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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opper] 영화가 뭐 이래. 자극적인게 좀 있어야지. 라디오 스타
cropper 2006-10-04 오후 12:47:47 1101   [4]

1981년 8월 1일, 첫 전파를 탄 MTV의 야심찬 오프닝곡은 - 제목만 들어도 소름끼치는 -
"Video killed the Radio star" 였다.   음악은 더 이상 진동으로만 전달되는 '울림'이 아니라 시각과 함께
전해지는 즉, 귀지와 눈꼽의 동시다발적인 화학반응으로 정의되기 시작한 것이다.

MTV가 음악을 지배하는 이 시대에 '라디오'라는, 입밖으로 소리내자마자 낡은내가 폴폴나는 단어의
영화 한편이 극장가를 잔잔히 물들이고 있으니, 바로 '왕의 감독' 이준익 의 신작 [라디오 스타] 다.
명절땐 그냥 웃고 말자는 소신을 가진 3년짜리 연작물 '가문의 부활'이나 성인오락물의 절정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타짜'와의 경쟁 속에서 [라디오 스타]는 유난히 조용하면서 빛나는 수작이다.

기라성같은 가수들을 제치고 88년 가수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던 왕년의 인기 가수 최곤(박중훈)은 현재
미사리 까페에서 불륜남녀들의 무드를 잡아주는 통기타 가수로 근근히 살아가고 있다.
옛날엔 '정말 잘나갔던 최곤 오빠'였지만 이제는 부질없이 살아남은 자존심이 오히려 살기 힘들게 만든다.
그의 곁에는 아직도 그가 재기할 것이라 믿는 더더욱 부질없는 매니저 민수(안성기)가 전성기때와 다름없는(?)
충성을 다하고 있다.  원주 방송국으로 곧 통폐합될 영월지국의 오후 방송  라디오 DJ  한 자리를 어쩌다
부탁받은 최곤은 죽지못해 이에 응하게 되고, 별 볼일 생기지 않는 촌구석에 왕년의 스타 최곤의 '오후의
희망곡'은 첫방부터 예상치 못한 사건을 불러 일으키기 시작하는데 ...




과거 영광의 끈을 놓치 못해서 지금도 현실의 끈을 잡지 못하는 어리석은 가수와 매니저가,
보잘것 없는 일이라고 여겼던 아주 작은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받아들이는 삶의 새로운 보람과 소명의식에
대한 이야기 [라디오 스타]는 쫑긋 열어놓은 눈과 귀보다도 마음에 먼저 와닿는, 작지만 큰 영화다.

주인공 역할에 박중훈과 안성기가 캐스팅 되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마음에 썩 들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두 배우는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배우들이지만 최근에 그들의 연기는 틀에 갖히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두 연기자의 티격태격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투캅스'를 다시 보고 있는 듯하여 어색
하고 불편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두 사람의 연기 보다는 주제의 진정함과 따스한 인간의 온기에 마음이
움직이는 그런 영화다.

특히 '최곤의 오후의 희망곡'을 매개로 일어나는 작은 사건들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청록다방 김양'의
사연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갑작스런 감동  내공을 시전하면서 그제껏 띄엄띄엄 영화를 보던 관객들의
자세를 고쳐앉게 만든다.   '내이름은 김삼순'에서 삼순이의 새끼 파티셰 역할을 맡았던 신인배우 '한여운'
의 전혀 예상못한 반짝임은  영화가 끝난 내내 회자될 만큼 또렷한 '한 여운'을 남긴다.



[라디오스타]는 이번 추석에 TV로 방영될 '웰컴투 동막골'과는 달리 감동을 위한 감동을 끼워넣는 억지를
부리지 않는 정직함이 무기다.   
뇌를 자극하는 뾰족한 긴장도, 가슴을 벌렁이는 빠른 박자도, 눈을 사로잡는 멋진 풍경도, 큰 웃음을 자아내는
폭소도 없다.   라디오가 갖는 순수한 매력처럼 [라디오 스타]는 이 모든 영화적 장르의 기교 없이 정말 잘도
굴러갈 뿐 아니라 가슴에 쏙쏙 박힐 만한 진정한 몇 장면을 남긴다. 

매니저 없이는 담배도 못피던 최곤이 드디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자 그의 곁을 조용히 떠나주는
매니저 민수가 김밥장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버스안에서 최곤의 방송을 들으며 김밥을 꾸역꾸역
입에 넣는 장면은, 연기력이라는 것이 밖으로만 발산되는 것이 아니라 안쪽 깊은 곳으로 퍼져나가는 것이라는
수십년 연기 내공을 소름돋도록 훌륭하게 보여주며, 빗속에서 민수를 다시 만나는 엔딩씬의 박중훈의 연기
또한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에서 보여준 배우 박중훈 그 자체이다.
- 빗속에서 치고박던 '인정사정' 없던 결투신을 떠올린다면 그 영화와 함께 세트로 기억될 멋진 엔딩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이 그 적절한 때를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부질없는 명예욕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또 사람들은 자신의 옆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모르고 모르고 언제까지나 자신의 곁에 머물러 줄거라 믿는다.

영화 [라디오 스타]는 우리의 삶의 가치가 어느 한 곳이나 개인의 내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인간의 관계속에, 그리고 또 생각하지 못한 다른 곳에도 얼마든지 존재한다는, 부담스럽지 않지만
결코 녹록하지도 않은 깊이가 담겨있는 수작이다

[라디오스타]는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우리 속담 같은 영화다.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 이 연휴기간에  당신의 삶에 베어들 다양한 이웃들의 표정과, 자신의 인간관계를
돌아볼 수 있는 좋은 추석 선물이다.

Filmania cropper


(총 0명 참여)
lmk1208
하지만 재밌느걸 ? 리뷰 자 ㄹ쓰시네요.   
2006-10-04 12:5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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