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917 대한극장, 현경이
결혼한 친구가 남편과 보려고 예매해 두었던 영화표. 영화보기 10분전 따뜻한 플레인 베이글. 계속 육두문자를 써 대던 요란한 차림의 젊은 남자아이들 옆에서 커피를 마시던 우리들.
내 생애 첫 번째 겨울인 것 같아요. 마지막 겨울이 되겠지만.
맨날 목요일이었으면 좋겠어요.
아니에요 고마워서요.
면회다. 준비해라.
무서워요! 애국가를 불렀는데도 무서워요!
10시~1시.
나는 얼마나 용서하며 스물여덟 해를 살았을까. 웃고 있는 내가 행복하다고 느꼈을 때. 살아 있다는 것. 뚝뚝 비가 떨어지고 있는 어둠 속의 거리. 벌개진 눈을 하고 먹은 메밀국수. 친구와 헤어지고 혼자 펴든 우산. 세상 빛을 처음 봤던 순간과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그리고 지금 혼자라는 사실이 짙게 배어 있던 비 떨어진 어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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