 처량한 범인을 놓고
인생 뭐 있냐?
있지, 그럼
뭐 없어, 임마.
정말 뭐 같지 않아서 우습기만해서
오바하지마, 개폼잡고 있네 온갖 무시를 하면서도
인생 뭐 있냐?
응
그래, 인생 뭐 좀 있나 나도 좀 알자!
내가 지금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고 말하면서도
형사가 범인의 동반자가 될 수 밖에 없는 지랄같은 상황.
나는 그렇다,
나역시 인생 뭐 없다고 생각했는데
강적들을 만나고 나니 인생 뭐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내 인생에 나만한 강적이 없기 때문에
정말 이놈의 인생,
뭐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 아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