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타짜
redface98 2006-10-06 오후 11:36:11 1052   [3]
060928 CGV 조조, 혼자

혼자, 등 뒤에 아무도 없는 극장 맨 뒤 좌석에서 2시간 20분 동안 스크린을 보고 있는데, 규칙적으로 흔들흔들 하는 배 바닥에 주저앉아 컴컴한 바다를 멍하니 보고 있다는 신기루에 사로잡힌다. 타는 듯 목이 마른데 이 물은 마실 수 없다. 짜고 시퍼런 물이 괴물처럼 꿈틀거린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내 속에 절망만 넘실대고 있지는 않다. 아니, 절망이라는 감정은 거의 없다. 오히려 기쁨도 슬픔도 사랑도 증오도 분노도 심지어 나라는 존재까지도 아무것도 없다는 것에 대한 가벼움......그리고 이 감정들이 모두 이 영화에 대한 만족감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나는 흔들 흔들 흔들리며 깨달았다.


딱히 흠 잡을 게 없는 영화다. 나는 아무래도 최동훈 감독의 화려하지 않은 스타일에 시나브로 중독 된 것 같다. 이 감독의 인물들은 멋지다. 배우가 연기하고 있는 배우로 보이지 않고 정말 실제로 존재하고 있다는 리얼한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쫄깃쫄깃한 배우들의 연기가 오랜만에 두통을 가라앉힌다.

김혜수가 알부자 호구에게 드디어 본 모습을 드러내며 졸라 차가운 눈빛으로 알아서 살아남으라고 씨부렁거리는 모습에서 감탄한다. 혜수언니는 주연하는 영화에서 꼭 한 대목씩 그제서야 자기 자신을 잊어버린 듯 순간 반짝, 하는 연기를 보여줄 때가 있다.

얼마 전까지 드랙퀸을 꿈꾸는 고등학생 씨름선수 아버지가 되어서 모래바람 날리는 허무한 공터 같은 얼굴로 미래는 없다는 듯 온몸을 늘어뜨리고 다니던 남자가 이번에는 무시무시한 악취를 풍기며 독을 뿜는 아귀로 돌아왔다. 저토록 캐릭터가 진하게 느껴지다니, 감독의 능력일까 배우의 역량일까.

고광렬의 쉴새없는 입담이 나를 설레게 한다. 국어책 만드는 사람들이 쓴 것 같은 대사가 판을 치는 영화들만 보다가 이렇게 생생한 말빨에 귀를 담그니 이제야 살 것 같다. 그리고 혹시나 고광렬이 고니를 배신하지 않을까 내내 노심초사했던 점, 정말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조승우. 나는 그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조승우라든지 유지태 같이 생긴 사람들. 그런데 이제는 어쩔 수 없이 조승우가 나오는 영화를 슬금슬금 찾아 볼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시종일관 나는 이 영화에서 ‘배우 조승우’를 한번도 느끼지 못했다. 그는 그냥, ‘고니’였다. 배우에게 최고의 칭찬 아인교?


마지막으로 최동훈 감독님. 멋지세요.


(총 0명 참여)
1


공지 티켓나눔터 이용 중지 예정 안내! movist 14.06.05
공지 [중요] 모든 게시물에 대한 저작권 관련 안내 movist 07.08.03
공지 영화예매권을 향한 무한 도전! 응모방식 및 당첨자 확인 movist 11.08.17
40791 [라디오 스타] 최곤. 정말 미웠지만...민수형...ㅠ_ㅠ junisun 06.10.07 1137 5
40789 [플라이 대디] 이준기의 연기력이 들어났다.. (1) nansean 06.10.07 1501 9
40788 [본 콜렉터] 보는 내내 긴장감 nansean 06.10.07 1334 3
40787 [친절한 금..] 너무 기대했나? whjcolor 06.10.07 1663 5
40786 [첫사랑 사..] 꽤 재밌게 봤음 whjcolor 06.10.07 1302 4
40785 [투사부일체] 웃기다 whjcolor 06.10.07 1305 6
40784 [파송송 계..] 송송 썰어버리고 싶음 whjcolor 06.10.07 1241 5
40783 [색즉시공] .... whjcolor 06.10.07 1311 7
40782 [내 생애 ..] 아름다운 영화 whjcolor 06.10.07 1633 3
40781 [툼 레이더] 그럭저럭 볼만했던~ nansean 06.10.07 1404 4
40780 [알포인트] 정말 최고 whjcolor 06.10.07 1350 3
40779 [왕의 남자] 감동의 도가니 whjcolor 06.10.07 1795 4
40778 [달마야 서..] -_- whjcolor 06.10.07 1280 5
40776 [트로이 디..] 브래드 피트 ㅠㅠㅠ whjcolor 06.10.07 1491 5
40774 [미스터 &..] 굿~ whjcolor 06.10.07 1736 9
40773 [미스터 &..] 정말로 부부가 되버렸네? nansean 06.10.07 1644 7
40772 [라디오 스타] 우리들의 감성으로 여행 skbfm 06.10.07 988 5
40771 [타짜] 만화나 소설을 원작으로한 영화치곤 스토리와 재미 두마리토끼를 거의잡은 영화 firesup 06.10.07 949 8
40770 [일본침몰] 초난감 주연의 초난감 영화 polinah 06.10.07 1589 6
40769 [라디오 스타] '입으로는 웃고 있지만, 눈에서는 눈물이 흐른다' polinah 06.10.07 1335 13
40768 [두뇌유희 ..] 당신은 X-맨이 맞습니다? 아닙니다? whrrrkd00 06.10.07 1512 3
40767 [노이 알비..] 이제 그만 달리고, 노이, redface98 06.10.07 885 4
40766 [연인] 장이모 감독 작품 nansean 06.10.07 1433 7
40765 [댄서의 순정] 문근영 연기는 조앗지만 hek1312 06.10.07 1546 6
40764 [라디오 스타] 안성기와 박중훈에게 건배! ffam 06.10.07 867 6
40763 [분홍신] 구두를 신으면 nansean 06.10.07 1081 4
40762 [성룡의 신화] MBC에서해준 신화.... nam4660 06.10.07 1236 17
40761 [싸움의 기술] MBC에서한 싸움의기술... (1) nam4660 06.10.07 1359 4
40760 [구미호 가족] 기대를안해서나름재밌었던영화~! lcatseyel 06.10.06 1155 4
40759 [우리들의 ..] 무서워요 redface98 06.10.06 1153 6
현재 [타짜] redface98 06.10.06 1052 3
40757 [구미호 가족] 제대로 낚였음...ㅠㅠㅠㅠㅠㅠㅠ blue_bells 06.10.06 1243 4

이전으로이전으로1546 | 1547 | 1548 | 1549 | 1550 | 1551 | 1552 | 1553 | 1554 | 1555 | 1556 | 1557 | 1558 | 1559 | 1560다음으로 다음으로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