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을 본 후 한 평론가가 한 말이 있다. '충무로의 기념비적인 오락영화'라고. 그러나 타짜는 괴물의 오락성을 가뿐히 뛰어넘는다. 물론, 괴물보다 더 머리를 굴려야 하는 영화이지만 머리를 굴리는 행위마저 즐거운 영화. 이게 바로 타짜다. 정말 개인적으로 괴물이 100% 오락영화라고 하면 타짜는 200%의 오락영화라고 할 만 하다. 즉,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영화는 '괴물'과 함께 올 해 한국영화 최고의 작품이 될 게 '확실시'된 것 같다.
먼저 배우들의 연기를 찝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최동훈감독은 봉준호, 박찬욱, 김지운, 송해성감독처럼 배우들의 연기를 최상으로 이끌어 내는 재주가 있는 것일까? 정말 주연부터 조연, 단역까지 그들이 맡은 역활에서 최상급 퀄리티의 연기를 보여준다. 비록 조승우가 가진 억양이 그리 강렬한 악센트를 발휘하진 않았지만 그의 눈빛과 화투를 다루는 솜씨는 정말 훌륭했다.(비록 필자는 범죄의 재구성의 박신양씨의 연기가 더 맘에 들기는 하지만)
그리고 타짜가 빛나는 또 하나의 이유. 바로 김혜수의 연기때문이다. 요즘들어 뛰어난 연기를 자주 선보이는 터라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그 기대이상이었다. 파격적인 노출은 물론이거니와, 팜프팜탈의 모습으로 상대를 파멸시키는 캐릭터를 연기해낸 김혜수는 이 영화에서 정말 모든 혼을 다 쏟은듯한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었다. 비록 김혜수가 미스캐스팅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많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건 김혜수 이외에 정마담역을 맡을 배우가 '거의'없다는 것이다!
또, 언제나 그렇듯 '연기의 진국'의 맛을 아는 백윤식씨의 '화투의 고수'역의 연기도 대단했다.(백윤식씨는 사기의 고수, 정치의 고수, 싸움의 고수, 씨름의 고수까지 고수라는 고수는 모두 하는 것 같다) 또한, 영화의 감초역할을 담당하는 유해진씨의 '서민타짜'연기도 일품이었다. 이문식 없는 범죄의 재구성을 상상할 수 없는 것 처럼 유해진이 없는 타짜는 상사오 못 할 정도로 그 비중이 높았다. 그 밖에 아귀역을 맡은 김윤석씨의 놀랄만한 악역또한 영화를 빛냈다.(개인적으로 한국영화사상 가장 악날하고 재수없는 악역으로 꼽을만한 캐릭터를 표현해냈다고 본다)
이 영화에서 배우들의 연기가 빛나는 만큼, 영화가 표현해내는 캐릭터들 또한 놀랍다. 그렇게 캐릭터를 중요시하고 또 잘 표현한다는 봉준호감독도 따라오지 못할 멋진 캐릭터들의 향연이 이 영화를 빛나게 한 것이다. 물론, 워낙 탄탄한 원작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몇년간의 각색작업을 거친 끝에 탄생된 고니, 정마담, 평경장, 고광렬, 아귀, 짝귀, 곽무영등의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생동감넘치고 팔팔 살아있는 느낌이었다. 물론, 워낙 등장인물이 많고 내용이 방대한 원작이라 깊이있는 캐릭터들의 상호관계가 크게 이루어지지는 않지만, 이 단점또한 최동훈감독의 연출력에 의해 조용히 묻힌다.
그 밖에 촬영, 편집, 음악등도 대단했다. 과연 영화란 매체의 장점을 모두 살린 영화라고 생각된다. 화투치는 장면에서 다양한 각도의 촬영과 다중분할된 편집, 인서트의 적절한 사용과 화려한 장면전환, 극단적인 클로즈 업을 통한 속도감전개, 풀 샷의 효과적인 사용등. 평론가의 말처럼 '영화의 정석이 무엇인지 알려준다'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영화인 듯 싶다. 또, 과거와 현재를 자유자제로 이동하는 화면또한 자연스러웠다. 이런 요소는 전작인 범죄의 재구성보다 한층 업그레이드 된 경이로운 '화면빨'을 제공하도록 연출한 최동훈 감독의 연출력의 승리라고 밖에 표현 할 수 없을 듯 하다.
또한, 범죄의 재구성에서도 그렇듯 최동훈 감독의 시나리오가 실로 놀라운데, 위에서 밝힌 것 처럼 감독이 몇년간의 각색작업을 거친 끝에 탄생한 각본이라 이야기의 흐름이나 에피소드들이 하나같이 아기자기하고 감칠맛이 흐른다. 물론, 원작에서 나온 멋진 대사들을 사용하긴 했지만, 이런 대사들을 더욱 갈고닦아서 하나의 거대한 스토리라인으로 탄생시킨 최동훈 감독의 시나리오는 언제나 느끼지만,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감독은 이 영화에서 '인간의 욕망'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하면서, 이것이 또한 영화의 주제라고 말했다. 영화에서 이 주제가 정말 제대로 표현되었고, 그래서 관객들에게 더 많은 공감을 주었다고 생각된다. 정마담의 대사를 인용하면, 하나의 작은 희망이라도 있으면 그것에 희망을 걸어보는 게 인간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고니는 우연히 도박에 끼이고, 누나의 돈 다섯 배 만큼을 벌지만 '돈을 더 벌 수 있다는 희망'때문에 결국 욕망의 근원지인 도박에 빠지게 된 것이다. 이는 고니라는 캐릭터의 연대기와 그와 어울러진 캐릭터들의 상호관계에서도 주제를 파악할 수 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물분 안가리고 냉정하게 행동하는 '타짜'들을 통해, 승부의 냉정함과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제대로 표현해 내고 있다.
개인적으로 괴물과 함께 올 해 최고의 영화로 꼽고 싶은 영화 '타짜'. 이제 타짜에 대해 분명한 사실이 세가지가 되었다. 하나는 이 영화가 추석시즌의 진정한 승자가 될것이라는 점. 두번째는 앞으로 나오는 모든 도박영화는 타짜와 비교되게 될 것이라는 점. 세번째는 이제 최동훈감독의 세번째작품은 다른 감독들의 작품이 그랬던 것 처럼 감독 자신의 최고 흥행기록을 갈아치울 것이라는 점이다.(박찬욱, 봉준호, 김지운, 강제규, 이준익, 류승완, 최호감독 등등이 그들의 세번째 작품에서 자신들의 최고 흥행기록을 갈아치웠죠)
P.S - 조승우. 너무 멋있습니다. 김혜수 너무 예쁩니다 ㅠㅠ
20자평 - 한국영화의 또다른 국보급 장르영화 탄생! 경이롭다!
유의사항 - 화투에 '화'도 모른다면 공부를 미리 하시고 보셔야 할 겁니다.
비슷한 영화 - 범죄의 재구성
이 장면만은 - 고니와 아귀가 서로의 손을 묶고 화투 패를 뒤집는 장면,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되고 편집된 멋진 화투장면들. 유해진씨가 선보이는 주옥같은 감초연기 장면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