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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감의 틈새 공략 무도리
kharismania 2006-09-16 오후 3:44:53 829   [5]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이는 만약 자살을 기도하는 이나 자살을 행하는 자에게는 절대적인 정언명령쯤으로 들릴 법하다. 자살은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극단적인 의지의 실현쯤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 행위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서 그 행위의 실현 자체만으로 따져본다면 말이다. 자신의 생을 스스로 끊을 수 있다는 것 그 자체에 대한 주목안에서 자살은 그만큼이나 절실하고도 확고한 자기 의지인 셈이다.

 

 사람은 죽을 때가 되면 자신의 주변을 정리한다고 한다. 자신이 소중이 여기던 물건을 나누어 주기도 하고 자신이 머물던 집을 정리하기도 하고 자신의 채무관계를 정리한다. 자신이 머물렀던 세상에 자신이 마무리짓지 못한 것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 깔끔하게 자신의 삶에 대한 전반적인 정리를 마무리 짓는다고 한다. 카프카의 '판결'에 의하면 자살은 '자기 과오를 씻는 정화행위'라고 정의했다. 죽음으로써 자신의 과오를 책임지는 행위. 그런 책임의식을 지닌이들에게 무도리는 하나의 이상향이 될지도 모르겠다.

 

 강원도 깊숙한 산골에 있는 무도리에는 정부보조금으로 연명하는 노인들만이 산다. 그런데 무도리의 도깨비골이 한 자살싸이트에 자살명당으로 알려지며 자살을 꿈꾸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이를 눈치 챈 봉기(박인환 역)와 해구(최주봉 역), 방연(서희승 역)은 자신들의 은밀한 자살 알선 사업을 계획한다. 그리고 무도리에 대한 정보를 우연히 알게된 경력없는 3년차 방송작가 미경(서영희 역)은 자신의 인생을 건 취재를 위해 무도리로 들어간다.

 

 이영화는 일단 코믹한 요소를 외부에 배치하고 드라마를 진행시킨다. 무엇보다도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 중 인지도가 강한 배우들이 없다는 것은 이 영화의 홍보성을 열악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명의 중년배우들을 전면에 배치하며 신비한 컨셉을 지향하는 이 영화의 내면에는 훈훈한 웃음과 소박한 감동이 담겨있다.

 

 이 영화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철학적인 진지함이나 장황한 미사여구 대신 상황에서 빚어지는 웃음과 개인적 사연에서 묻어나는 슬픔으로 그 경계를 답사한다. 무엇보다도 그런 소박함을 두드러지게 만드는 것은 영화를 끌고 가는 세명의 중년배우들이다. 박인환, 최주봉, 서희승 이 세 중년배우들은 관객을 압도하기보다는 관객에게 훈훈한 안정감을 선사하고 다소 유치하게 흘러갈 수 있는 이야기의 설정에 무게감을 얹는다. 또한 부담스러운 진중함 대신 자질구레한 상황들의 나열로부터 소박한 재미를 선사한다.

 

 물론 다소 가벼워보이는 웃음의 유약함과 조금 과장된 상황들은 이 영화를 폄하하게 만드는 부분이 될지 모르지만 이 영화자체가 관객을 애초에 우롱할만한 포장성을 지니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도 그런 부분에 대한 민감성은 다소 무뎌지는 것 같다. 

 

 자살을 기도하는 자들과 그들의 자살기도를 종용하는 자들 사이에 벌어지는 간극적인 상황설정과 그런 상황을 매끄럽고 유쾌하게 끌어가는 배우들의 연기가 이 영화의 열악함을 가려주고 웃음을 맑게 꾸미는 필터역할을 한다.

 

 스타배우의 출연이외에 볼것없이 관객을 우롱하는 실망스러운 영화에 지쳤다면 한번쯤 권해주고픈 영화다. 적당한 웃음과 적당한 감동앞에서 만족할 수 있다면 노장들의 만담같은 훈훈함앞에서 소박한 만족감을 얻어갈 수 있을테다. 시트콤같은 설정적 기발함과 웃음과 감동을 버무린 기본조합이 이 영화의 무난한 장점이자 가벼운 단점이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가 지닌 큰 강점은 기대감을 지니게 하지 않는 틈새공략에 있지 않을까.

 

                                  -written by kharis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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