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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와 실체. 허나 '여우성'에 눈을 뜨다. 해변의 여인
modelmjy 2006-09-11 오후 3:38:50 1561   [5]

 

활자로만 접해온 홍상수의 영화를 처음 만난 건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그로인해 홍상수의 영화는 나와는 전혀 맞지 않다는 나름의 결론을 내렸었다.

아마 이번 작품을 선택하게 된 까닭은 '고현정' 이라는 인물아이템이 주도했을 것이다.

그녀의 스크린 첫 진출 행보와 작가주의의 대표적 홍상수의 만남이 어떤 결과물로 나타날지가 꽤나 궁금했으니까.


 

여행이란 것. 분명 일탈인데도 그 속엔 일상이 있다.

행위의 반복 속에서 그 어떤 법칙을 찾기 보다는

나는 문숙(고현정)의 캐릭터에 집중하게 되었다.

현재의 내 속에 부재하는 ‘여우성‘을 그녀로 인해 깨닫게 되었다고 할까?

그녀의 대사 그녀의 행위 그녀의 표정들을 읽으면서

나는 내안의 ‘여우’를 꺼내고 싶다는 생각이 물밀듯이 올라왔다.

건설적인 대화, 때론 추상적인 대화도 매력발산의 도구가 되는 그들의 대화를 순간 동경했는지도 모르겠다.

어느 순간부터 '대화다운 대화를 잃어버렸던(‘잊고‘가 아니다) 나는 영화 보는 내내 문숙에게 나를 얼마나 대입시켰는지... 스크린 옆 3차원적인 공간에 나는 나를 영사시키고 있었다.


 

누군가 나에게 제일 싫어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한다.

"나에 대한 어떠한 이미지, 그건 분명히 한두 개의 사건으로 알게 된 지극히 작은 부분의 이미지로 마치 나를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아니 분명 자기가 생각한 이미지가 맞는 양 나를 치부해 버릴 때 제일 싫다" 고 말이다.

중래(김승우)가 설파한 단순 이미지의 전체화에 대한 이론은 나를 흥분하게 만들었다.

보통 사람을 평가할 때 인물의 단편적인 모습들만 보고 그 사람은 이렇다. 하고 정의하는 이미지의 단순화가 실체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중래는 그 이론을 이야기하기 위해 노트에다 도형을 그려가며 설명한다. 극도로 친절해진 홍상수이다. 결국 그 이론조차 자신의 불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달변의 선택이었지만, 선희(송선미)와 잠자리(sex)를 한 것 처럼 보이는 것은 하나의 이미지에 불과하고 나쁜 이미지 3개의 형태는 원래의 둥그런 실체의 형태를 크게 훼손한 것이라고 한다. 정작 실체는 선함이 포함된 다른 이미지들이 곳곳에 존재하고 이제 당신에게 나의 다른 이미지들을 보여줄 것이라는 것. 그 선을 다 이어서야 실체에 가까운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중래의 이론은 나 역시 문숙과 마찬가지로 백치미 철철 넘치는 말투로

 "감독님 똑똑하다~~" 며 환호하게 만들었으니...


 

결국 중래의 거짓말을 알게 된 문숙이지만 그녀는 큰 슬픔 없이 잠에 빠져들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중래의 전화를 받게 된다. 그리고 더 이상은 그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일탈’이라는 해변의 공간에서 돌아올 즈음엔 그들 전부 일상이 되어있을 뿐이다.

그들이 사랑을 했건, 성숙을 했건. 그곳의 추억은 그 해변에 묻을 뿐이다.

 

여러 번 사용된 서툰 솜씨로 투박한 듯 느리게 당기는 카메라 줌 기법은 어쩌면 나에게도 그런 방식으로 이제 홍상수의 영화가 줌 인되어 버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 eye's 색깔있는 영화산책은 이미지리뷰입니다.

   http://paper.cyworld.com/modelm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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