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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우와 은수, 그들의 사랑법... 봄날은 간다
tripto 2001-10-04 오후 3:27:57 913   [1]
'봄날은 간다'의 영어제목은 One fine spring day입니다. 그런 걸까요? 이제는 기억 속에 담아두어야 할 어느 따스했던 봄날처럼 사랑이란 그런 것이라고.
상우와 은수는 소리를 채집합니다. 바람에 대나무 잎사귀 흔들리는 소리, 햇살에 겨우내 얼었던 얼음이 녹아 물이 되어 흘러내리는 소리, 산사에 풍경 흔들리는 소리, 할아버지 할머님이 가락 흥얼거리시는 소리... 인간과 자연의 접경지대에서 때로는 소박한 우리 일상 가운데에서 소리를 채집합니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는 상당히 호흡이 긴 영화입니다. 그리고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보여주었던 충만한 감성을 기대하고 극장에 간 사람들에겐 다소 지루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보는 내내 시계를 열 번쯤 보았을까요.. '봄날은 간다'가 내게 선사하고 싶었던 가을의 깊은 호흡을 미처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아서였나 봅니다. 그리고 제 생각으론 이영애와 유지태가 아직 선이 긴 연기를 완벽히 소화해 내기엔 무리가 있었다고 느껴지더군요.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도 그랬듯이 허진호 감독은 영상에 공을 들이는 사람입니다. '봄날은 간다'는 영상에다가 소리에도 당연히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영화입니다. 뮤지션들이 믹싱 작업을 완벽하게 마무리하기 위해 해외 스튜디오에서 작업을 하듯이 이 영화 또한 일본의 스튜디오에서 소리를 다듬었더군요. 이 영화의 두 가지 축은 바로 영상과 소리의 미학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만큼 시나리오 자체는 제게 그다지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는 얘기가 되겠네요. 다만 영화를 보며 은수와 상우의 사랑법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나는 상우와 은수 둘의 사랑법 모두 좋아하지 않습니다. 사랑이 집착으로 변해버려 여자에게 매달려 보지만 상처만 받는 사랑, 사랑이 일상으로 변해버리는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냉정하게 변하는 여자, 그리고 다른 사랑에 적응해 가는... 그런 사랑법 말이죠.
그런데 굳이 더 가까운 쪽을 택하라고 한다면 난 은수 쪽에 가까운 편입니다. 상우와 은수가 즐겨먹던 라면처럼 어느 순간 사랑이 지겹거나 혹은 부담스럽게 느껴질 그 순간을 두려워하는 거죠. 그래서 나는 내가 상처 줄까 두려워하고 내가 상처받을까 두려워합니다.
앞에 글 올리신 분의 말처럼 나또한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겐 상우의 사랑법을, 나를 사랑하는 사람에겐 은수의 사랑법을 택하는 걸 보면 인간은 참 못된 동물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오늘 점심 라면을 먹으며 문득 든 생각이 있어요. 라면이 권태롭지 않을 만큼의 노력은 반드시 해야겠다는 것. 퍼진 라면에 대한 보상으로 약간의 고심 끝에 고른 재즈를 듣다보니 그다지 나쁘지 않은 점심식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랑이 일상이 되어버리는 것을 막을 재주는 없겠지만 권태롭지 않기 위한 노력을 한다면 어떨까요..
얘기가 잠시 딴 데로 흘렀군요. 영화는 그렇게 흘러갑니다. 여러 장면 중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요. 마지막 부분에서 상우에게 초점을 맞추고 은수와 기타 배경을 흐릿하게 만드는 아웃 포커스로 상우의 심리를 표현한 장면. 봄날의 사랑은 이제 희미한 그 풍경처럼 상우의 집착과 미련으로부터 멀어져야만 함을, 멀어져가고 있음을 암시합니다.
두 시간 내내 계속된 긴 호흡 속에서 이제 가을이 왔음을 느낍니다. 그리고 이번 가을엔 인간과 자연의 접경지대로 여행을 한번 가봐야겠습니다. 그 곳에서 내 온몸에 잊혀지지 않을 소리를 녹음하고 싶습니다. 혹시나 흐트러질까봐 숨도 가만 가만 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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