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 작가님의 평소 가장 좋아하던 작가 중의 한분이다.
아주 오랜만에 공지영님께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이라는 소설을 내놓고
도서박람회에서 사인회를 하던날, 냉큼 책을 사들고 쫓아가서 사인도 받고 했더랬다..
사인을 받고 뿌듯한 마음에 커피숍에 들어가서 단숨에 읽어버린 그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참 오랜만에 나를 울게 만들었었다.
어찌보면 상투적이다 싶을 정도로 안정적 구성으로 이루어진 소설이었지만..
그래도 그 소설 속 인물들의 아픔에 그렇게 몰입할 수 있었던 것은
사람의 마음을 글로 흔드는 작가님의 글 솜씨 덕분이었으리라..
어쨌든 마음이 따스해지는 제목부터 참 맘에 들었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영화화 된다는 소식을 들었을때,
감독이 송해성님이라는 사실에 설레였고, 한편으론 윤수를 강동원씨가 맡았다는 사실에 불안했다.
(강동원씨를 좋아하는 분들껜 죄송하지만 형사때에 너무 뒤통수를 맞은 지라...;;)
완성되고 개봉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보고 난 느낌은..
한마디로 걱정보다는 잘 나왔다는 점이다.
이나영씨는 배부른 투정을 하는 얄미운 캐릭터가 될 위험이 있었던 유정역할을 참 잘해줬고,
강동원씨도 예상외로 참 괜찮은 연기를 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감독의 힘인가?)
분명,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참 상투적인 영화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영화를 보면을 두번을 울었는데
한번은 그냥 눈물 몇방울 흘린 정도였고, 마지막 장면에서는 꺼이꺼이 울어버렸다.
나름대로 상투적인 영화와 클라셰가 난무하는 영화는 질색한다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것은...
이 영화가 누구나가 가지고 있는 감정의 정점을 참 잘 집어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울지 않을 수 없게 영화를 만들어냈다는 이야기이다.
사형수와의 사랑. 그리고 결국 그 사형수가 죽음을 맞이하면서 사랑했던 여자에게
마지막 말을 남기는데..(그것도 울면서) 그걸보고 울지 않을 사람이 어디있겠냔 말이다.
나역시 참 슬프고, 이유없이 서럽고, 가슴이 저려서 마구 울어버렸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화장실에 가서 화장을 고치고, 극장을 나서면..
내가 왜 울었지? 하는 생각이 들만큼 조금은 허무해졌다.
울음을 터뜨릴만한 요소를 영화에 준비해놓구 사람들을 실컷 울리기는 했지만
진심을 찡하게 울릴만한 여운은 남기지 못했던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영화관에서 울고 나와서도 마음이 찡하고 지릿지릿한 영화가 있는가하면
보면서 실컷 울기는 했지만 극장을 나서면서는 우느라 소비한 체력이 아까운 영화가 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마음이 체력이 아까울 정도는 아니었지만
진심을 울리기에는 10%정도가 부족하지 않았나싶다..
분명 원작을 읽을때에는 진심을 울리는 무언가가 있었는데.....
그것 제대로 살려내지 못한 것이 참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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