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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려해주고 싶은 실패담 구미호 가족
kharismania 2006-09-16 오전 11:51:00 918   [8]

구미호(九尾狐)는 말 그대로 꼬리가 아홉달린 여우다. 고전 설화에서 종종 등장하곤 하는 이 천년 묵은 여우는 자유자제로 변신이 가능하고 인간을 홀리는 요물로 전해진다. 이와같이 구미호는 토속적인 귀물이다. 영적인 느낌이 강한 일반 귀신과는 사뭇 그 느낌이 다르다. 쉽게 말하자면 Ghost보다는 Monster에 가깝다는 이야기다. 서양으로 치자면 늑대인간이나 뱀파이어같은 부류와 비슷하다. 하지만 물리적인 힘을 바탕으로 하는 서양 귀물과는 달리 동양 귀물답게 영적인 면모가 강하다. 그래서 살육적인 스케일을 지닌 서양의 그것들과는 다른 소박한 으시시함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천년세월동안 인간이 되기 위해 인고의 세월을 보내다가 드디어 때를 맞이한 구미호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는 설정부터 의아하다. 구미호가 등장하는 코믹영화라. 공포스러울 법한 구미호가 우스운 존재로 전락한다는 사실은 새로운 것만은 아니다. 이미 국내외의 수많은 코믹영화들이 공포로써의 데자뷰를 그리는 존재들에게 코믹의 탈을 씌워 망가뜨린 경우는 허다하다. 올해초에 개봉했던 '흡혈형사 나도열'의 예만 봐도 그렇다. 거기에 구미호 가족이란다. 솔직히 구미호에게 가족이 있다는 설정은 익숙치 않다. -물론 그런 것을 따져서 붜하겠냐마는, 이건 지극히 사적인 글이니까- 숱하게 보아온 전설의 고향에서도 구미호는 개인적인 활동을 지향해오지 않았던가. 어쨌든 필자는 개인적인 의아심으로 그 묘한 가족사를 들여다보았다.

 

 일단 이영화는 뮤지컬 영화를 표방하고 있다.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한다면 국내 영화계의 현실안에서 지극히 장르적인 신선함이다. 특히나 국내의 열악한 공연 문화를 돌아보았을때 이런 시도는 고무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장르자체로부터 비롯되는 관객과의 접근성 결여로부터 빚어지는 실패에 따라 추후에 계속되어야 할 시도자체가 연쇄 붕괴로 연결될 수 있다는 위험성을 내포한다. 결론은 희비가 엇갈리는 분기점은 철저히 그 완성도에 달렸다는 것이다.

 

 또한 이 영화가 표방하는 감성적 주류는 코믹함이다. 중년의 중후함을 지녔지만 코믹한 이미지를 어필하는 주현과 박준규의 출연은 그런 사실에 힘을 싣는다. 또한 허무맹랑할 법 하지만 웃음의 여건을 연출하는 시퀀스의 조합도 썩 나쁘지는 않다. 시놉시스 자체만을 살펴보자면 영화의 이야기 맥락은 코믹이라는 장르안에서 적절한 허풍선을 떨기에 나쁘지 않다. 특히나 비약된 몸짓과 연기를 보여주는 뮤지컬이라는 장르와의 조합이라는 발상안에서 그런 설정은 다소 나쁘지 않다. 더불어 코믹하지만 감동이라는 요소를 주입하려 하는 면모는 조악하지만 상업적으로 잘 이용되는 공식이다. 구미호라는 비인간적 존재가 부르는 이면적인 동정적 호의감과 후반부에 끼워넣어지는 부성애의 자극은 대중적인 감성에 적당히 어필할 만하다.

 

 하지만 문제는 앞에서 언급했듯 그런 조합의 구도가 맞아떨어지는가다. 아쉽게도 이 영화는 긍정적인 시도에 대한 호감 뒤에 남는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고무적인 시도일지라도 마냥 치켜세우기에는 구멍을 다소 감추기 힘들다.

 

 일단 이 영화가 내세우는 뮤지컬 형식의 모양새에는 호의를 표하지만 그 모양새를 그럴 듯 하게 만들어야 할 배우들의 역량이 부족했음은 짚고 넘어가야 할 측면이다. 솔직히 관객의 뇌리에 깊게 박혀있는 '물랑루즈'나 '시카고'같은 할리웃산 뮤지컬 영화와의 비교는 환경적 열악성안에서 시기상조일지 모르지만 적어도 여건을 제외한 배우의 캐스팅은 신경써야 할 부분이 아니었을까. 물론 평범한 창법을 지닌 배우들이 현실감있는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발상에서 출발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배우들의 비전문적인 실력은 이 영화가 내세울 수 있는 가장 큰 무기를 스스로 폄하시키는 상황을 자초한 것으로 보인다. 영화의 완성도에 대한 고민과 연구가 조금 얕았던 것이 아닐까. 적어도 관객의 입맛이 국내 영화를 감싸고 돌기에는 관객들이 너무 많은 것을 소화해버린 시대라는 것을 간과해버린 것이 아닐까. 

 

 적어도 웅장하지는 못해도 마치 조각을 끼워맞추듯 정교했어야 했다. 특히나 중반부에 등장하는 전경과 농성자들간의 대결을 상징하듯 벌어지는 비보이 배틀은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할 법한 부분이다. -물론 눈요깃감은 되었다.- 보컬을 맡는 배우들의 노래실력은 다소 조악하다. 또한 종종 등장하는 군무적인 형태의 안무는 호흡이 맞지 않는 인상이다.

 

 영화는 쇼가 아니다. 눈을 자극하는 퍼레이드보다는 심도있게 깊이를 파내는 일관적인 작업이다. 다양한 볼거리가 배치되는 것도 특징일 수 있지만 그 다양한 볼거리가 영화를 화려하게 꾸미기 이전에 산만한 인상을 부여한다면 그것은 엄연한 실패라고 논할 수 있다. 의도 여하를 막론하고.

 

 이 영화는 부분적으로 뮤지컬 영화의 형태를 빌려온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부분적인 상황에서 느껴지는 미흡함은 전체적인 영화의 흐름에 집중력을 분산시킨다. 그리고 이는 이 영화가 발산할 수 있는 매력을 반감시킨다.

 

 배우들 중 눈에 띄는 배우는 하정우였다. 연기력 여하를 떠나 그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이 영화의 출연은 의아심이 생긴다. '용서받지 못한 자'와 '시간'을 통해 충무로의 떠오르는 연기파 배우의 계보에 대한 기대감을 부르는 그가 단순한 코믹 연기를 하고 싶었을까 싶지만 이 영화가 표방하는 장르적 특별성이 어쩌면 그에게 매력을 어필했을지 모르겠다. 그의 코믹한 연기도 나름대로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전작들에서 쌓아온 이미지의 잔상이 이 영화의 그를 어색하게 만드는 면은 없지 않았다.

 

 시도는 좋지만 결과물이 기대에 미치지 못함에 대한 불평은 감수해야 한다. 이 영화는 절반의 성공뿐이다. 기피되는 장르에 대한 도전은 점수를 주지만 완성도의 빈약함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좀 더 많은 고민과 시도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라는 조언과 더불어 선례가 되어 줄 이 영화에 석연치 않은 격려를 남기고 싶은 심정이다.    

 

                                -written by kharis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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