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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가리고 아웅하기. 두뇌유희 프로젝트, 퍼즐
kharismania 2006-09-14 오전 2:08:57 1406   [3]

 네명의 사내가 있다. 네 사내는 은행의 금고에서 다량의 채권증서를 탈취하여 약속장소인 폐공장으로 향한다. 하지만 무언가 잘못 되었음을 직감한다. 그리고 네 사내는 공장에서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어야할 사람이 불에 타 죽어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영화의 제목은 부서진 퍼즐조각들을 주워모으며 떠오른다.

 

 이 영화는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두뇌유희프로젝트라..영화의 전면에 배치한 이 8글자는 관객에 대한 선전포고이자 출사표와도 같다. 자만감과 자신감에 대한 평가적 희비는 관람후 엇갈리겠지만 일단 관객을 낚기 위한 바늘로써의 역할로써의 활용 역시 간과할 수 없다. 사실 그동안 언론 시사 단 한차례로만 공개된 형태 역시 그렇다. 그리고 유일한 일반 시사 단 한번으로만 관객을 찾은 것 역시도 이 영화의 알 수 없는 속마냥 궁금한 홍보전략이었다. 어쨌든 필자는 봤다. 그리고 그 자만감과 자신감 사이에 놓여진 이 영화의 위치를 말해보고자 하는 것.

 

 사실 이 영화는 장르적인 선배 작품들의 모양새가 눈에 띈다. 반전적 요소에서는 유주얼 서스펙트적인 느낌이 들면서도 네 사내가 보여주는 비신뢰적 파트너쉽의 뒤엉킴은 저수지의 개들을 연상시킨다. 또한 최후반부의 공간적 밀폐와 고립적 설정은 쏘우의 마지막 씬을 연상시킨다.

 

 사실 스릴러를 표방한 범죄물은 일단 외형적인 탄탄함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위에 독창성을 덧씌우면 금상첨화가 된다. 그러나 사실 이건 쉬운 일이 아니다. 장르마다 어필할 수 있는 장점이 존재하지만 스릴러라는 장르는 사실 그 한정적인 폭이 짧다. 그리고 그 짧은 폭안에서 이미 선례가 되어버린 명작들이 선점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더 보여줄 수 없는 환경에서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장르안의 고민이 되는 셈이다. 최근 '쏘우'같은 작품이 극한의 충격과 공포로 관객들을 사로잡았지만 자극적인 색채를 진하게 가미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능사는 아니다. 결국 스릴러라는 장르가 지니는 가장 큰 묘미는 유종의 미에 있다. 그 모든 것이 차려져도 그 긴장감이 끄트머리에서 제대로 터져주지 못하면 도로아미타불인 것이다.

 

 사실 이 영화는 눈여겨 볼 부분이 많다. 일단 장르적인 고민 자체가 국내 영화 실정안에서 스릴러적 장르의 선례를 남길 수도 있고 장르적인 풍성함에 기반이 될 수 있다. 이영화가 주안점을 둔 것은 캐릭터이다. 하지만 영화는 그들의 범죄행각에 주목하기 보다는 그들이 얽혀있는 알고리즘 안에서 해답을 찾으려 한다. 그들의 쿨한 탈취행각이 영화의 중심 포석에 놓이지 못한 것은 이 영화의 시야가 다른 곳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시작으로 돌아가 생각해보면 이 영화는 사건의 진행보다는 이미 망가져버린 사건의 패러다임을 어필한다. 사건이 중요한 게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중요한가. 그것은 이 사건이 종결되어야 할 시점에서 돌출된 엇갈림, 즉 진실찾기 그 자체에 있다. 누가 그들을 조종했는가에 대한 물음표에 확답을 찾고자 그들은 고민한다. 그리고 외부의 적을 살핌과 동시에 내부의 적을 살핀다. 그리고 그 과정이 진행됨에 따라 제각각의 인물들의 과거 행적이 액자구성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그것이 진실임을 믿는 것은 관객뿐이다. 극 속 인물들에게는 진실여부를 판별할 수 없는 검증되지 않은 이야기일 뿐이다. 그해서 상황은 해결되기 보다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어그러진채 출구를 찾지 못한다. 결국 그 출구는 느와르적 파멸성으로 진행된다.

 

 문제는 그 속도감이다. 일단 영화는 시작부터 물음표를 찍었다. 그리고 제목에서 노골적으로 내던지듯 관객에게 두뇌유희를 즐길만한 프로젝트를 선사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그 물음표가 찍히는 대상이다. 과연 관객이 영화에서 던져진 물음표를 짊어진 채 두뇌유희를 즐겨야만 할 의무가 있는가. 적어도 이 영화에서는 그럴만한 의무감을 심어주지 않는다. 적어도 이 영화에서 고민하는 당사자는 영화속 인물들 뿐이지 관객은 아니다. 물론 의문은 지닐 수 있다. 그러나 고민스럽지 않다. 그것은 영화의 진행과정자체와 그 속도에 있다. 일단 영화는 하나의 질문거리를 만드는데에 성공했지만 그 물음표의 너비를 확대하는데는 실패했다. 그것은 긴장감이 결핍된 이야기들의 끼워맞춤에 있다. 개인들의 사연을 들춰내며 영화는 의문에 대한 실마리를 하나씩 내던진다. 하지만 그 상황들은 작위적인 냄새가 강하고 모든 것이 하나의 결말을 위한 맥거핀이라는 인상이 짙다. 특히나 최후반부의 상황은 지독하게도 졸속적이다. 마치 하나의 의외성을 심어주기 위해서 나열되는 상황들은 추리적인 요소와는 거리가 멀다. 관객의 두뇌유희를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인 셈이다. 모호한 장막을 펼쳐놓고 공개되는 반전 역시도 그리 큰 여파로 남지 않는다. 오히려 결국 그것을 위한 연막술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다가오는 허무함이 크다. 나름대로 구조적인 완성은 꾀했지만 그 구조를 섬세하게 엮을 디테일은 나약했다. 그리고 그 졸속한 이야기의 완성은 관객에게 생각을 할 필요성조차 주지 못한다. 그것이 이 영화가 취하는 장르적인 관점에서의 패착이다. 또한 몇몇 배우들의 어색한 연기 역시 영화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하는 요인이다.

 

 기반이 충실하지 못한 테크닉 구사는 위험하다. 또한 외형만이 갖춰졌다고 해서 이야기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그 짜임새가 유연하면서도 매력적인 구도를 갖출 때 비로소 영화는 관객을 흔들만한 채비를 갖춘다. 이 영화는 많은 것을 갖추었지만 어느 것 하나도 관객을 흔들지 못한다. 긴장되지 않는 스릴러는 가치가 없다. 충격적이지 못한 반전은 없는 것만 못하다. 결국 그 한방을 위한 영화의 위장은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한 눈가리고 아웅으로 끝날 때 가장 허탈해지는 것이다.

 

                    -written by kharis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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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j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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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14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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