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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간다] 그래도 여름, 가을, 겨울이 남았잖아요. 봄날은 간다
happyend 2001-10-09 오후 12:01:38 1312   [7]
이루이지지 못할 걸 뻔히 알면서 시작하는 사랑은 참 슬픕니다. 그
사랑이 혼자만의 짝사랑일 때는 차라리 낫습니다. 그 사람도 날 좋
아한다는 걸 알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나에게 별로 중요한 존
재가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그 사람을 대해야 하는 것은 세상의 그
무엇보다도 깊은 고통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영화 [8월의 크리스마
스]는 바로 그런 고통을 너무 절절하게 그려낸 영화였습니다. 아픈
여름과 가을 그리고 겨울이 가고 다시 온 봄은 어떤 빛깔일까요....

상우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일 때문에 만난 그녀. 은수
때문에 상우는 무척이나 행복합니다. 그가 사랑해서 업으로 삼은
소리만큼이나 그에게는 은수가 자신의 가슴 속에 메아리쳐서 가득
해지는 소리입니다. 그녀를 보고 싶은 마음에 친구를 졸라서 강릉
까지 달려갈 정도로 사랑에 푹 빠졌죠. 소리 채집을 하면서 그녀와
함께 한 순간도 소리처럼 그의 마음에 차곡차곡 쌓이면서 계절의
변화를 맞습니다. 그러나 계절의 변화는 상우를 무척이나 힘들게
합니다. 은수의 태도 변화는 그가 사랑하는 소리에 대해 더 이상
신경을 쓸 여유를 만들어주지 않습니다. 기차역에서 돌아오질 않을
할아버지를 기다리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20대 초반의 젊은
상우가 한꺼번에 감당하기에 이런 갈등은 정신적으로 너무 버겁습
니다. 그렇게 계절은 흘러갑니다.........

이 영화에서 소리는 사랑과 같습니다. 상우에게 사랑이란 할머니
사진첩의 사진들처럼 녹음된 순간 테이프에 영원히 각인되어 변하
지 않는 사운드 그 자체였겠지만, 은수에겐 이것저것 고려하고 신
중하게 판단한 다음에 해야 돼는 라디오 방송이었던 것입니다. 두
가지 모두 소리임엔 틀림없고 서로 섞일 수는 있지만... 엄연히 다
른 존재입니다. 담는 소리와 퍼내는 소리. 듣는 소리와 들려주기
위한 소리. 녹음한 뒤에 방송을 듣고 “쪽 팔려.”라고 했던 것처럼
은수는 이혼녀인 자신이 연하의 남자와 사귀는 이 상황이 어느 순
간에 그렇게 느껴졌던 게 아닐까요. 그런 은수를 이해할 수 없는
상우의 상처받은 눈빛이 은수에게도 고통이었을 것입니다. 비록 한
없이 냉정해 보이는 은수라 해도 누군가에게 마음을 준다는 게 그
리 쉬운 일은 아니니까요.

우선 이 영화를 보러 가실 분에게 미리 말씀드리고 싶네요. 꼭!꼭!
꼭! 사운드가 좋은 극장에 가셔서 보시라는 겁니다. 이 영화에서
소리가 제대로 못 살고 죽어버리면 영화는 제대로 못 보신 거라고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거든요. [8월의 크리스마스]가 故 유영길
촬영감독님의 깊이 있는 화면에 푹 젖어들어 보는 영화라면 [봄날
은 간다]는 자연의 소리와 생활 속의 소리를 잘 잡아낸 음향담당자
의 세심함에 푹 젖어서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음향담당자들이 무
척 고생했을 거 같더군요. 전에도 느꼈던 것이지만 허진호 감독은
일상에서 만나는 침묵의 여백을 무척이나 잘 잡아내는 것 같습니
다. 이런 여백을 잘못 잡아내면 영화가 썰렁해지는 건 둘째치고 영
화의 흐름이 엉망이 되어버리니까요. 감독이 요구하는 여백과 섬세
한 사랑의 흐름을 이영애와 유지태 역시 잘 살려주고 있었습니다.

[봄날은 간다]는 아직 제 가슴 속에 담겨 있는 [8월의 크리스마
스]의 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본 영화라서 자꾸만 [8월
의 크리스마스]가 떠오르는 걸 어쩔 수가 없더군요. 아쉬운 점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래도 전 이 영화가 무척이나 사랑스러웠습니
다. 마지막에 본 상우의 미소가 파란 가을 하늘 같았거든요. 아프
고 혼란스러웠던 봄날은 갔습니다. 그러나 아직 여름. 가을, 겨울
이 남았고... 또 다른 봄이 올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계절은
계속 되겠죠. 주인공인 상우에게도.... 허진호 감독에게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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