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나이가 많이 어리기도 하지만, 난 화투를 칠 줄 모른다. 다만 어떤 그림들이 비슷한 부류인지 맞추는 건 어느 정도 할 줄 알 뿐, 점수 계산하는 것도 잘 모른다. 하지만 화투 이외에 운과 기술을 동시에 요하고, 약간의 물질도 걸려 있는 게임들을 해본 적은 있다. 이런 게임들은 공통적으로 참 희한한 특징을 갖고 있는데, 그것은 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혹시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뭔가 배팅을 하면 분명히 잃거나 잘해야 본전이 될 거라는 걸 알면서도 꼭 "혹시나 큰 운이 따를지 몰라"하는 마음에 끊임없이 게임에 도전하고 또 도전한다. 물론 그 "혹시나..."하는 확률은 대단히 낮기 때문에 괜히 배팅했던 걸 잃는 경우가 훨씬 자주 생기지만.
이렇게 보통 사람들은 순전히 운에 기대며 하는 화투판에서 기술로 먹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강력한 기술로 강력한 판돈을 모으고, 그 판돈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욕망을 보다 강력한 규모로 키워간다. 영화 <타짜>는 이렇게 운을 기술로 바꿔가며 도박을 예술로 만들고, 그걸 바탕으로 자신의 욕망의 스케일을 확장시키며 동시에 더 큰 위험으로 제발로 들어가는 이들의 돌이킬 수 없는 여정을 따라간다. 달콤함의 끝에 비릿하고 살벌한 피냄새가 남는 그들의 끈질긴 여정 말이다.
1994년 남원, 가구공장에서 일하며 제대로 된 성공을 꿈꾸던 청년 고니(조승우)는 어느날 섣불리 화투판에 끼어들었다가 3년동안 피땀으로 모은 돈을 순식간에 잃고 만다. 그것도 모자라 집에서 몰래 가져온 누나의 목돈까지도 몽땅 내주고 만다. 박무석(김상호) 일행이 교묘한 기술로 그의 돈을 몽땅 가로채고 만 것. 분노한 고니는 반년동안 박무석을 찾아다니다가 그가 있다는 아지트를 습격하는데, 그곳에서 전국 최고의 타짜라는 평경장(백윤식)을 만나게 된다. 처음엔 잃은 돈만 받으러 갔다가 이 참에 제대로 된 기술을 배워 박무석도 물먹이고 돈도 벌어보자는 심산에 고니는 평경장을 찾아가 조른 끝에 기술 전수를 받게 된다. 그에게 배운 기술을 바탕으로 조금씩 화투판에 있어서 현란한 기술이 손에 붙게 되는 고니. 이어 평경장과 지방원정을 돌다 만난 부산의 "설계자" 정마담(김혜수)이 설계한 판에서 제대로 한몫 잡게 되면서 고니의 욕심은 점점 더 커져간다. 결국 고니는 평경장과 이별을 고하고 정마담과 화투판을 휩쓸기에 이른다. 점점 커져가는 물질적 욕망과 악명 높은 타짜로 유명한 아귀(김윤석)에 대한 적대심으로 타짜의 인생을 계속 이어나가고 그 과정에서 입으로 화투치는 서민형 타짜 고광렬(유해진)도 동료로 만나게 된다. 그러나 평경장이 얘기했듯, 영원한 친구도 원수도 없는 냉혹한 화투판의 세계. 쉴틈없이 달리는 사이 그 끝에는 죽음도 각오해야 할 몹쓸 위험이 기다리고 있었다.
색색깔의 그림들로 가득한 화투패의 모습처럼 이 영화 역시 여러모로 화려하다. 우선 배우들부터가 화려하다. 출연진만 화려한 게 아니라 그들이 보여주는 연기 또한 알차고 탄력있게 그 빛을 발한다. 조승우는 화투판에선 어린애였다가 점차 어른이 되어가는, 그러나 아직 애같은 모습을 버리지 못하는 고니의 캐릭터에 안성맞춤이다. 훨씬 대범해지고 선이 굵어진 연기력이 일필휘지로 강한 전개를 유지하는 영화가 잘 어우러진 듯 싶다. 예의 부드러운 인상은 여전하지만 그 속에서 풍기는 찐득한 반항기와 대책없는 승부욕은 그런 부드러운 인상과 어우러져 그 결이 더욱 더 선명하게 살아있다. 영화에선 고니라는 인물이 여러 타짜들을 만나면서 실력을 쌓고 자신 역시 대단한 실력의 타짜가 되어가지만, 철이 좀 덜 들고 충동적인 모습도 보여서 정마담 말마따나 가지고 싶게 만들만큼 보호본능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이렇게 빈틈없는 면모와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면모를 동시에 소유한 고니의 모습은 이전에 <말아톤>과 <하류인생>에서 대립된 이미지를 멋지게 소화한 조승우에게 너무도 안성맞춤이었다. 갈수록 그의 연기는 전문가처럼 냉정하게 잘한다는 생각보다 이젠 정말 손맛이 제대로 들었다 싶을 만큼 인간적으로 잘한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 같다.
정마담 역의 김혜수가 이 영화에서 풍기는 카리스마란 가히 압도적이다. 종종 주인공 고니마저 주눅들게 할만큼 그녀가 정마담이라는 배역의 옷을 입고 풍기는 포스는 실로 장난이 아니다. 똑똑하고 섹시하면서도 절대 남자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성적 대상으로도 이용되지 않는, 너무 나서지도 않고 그렇다고 소극적이지도 않게 자신의 영역 안에서 최고의 권력을 행사하는 정마담의 모습은, 단순히 이런 범죄스릴러 영화에서의 전형적인 팜므파탈이라고 하기에는 그 영향력과 카리스마가 여느 남자배우들을 압도할 만큼 강했다. 이렇게 정마담이 매력적인 캐릭터로 남을 수 있었던 건 김혜수의 똑부러진 연기에 힘입은 바가 크다. 김혜수는 <얼굴없는 미녀>를 기점으로 확실히 연기 스타일을 보다 적극적이고 과감하게 바꾼 듯 싶다. 이 영화에서도 그녀는 전라 장면도 불사하고, 아무렇지 않게 욕을 잘근잘근 해대기까지 하는데 놀라운 건 그 와중에서도 정마담 캐릭터의 영리하고 철두철미한 감각이 빛을 발해서 절대 보기 거북하다거나 하지 않다는 것이다. 아니, 오히려 정마담의 카리스마를 더욱 극대화시킨다. 동반자이자 연인으로서 만난 고니에게 연인으로서의 감정과 적으로서의 감정을 동시에 품게 되는 정마담의 복잡다단한 모습이 현란한 화술만큼이나 현란하게 뻗어나가는 김혜수의 연기로 확실히 그 저력을 뽐내지 않았나 싶다. 정말 김혜수는 우리나라에서 대단히 중요한 "강한 여배우"이다. 여배우라는 이미지가 가지는 그 어떤 전형적인 틀에도 속하지 않은 배우 말이다.
백윤식 씨와 유해진의 연기 역시 두말할 나위 없다. 평경장 역을 맡은 백윤식 씨는 생각보다 출연비중이 크지는 않으나, 그가 나오는 부분에서는 여전히 변함없는 강력한 포스를 화면 가득 메운다. 이번엔 북쪽 사투리를 섞어가며 특유의 점잖으면서도 정곡을 콕콕 찌르는 말투로 얘기를 하시는데, 욕설을 여러번 내뱉음에도 불구하고 그마저도 고급스럽게 느껴진다. 고니가 맨 처음 만나게 되는 타짜로서 타짜로 가는 법을 확실히 전수하면서도 동시에 도박의 악마성을 가장 먼저 일깨우기도 하는 평경장이란 캐릭터는 나오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시종일관 영화에 중요한 무게감을 얹어주는 역할이다. 백윤식 씨는 그런 역할의 특성에 걸맞게 예의 점잖은 유머를 구사하면서도 매번 의미심장한 말들로 영화가 하고자 하는 얘기를 정확히 찔러주는, 영화의 중심 주춧돌이 될 만한 터줏대감스러운 연기를 보여주었다. 손보다 입이 더 바쁜 듯한 서민형 타짜 고광렬 역의 유해진은 소재도 그렇고 해서 자칫 어두울 수 있는 분위기를 띄우는 데 큰 역할을 해준 감초 캐릭터다. 누구도 믿을 수 없는 화투판의 세계에서 그나마 착한 심성을 가진 캐릭터라 판 내내 쉴새없이 떠들어도, 주책스럽게 여자한테 함부로 접근해도 나쁘지 않게 보이는 참 인간적인 캐릭터가 이 고광렬이란 역할인데, 유해진의 부담없는 마스크와 현란하면서도 구수한 입담이 어우러져 영화에 더 달콤한 양념을 쳐주지 않았나 싶다. 아, 아귀 역의 김윤석 씨의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천하장사 마돈나>에서도 마초적이지만 연민을 자아내기도 하는 오동구의 아버지 역할로서 깊은 인상을 남겼던 이 배우는 이 영화에서는 정반대로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으로 나와 역시나 날이 제대로 살아있는 연기를 선보인다. 정말이지, 이 영화에 나온 배우들 중에 연기 못하는 배우들은 맹세코 아무도 없다.
이 영화는 범죄스릴러긴 하지만서도 기본적으로 로드무비의 형식을 띠고 있다. 처음엔 고니의 고향인 남원에서 시작해 아직 덜 자란 고니의 모습을 비춰준 뒤, 이후 부산, 군산, 서울 등 전국을 오가면서 원정판을 펼치고 다양한 인간군상을 만나는 고니의 모습을 보여준다. 한 사람과의 이야기가 끝나면 다른 한 사람과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식인데, 거기다가 러닝타임까지 2시간 20분이라 지루해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감독의 능수능란한 연출력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이미 그의 순서는 지나갔다 싶은 인물이 다시 등장하면서 극의 전개를 확 뒤바꿔버리고, 우리가 알고 있던 상황이 실은 전혀 다른 양상이었다는 것이라고 뒤집으면서 잠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게끔 영화는 흘러간다. 믿었던 이가 배신을 하고, 이런 갑작스런 상황에 주인공들의 계획도 순식간에 바뀌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대체 누가 선한 인물이고, 상황이 어떻게 돌아갈지 궁금증의 극치를 달리게 한다. 매 지역 매 판마다 펼쳐지는 화려한 기술(손을 가지고 펼치는 수가지의 기술들은 마치 마술을 보는 듯 신통하게 펼쳐진다)과 배신, 그로 인한 목숨을 건 나날들은 "화투"라는 소재와 어울리지 않게 매우 세련된 세트와 촬영기술과 어우러져 관객의 심장 박동을 끊임없이 높은 수준으로 유지시키며 놓아주질 않는다.
거기다 이 영화는 자칫 전문적인 소재가 될 수 있음에도 누가 봐도 재미가 떨어지지 않게끔 능청스럽게 만들어졌다. 앞에서 말했듯, 난 화투를 하나도 칠 줄 모르고 용어도 거의 아는 게 없는데 이 영화에는 정말이지 수많은 화투 "전문용어"들이 나온다. "섯다, 기술자, 설계자, 뒷장까기, 공사, 기리, @끗, @땡" 등 수시로 나오는 전문용어들에 처음엔 좀 혼란스럽기도 했으나, 단순히 이런 전문적이고 사실적인 화투판의 묘사에 치중하지 않고 이 바닥에서 펼쳐지는 예측불허의 승부와 인간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화투에 대해 문외한인 사람이라도 그 재미만은 절대 놓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화투를 제대로 알고 있다면 그 재미는 배가 되고도 남겠지만.
화투라는 소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영화가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것은 도박이라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험한 놀이를 둘러싼 인간의 욕망이다. 영화는 눈코 뜰 새도 아까울 만큼 시시각각 화투판의 세계에서 온갖 계략과 음모를 꾸미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범죄스릴러로서의 재미도 제대로 선사하는 반면, 그러면서도 도박이 갖고 있는 악마성에 대한 경고도 절대 게을리하지 않는다. 아니, 우리가 고니의 여정을 따라 정신없이 전국을 돌고 판을 벌리다 보면 어느덧 감독이 쥐도새도 모르게 던져놓은 도박의 악마성, 물질의 허상성에 대한 메시지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영화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억대의 돈이 아무렇지도 않게 오가는 화투판의 상황을 마냥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고니에게 가장 먼저 타짜의 비결을 전수하는 평경장은 그러나 자신의 제자가 빚만 갚고 이 바닥을 떠나기를 원하고, 정마담 역시 자신을 이 바닥에 처음 들여놓은 평경장을 원망하며 설계자로서의 삶에 염증을 느낀다. 영화 속에선 우리가 평생 만져볼까 말까한 억대의 돈들이 아주 산더미로 왔다갔다하면서 화투판을 좌지우지한다. 그러나 이 판에 끼어든 이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몇억 씩 더 부르면서 판 크기를 벌려나간다. 잃은 사람은 돈이 적어서 그런가보다 착각하고는 더 많은 돈을 다발로 가지고 오고 그걸 또 신명나게 잃는다. 물질의 크기에 대한 기본적인 체감이나 개념이 도박판의 재미에 함몰되어 아예 마비돼 버린 것이다. 그들은 몇억의 돈을 따도 그게 얼마나 큰 돈인지 모르고, 몇억을 잃어도 그게 얼마나 큰 빚인지 모른다.
결국 영화는 성공보다는 실패의 확률이 최소한 몇십배는 더 높을 "가능성"에 목숨을 걸고 거기에 끝도 없이 빠져들고, 결국 자신이 얼만큼을 바라는지, 얼만큼을 갖고 있고 얼만큼을 잃었는지에 대한 감각도 무뎌지게 되는 화투판 속 사람들의 천태만상을 싸늘하게 꼬집고 있는 것이다. 영화가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놓지 않고 속도감있게 달리는데, 그건 영화 속에 나오는 도박에 미친 사람들의 모습 또한 그렇다. 끊어야지 끊어야지 다짐은 하면서도 절대 끊지 못한다. 이젠 정말 못해먹겠다, 안해야지 하면서 나오다가도 손 안에 돈다발이라도 쥐어지면 대번에 다시 도박장으로 향하는 것이 한번 도박이라는 수렁에 몸을 맡긴 이들의 안타까운 모습이다.
그건 그래도 주인공이라 멋있게 그려지는 고니나 정마담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몇번을 걸려 교도소에 들어갔다 나와도 정마담은 그게 천성 직업인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다시 "공사"(돈을 뜯어낼 희생자를 지목하고 그에 맞는 화투판의 환경을 조성하는 것)를 시작한다. "누나 돈 다 갚았으니 이제 집에 가야지"하는 평경장의 권유에 손가락을 자르고 화투를 끊으려는 고니. 그러나 그는 절대 자기 손가락을 자르지 못한다. 그런 고니에게 아귀가 얘기한다. "어차피 남들이 잘라줄 거 왜 네가 지금 자르냐"고. 영화에서 아귀가 참 몹쓸 사람이긴 하지만 이 말은 맞는 말이다. 도박판에 있어서 끊는다는 것은 절대 자기 의지로는 할 수 없는 것이다. 자기가 손가락을 자를 각오로 끊는 건 절대 못하고, 결국 갈때까지 가서 남이 손가락을 자르거나 손을 망치로 뭉개버려야지만 포기할 수 있는 것이 도박이라는 말이다. 남이 자기 손을 못쓰게 하기 전에는 절대로 끊지 못하는, 온갖 재산과 생계수단을 다 잃어가도 손이 간질거려 화투패를 손에서 뗄 수가 없다는, 마약보다 무서운 도박의 중독성을 영화는 이렇게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다. 헛된 가능성에 대한 헛된 욕망때문에 몸과 마음을 무딜대로 무뎌지게 만드는 도박의 무서움을 말이다.
타짜의 비결을 배우고, 그 덕택에 돈 덩어리 원없이 만지고 좋은 차 원없이 타는 것도 잠시 뿐이다. 인간의 욕심이란 끝이 없어서, 이걸 이루고 나면 저걸 하고 싶은 법이다. 고니 역시도 누나에게 진 빚을 갚는 것도 모자라 몇 배 더 돈을 버는 걸 꿈꾸고, 그걸 이루고도 모자라 결국은 자신도 감당할 수 없는 죽음의 늪으로 좀비처럼 걸어들어가는 것이다. 그는 필사적으로 이를 악물고 최후의 대결까지 다가가지만, 그건 그의 의지라기보다는 이미 허리 밑까지 차오른 화투판이라는 수렁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허우적거리는 모습이라고 봐야 옳을 것이다. 누구도 영원한 친구도 적도 될 수 없는 상황에서, 사랑의 감정조차도 구라인지 의심해봐야 하는 상황에서, 자신을 조종하는 거대한 욕망에 사로잡힌 그들은 철저히 혼자가 되어 바둥거려야 한다. 영화 속 화투판의 몇 가지 수칙 중 하나로도 나오듯, 도박판에 한번 들어가면 그 문은 뒤에서 쾅 하고 닫혀버린다. 그 뒤로는 절대로 쉽게 열어 나올 수가 없는 것이다.
이렇게 영화는 음습하고 부도덕하게 보이는 소재를 가지고 깔끔하고 흡인력 가득한 재미를 선사하면서도, 그 속에서 뭔가 묵직한 사회적 메시지를 남기는 것도 잊지 않는다. 우리는 영화 속에서 신의 경지에 오르고, 보다 악랄한 상대를 향해 달리는 고니와 그 주변 인물들의 여정을 정신없이 따라가면서 긴장감 가득한 재미를 만끽하지만, 그건 절대 한때 즐기면 그만인 무책임한 재미가 아니다. 그런 그들의 여정 앞에는 무모한 인간의 욕망이 불러오는 살벌한 결과물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고, 그 여정을 따라가는 우리 역시 그 정도 쯤은 각오해야 한다. 결국 쉴틈 없는 재미라고 해도 끝나고 나면 깃털처럼 가볍게 날아가버리는 게 아니라, 한번쯤 가슴에 새겨둬야 할 중요한 충고가 이제까지 따라온 보상으로 진득허니 자리잡게 되는 것이다. 어른들의 놀이로 이렇게 완벽한 극적 재미와 스릴을 만끽하게끔 만들어놓은데다가 어른들의 정곡을 확확 쑤시는 메시지까지 심어놓은 영화 <타짜>. 애들은 가라. 이건 어른들만이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의 최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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