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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아들의 방>빈 사람의 자리에 자라는 슬픔... 아들의 방
killdr 2001-10-17 오후 2:45:54 804   [5]
  솔직히 [아들의 방] 시사회후 관객들의 반응은 썰렁했다. 영화 광고에서 영혼을 울리는 걸작이라고 되있었기 때문일까? 2001 칸느 영화제 황금종려상에 빛나는 기대작이어서 기대가 컸기 때문에 실망이 컸던 것인지, 솔직히 관객들의 반응은 냉담했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일부에서는 "영화제 수상작이 다 그렇지 뭐" 그런 말도 들렸고, 일부 관객은 상영중 극장을 나가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내 생각에 이 영화는 분명 황금종려상을 받을 만큼의 작품성이 있는 영화였다. 다만, 이 영화 시사회 관객이 대학생들이나 젊은 직장인들이기에 이 영화에 대해 전혀 공감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런 반응이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럼, 이 글을 쓰는 "젊은" 나는 어떻게 이 영화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었냐고? 그건 내가 "의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이탈리아에서 건너온 이 영화의 이야기는 아주 간단하다. 단란하던 네 식구가 살고 있던 어느 일요일, 스킨 스쿠버를 하던 아들이 사고로 사망한다. 그 아들이 죽은 이후의 나머지 가족들의 이야기가 이 영화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다른 영화와는 다르다. 극적 전개없이 현실속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그런 행동들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심하게 말하면, 아니, 사실대로 말하면, 이 영화가 보여주는 화면은 영화가 아니라, 정말 아들을 잃은 가족을 그대로 찍은듯한 화면을 보여준다. 나래이션 없고, 눈물을 흘려야 할듯한 감동적인 대사도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빈 자리로 남아있는 그 사람때문에 힘들어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그대로 그려내었다. 그것은 가장 큰 감동일수도, 혹은 재미없는 밋밋함의 두가지 요소를 모두 가질수 밖에 없다.
  감동이냐 재미없음이냐. 그것은 그 깊은 슬픔을 머리속에서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그 슬픔을 겪어보거나, 그 슬픔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감동을 받을것이고, 아직 20대초반, 혹은 10대 후반의 젊은 세대처럼 머리속에서나 이해되는, 가을동화에서 송혜교와 송승헌의 죽음을 멋있고 낭만적인, 그리고 약간은 안타까움으로 보는 세대는 이 영화를 재미없는 영화라고 볼 것임에 틀림없다.

  어쩌면, 불행히도 난, 이 영화속에서 깊은 감동을 받았다. 그것은, 내가 앞에서도 말한것처럼 내가 의사이기 때문이기도 하며, 개인적인 경험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두가지 때문이 아닌, 이 영화는 그 자체로 훌륭한 영화라고 보여진다.

 [아들의 방]은 난니 모레티 감독이 각본과 주연을 맡은 영화이다. 그는 그가 쓴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자신이 어떻게 영화를 이끌어 나갈지 잘 알고 영화를 만들어 내었다.

  이 영화는 대부분 주인공인 "조반니(난니 모레티)"의 시선혹은 그의 행동을 중심으로 보여진다. 다른 가족-죽은 아들의 어머니와 누나-의 이야기도 있지만, 역시 조반니의 영화라고 말할 수 있다.
  조반니. 그는 정신과 의사이다. 1년 6개월째 매번 방문시마다 "이번이 마지막 면담이예요"라고 말하는 환자, 자신이 "색골"이라고 생각하는 포르노 영화에 중독된 남자, 자살충동에 시달리는 등의 "끔찍한 환자"등을 상대하는 피곤한 직업의 의사이다. 매일매일이 다를것이 없는 매일이 똑같은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남자이다.
  어느 일요일, 아들과 조깅을 나가려는데 환자에게서 연락을 받고 환자를 방문했다. 그 사이 스킨스쿠버를 나간 아들이 사고로 사망했다. 그때부터의 이야기가 이 영화의 이야기이다.

  떠나간 자는 남은 자의 슬픔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했던가. 이 영화의 진정한 대단함은 이때부터 가족들의 행동에서 알 수 있다.
옷을 사러 백화점에 가도 함께 옷을 사던 기억때문에 탈의실에서 통곡하는, 그리고 남자 친구와 헤어지고, 농구 시합에 집중하지 못하고 심판에게 대드는등 기복심한 감정을 보이는누나의 모습. 아들의 사고뒤 날라온 여자친구로부터의 편지를 보고 그 여자친구를 통해서라도 아들의 기억을 하나라도 더 간직하고 싶은 어머니. 일요일날 자신을 불러내어 아들과 조깅을 하기로 했던 것을 못하게 만든 환자에 대한 아버지의 반감. 그리고 아들의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는 후회를 하는 아버지의 직업에 대한 회의.

  그 어느것 하나, 현실에서 과장되거나 부족함이 없이 그대로 담아내었다. 그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화면은 분명 그렇기에, 영화적 전개상으로는 약점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자식들을 키워본 혹은 키우고 있는 부모님들이나, 누군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야만 했던 기억이 있는(가까운 친척이 노환으로 돌아가시는 것 말고) 사람들은 그 슬픔이 어떤 것인지 알 것이다. 어떤 행동을 해도 떠오르는 떠난 자에 대한 추억. 그러나, 남아있는 자신은 "살아야 하기 때문에" 먹기도 하고, 친구들과 어울리기도 하고, 아무일도 없듯, 조반니처럼 다시 일을 하기도 해야한다. 그러나 그것이 더 지옥같음을. 차라리 내가 떠난자가 되는 것이 더 속편한 일일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을 이해할 것이다.

  그래서 영화는 보여준다. 관의 뚜껑이 닫힌뒤 납으로 용접하는 모습을. 그렇게 완전히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난자를 인식시켜주는 그 마지막 장면을. 그럼에도 그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남은자의 슬픔. 그래서 감독은 이야기한다. 집앞을 지나다 들른, 무전여행중인 아들의 여자친구와 그녀의 남자친구를 결국 그들이 원하는 곳까지 밤새워 차로 태워다 주고 밥을 먹이고 떠나보내주는 그들 가족의 모습을. 그리고 그 둘이 사귀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그들의 솔직한 심정을.

  마지막 장면부터 들려지는, 그리고 아버지가 죽은 아들에게 주는 선물이었던 <브라이언 에노의 By This River>는 그 깊은 울림으로 이 영화에 공감하는 관객들에게 마지막 눈물을 흘리게 만든다. 차분하게 흘러, 더 깊은 슬픔을 주는 이 영화의 OST도 인상에 깊이 남는 것이었다.

  말한것 이외에도 이 영화에서 "남은 자"들이 겪어야할 슬픔의 장면들은 많다. 몰랐던 일상의 한 축이 무너진 뒤의 남은 가족들의 슬픔이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오히려 비현실적인 것 같은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이 영화 [아들의 방]은 분명히 잘 만들어진 영화이다. 다만, 편집이 눈에띄이게 거칠게되어, 장면들이 너무나 다르게 부자연스럽게 넘어가는 단점은 꼭 지적하고 싶다. 그러나, [아들의 방]은 깊은 울림이 있다. 그 깊은 울림을 여러분도 한번 느껴볼 수 있는 기회가 꼭 있기를....

(총 0명 참여)
영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계속 By This River가 가슴속에서 울렸습니다.   
2001-10-18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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