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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눈에 비친 격동의 사회 <마리포사 ★★★> 마리포사
haeoragi 2001-10-08 오전 11:38:49 1380   [2]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했다. 그래서 냉혹한 과거는 그저 어제의 일이 아니라 오늘의 또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어린아이의 눈에 비친 그것은 때로는 더없이 냉혹하고 처참하다.
스페인 영화 <마리포사>는 어린이의 눈으로 개인과 격동의 사회를 조명한 작품이다. 무대는 스페인의 평화로운 작은 마을이다. 시대 배경은 파시스트와 공화주의자들 사이에 내전이 발발하기 직전인 1934년이다. 주인공은 여덟살 꼬마 몬초, 초등학교에 입학한 첫날 선생님의 매가 무서워 바지에 오줌을 싼 채 집으로 돌아온 몬초는 인자한 그레고리오 선생님의 배려로 금세 학교 생활에 친숙해진다. 대자연과 세상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배우며 의젓해진다.
잔잔한 성장영화처럼 전개되던 이야기는 파시스트들의 쿠테타 소식이 들려오면서 급류를 탄다. 몬초네 집은 혼란한 스페인 정국의 축소판을 연상시킨다. 몬초의 아버지는 공화주의자다. 가톨릭 신자인 어머니는 파시스트들로부터 아버지를 보호하기 위해 당원증 등을 불태운다. 몬초에게 무신론자인 그레고리오 선생님을 따랐다는 사실을 부인하라고 주지시킨다. 어머니의 성화로 몬초는 울먹이는 표정으로 그레고리오 선생님을 향해 '빨갱이'라는 욕을 퍼부으면서 돌을 던진다.
이 장면은 한국전쟁 때 민주, 공산주의자들 사이에 되풀이됐던 여론재판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몬초가 두 남녀의 정사를 엿보는 장면 등 여러 모로 이광모 감독의 '아름다운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전쟁과 이념대립으로 드러나는 사람들의 비인간성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때로는 타의에 의해 자신도 모르게 폭력에 길들여지는 인간의 비극을 절감하게 한다.
<마리포사>는 이런 묵중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화면은 결코 무겁지 않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종반부의 메시지는 단어 위에 점을 찍는 방점과 같다. 대신 영화의 무대가 된 스페인의 작은 마을인 갈리시아의 수려한 풍경,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 그리고 어린 꼬마가 세상에 눈을 떠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어린아이의 성장기라는 익숙한 형식을 빌리면서도 하고 싶은 말을 빠뜨리지 않고 전달하는 솜씨가 뛰어나다. <★★★>

(총 0명 참여)
pecker119
감사해요.   
2010-07-03 08:3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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