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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영화의 신선하면서도 매력적인 맛. 달콤, 살벌한 연인
renamed 2006-09-03 오후 6:35:37 1229   [2]
<달콤, 살벌한 연인>. 이 영화는 제목에서 이미 이 영화의 특성을 말해주고 있다. 한편으로는 달콤한 로맨틱 코미디를, 다른 한편으로는 살벌하고 엽기적인 잔혹극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 이 영화의 의도일 것이다. 옴니버스가 아니고서야 이 두가지의 이질적인 장르를 어떻게 버무려서 하나의 먹기 좋은 퓨전 음식을 만들 것인가에 영화의 성패가 달려있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제일 먼저 느낀 것은 왜 감독이 그냥 산뜻한 로맨틱 코미디를 만들 것이지, 왜 스릴러 내지 잔혹극(정말 잔혹하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을 이어붙일려고 했는지이다. 이 영화의 주축이 되는 스토리텔링이나 큰 구조는 로맨틱 코미디라고 할 수 있다. 지적이고 똑똑한 영문학 대학강사이지만 연애 한번 제대로 못해본 소심하기 이를데 없는 남자 주인공과 배운 것 없고 삼류 인생을 살아왔지만 대범하고 의지력 강한 여자 주인공이라는 서로 상반된 캐릭터를 가진 두 남녀가 서로 연애를 시작하지만 여자는 악착같이 숨기고자 하는 어떤 비밀을 가지고 있고, 마침내 이 비밀이 탄로남으로써 연애의 위기 또는 종말이 찾아왔다가, 몇년 후에 해리와 샐리가 다시 만나듯 재회함으로써 연애의 재탄생에 대한 기대를 관객에게 안겨준다.

이러한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가 성공하려면, 살아있는 캐릭터와 센스있고 코믹한 상황 설정이 관건이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달콤, 살벌한 연인은 괜찮은 로맨틱 코미디 한편을 관객에게 선사한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가장 기억에 남는 캐릭터라면 역시 남자 주인공인 황대우일 것이다. 자기 지식에 대한 허영심과 과시욕이 어느 정도 있으면서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는 말한번 제대로 걸지 못하는 소심한 성격 탓에 빚어지는 여러 가지 우스꽝 스러운 상황들이 관객의 배꼽을 잡게 만든다. 황대우를 연기하는 박용우는 <연애의 목적>의 박해일과는 또다른 인물의 전형을 만들어낸다. <연애의 목적>의 박해일이 주로 리얼리티에 입각한 연기를 펼치면서 실감나는 캐릭터를 만들어냈다면, 박용우는 리얼리티에 과장된 코믹 연기를 적절하게 섞어서 로맨틱 코미디에 어울리는 인물을 창조한다.

이에 반해 달콤하면서도 살벌함을 숨기고 있는 연인인 여자 주인공 미나는 살아있는 캐릭터이기 보다는 남자 주인공의 입장에서 대상화되어있는 캐릭터처럼 보인다. 황대우가 난생 처음 연애를 시작한 대상이 되는 여자가 달콤한 여인이 아니라 실제로는 남자들을 연쇄적으로 살해안 살인자라는 사실에서 이 영화만의 개성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 영화는 결코 리얼리티에 충실하거나 관객들로 하여금 낭만적인 사랑의 감상에 젖게 만드는 로맨스를 선사하지는 않는다. 미나의 살인 행각이 어떠한 진실성이나 죄의식을 내포하지 않고, 다만 그녀의 살벌함을 나타내고자 하는 코믹 코드로서만 존재한다. 즉 <조용한 가족>등의 엽기적인 코믹 잔혹극에서 볼 수 있는, 하나의 우발적인 살인을 감추려하면 감출수록 더 다른 살인들을 부르게 되고, 시체에 대한 무감각한 태도와 엽기적인 처리가 이어진다.

그런데 <달콤, 살벌한 연인>은 잔혹극으로서, 스릴러로서는 전혀 그 에너지를 발산하지 못한다.물론 미나가 같이 사는 동생과 함께 시체를 야산에 파묻는 장면에서 나누는 엉뚱한 대화들이나 상황을 뒤집는 몇 개의 반전들은 흥미를 유발한다. 하지만 미나의 점점 꼬여가는 살인 행각들은 스릴이나 클라이막스를 실종한 채 황대우와의 관계 속에서도 어떤 긴박감을 주지 않는다.

황대우에게 여신과도 같은 미나가 알고 보니 자기 배경을 모두 속인데다 주변의 걸리적거리는 남자들을 하나씩 살해한 연쇄 살인범이라니! 이런 기막힌 설정을 <너는 내 운명>과 같이 눈물과 진실에 대한 호소로 풀지 않고, 엽기 코미디로 처리한 시도가 용감하다고나 할까? 엉뚱하다고나할까?

어쨌든 감독은 개성있는 캐릭터와 우스꽝스러운 대사(말장난이 아닌)와 반전이 돋보이는 상황 설정이라는 로맨틱 코미디에 대해 놀라운 재능을 지녔다고 생각한다. 다만 왜 굳이 평범하고 대중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독주에 만족하지 않고, 여기에 엉뚱한 소리들을 섞어서 불혐화음을 만들어냈을까? 정말 듣기 좋은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감독의 색다른 시도가 우리에게는 B급 저예산 영화들이 가끔 던지는 묘한 매력을 느끼게 한 것 만은 틀림없다.

(총 0명 참여)
robo110
나름대로 신선했음... 박용우의 우끼는 말빨이 인상적이었음   
2006-09-14 13:4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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