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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익은 사랑 <못다한 27번의 키스★★★> 못다한 27번의 키스
haeoragi 2001-10-08 오전 11:39:37 902   [2]
<못다한 27번의 키스>에서 14살 소녀 시빌은 41살의 중년 알렉산드라를 지독히 사랑한다. 그런데 알렉산드라의 유일한 피붙이인 아들 미키가 이 소녀를 사랑한다. 이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정작 알렉산드라는 다른 유부녀들과 밀애를 나누느라 여념이 없다.
한 소녀와 부자의 삼각 관계는 버거운 만큼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소재다. 아들의 여자를 사랑한 <데미지>나 소녀를 사랑한 끝에 그 어머니와 결혼까지 하는 <롤리타> 같은 영화가 그랬다.
놀랍게도 <못다한 27번의 키스>는 부담스럽기는커녕 슬슬 미소짓게 하다가 웃음을 참지 못하게 만드는 재주를 보인다. 환타지와 사실주의를 부드럽고 유쾌하게 넘나드는 연출 덕분이지만 그 은유의 정치학은 날을 퍼렇게 세우고 있다.
성숙한 여인과 풋풋한 소녀 사이에 걸쳐 있는 시빌의 알몸을 과감히 보여주는 것도 그렇다. 옛 소련의 그루지야 공화국 출신의 감독은 시빌의 거침없는 갈구를 자유와 독립을 꿈꾸는 정치적 메시지로 바라보게 하는 근거들을 충분히 펼쳐놓아 관음의 혐의를 쉽게 벗는다.
하나의 대상이나 사건에 의미를 겹쳐놓는 방식은 계속 이어진다. 한 소녀와 부자가 얽힌 애정의 시선은 서로 마주치지 않아 불꽃을 내지 않지만 눈에 보이는 열정들이 이들 주변에서 타오른다. 알렉산드라와 자주 정사를 나누는 한 여인은 괜찮은 마을 남자들을 모조리 자기 애인으로 만든다. 이 사실을 잘 모르는 남자는 남편뿐이지만, 이 여인의 애정 행각을 틈날때마다 보여주는 화면에는 도덕적 힐난이 없다. 그 남편을 단순무지한 군대 지휘자로, 시어머니를 단순과격한 관료로 그리며 비꼬는데서 그 의도를 드러낼 뿐이다.
자유를 꿈꾸는 시선은 불출하는 욕망에 손을 대려는 어떤 시도도 비난한다. 마을 회관 같은 곳에서 이벤트처럼 사영된 에로물 <엠마뉴엘>은 그날 밤 많은 사건을 낳는다. 도덕주의자 행세를 하던 교장이 엉뚱한 침대에서 비명횡사하고, 영화 속 엠마뉴엘처럼 열대의 자연에서 사랑을 나누고자 했던 연인은 권력자의 저택에 들어가 한바탕 일을 치르며 기막힌 소동을 만들어 낸다.
시빌을 둘러싼 관계에서도 마찬가지 태도다. 시빌을 가운데에 둔 부자는 오해에서 비롯된 비극을 맞고, 도덕적 비난에 갇혀 있던 시빌은 더 넓은 세상으로 도망치듯 떠난다. 시빌이 일으킨 비극에 대해 책임을 묻기는커녕 그의 자유의지와 욕망에 손을 들어주는 셈이다. 이것을 위태롭게 볼 것인지, 수긍할 것인지에서 관객의 태도가 갈릴터이지만 흥미진진한 이야기임은 틀림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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