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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금자씨 친절한 금자씨
lkm8203 2006-10-08 오후 9:56:21 2117   [11]
영화의 이러한 도덕적 관점 때문에 최민식이 연기한 백 선생이라는 인물은 매우 흥미로운 존재가 된다. 흥미로운 이유는 백 선생 캐릭터가 마치 한장의 마분지처럼 매우 얄팍하게 그려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영화를 통해 박찬욱 감독은 ‘악’을 단순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을 언제나 거부했었다. <복수는 나의 것>에서 우리는 신하균이 연기한 류나 송강호가 연기한 동진이란 인물들이 저지른 끔직한 행동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두루 공감하게 된다. <올드보이>에서 유지태가 연기한 우진은 혐오스러운 동시에 동정심을 자아내기도 한다. 하지만 백 선생이야말로 순수한 악 그 자체이다.
갑자기 박찬욱 감독이 흑백논리로만 세상을 바라보는 세계관을 갖게 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도리어 백 선생이 보여주는 얄팍한 캐릭터 덕분에 우리는 그를 한 사람의 개인이 아닌 무언가에 대한 상징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만약 이 인물을 백 선생이 아닌 스탈린이라 칭한다면 어떨까? 이렇게 되면 백 선생에게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복수어린 행동은 전혀 다른 관점에서 이해될 수 있다. 또는 개인의 성향에 따라 좀더 추상적인 느낌을 가지고 백 선생을 살인 자체에 대한 상징으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백선생이란 인물이 절대악으로 그려졌다는것에 공감을 하지 못한다. 박찬욱감독은 개인적으로 본인이 어린이유괴를 사람을 미치게 할만한 깊은 원한을 갖게하는 가장 극악한 범죄로 생각하는 모양인데 모든사람의 생각이 감독과 같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백선생은 그냥 박찬욱감독과 달리 유괴라는 것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생각하는 인물인 듯 하다. 백선생이 얼마나 싸이코적이고 비현실적 인물인지는 영화속에서 각종 장면과 대사를 통해 충분히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너무 독특한 인물이라고만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절대악이라고 여겨지지 않는다. 악역을 지나치게 희화화한 나머지 복수의 무게감과 설득력마저 약화된듯한 느낌이다. 그런데 박찬욱감독은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을 염려해서인지 다른 이유가 있어서인지 백선생이 유괴한 아이들의 최후의 장면을 연달아 많은시간을 보여준다. 그것을 본 부모들이 복수하지 않을수 없었단 개연성을 위한 장치이기도 한데 약간 억지스런 장치라고 느껴졌다. 납치 유괴되어 살해된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들이 복수에 나선다는 설정 자체가 갑자가 후반부에 생뚱맞게 붙여졌기 때문이다. 전혀 초반의 내러티브와 연결이 되지 않는다. 그것은 금자씨의 복수를 제도와 법의 테두리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다는 일방성을 합리화하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영화속에서 금자씨는 복수하는 것이 곧 속죄의 길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에 그것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건다. 이제 부모들은 부모들이 집단사고에 들어가서 자신들이 아이들을 많이 사랑하고 있을수록 복수를 처절하게 해야 한다. 복수를 처절하게 잔인하게 하지 않으면 아이를 사랑하지 않은 것이 된다. 부모 처지에서는 자신이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보여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한 칼 씩 찌르는 부모의 행동들은 처절하면서 통쾌하게 느껴지고 또 불쾌했다.
금자씨는 자신의 죄를 속죄하고 딸에 대한 죄책감을 벗고 구원을 받기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서 자신의 복수를 하고 다른 사람들도 복수할수 있도록 돕는다. 자신의 할일을 다한것마냥 의기양양해 하던 금자씨는 환상속에서 유지태가 연기한 아이 박원모와 만나고는 자신이 구원을 받지못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난 여기서 과도한 카메오의 출현은 극의 흐름을 방해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매우 인상깊었던 마지막 장면에서 금자씨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서 천진난만한 연하의 애인과 자신의 딸이 하는 것 처럼 흰눈을 받아먹지 못하고 감옥에서 나왔을때 목사가 건네던 흰두부가 상기되는 흰케잌에 얼굴을 파묻고 만다.
영화를 내내 거슬리던 여자성우 나레이션은 끝까지 너무 친절하게 금자씨는 결국 영혼의 구원을 받지 못했다고 알려주며 끝이 난다.
죄와 벌, 구원과 속죄 과연 올바르게 뉘우치는 방법은 무엇인지, 용서를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것인지 '친절한 금자씨'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붙잡고 있는 것은 속죄 의식의 결말이다. 법과 제도를 넘어선 처절한 복수의 허허로움을 살짝 지적하면서 결말에 물음표를 던졌다.
앞서 복수는나의것과 올드보이와는 달리 자신의 가족과 자신에게 상상도 못할 피해를 끼친 백선생을 죽이기위해 시작된 복수는 2/3 지점에서 어지럽게 흐트러진다. 아니, 흐트러진다기보다 느슨한 리듬을 더욱더 느슨하게 만드는 의도적 내러티브이다. 친절하게 자신의 복수를 양도하며 백선생에 대한 구원, 자신에 대한 구원의 계획을 실현해 나간다.
자신이 박원모를 죽였다는 미칠듯이 자신을 옭아드는 죄는, 백선생에 대한 분노보다도 더욱더 그녀를 죄어오고 마치 구원에 미친 여자처럼, 친절한 복수를 감행한다. 백선생에게 당한 모든 피해자들에게 복수의 기회를 덜어주는것이 그것. 자신이 베풀은 친절과 질서로 자신의 죄까지도 씻으려 했던 것이지만, 여자성우는 조용히 그녀가 구원받지 못함을 말한다.
어찌보면 신의 구원인 두부를 버린채 자신이 직접 만든 하얀색 케이크로 구원하려 했던 것처럼, 처음부터 구원받지 못함을 안채 자신의 속죄를 위해 발버둥치는 그녀의 처절한 모습이 백선생에대한 복수로 이어졌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구원의 떡인 흰 눈을 먹지 못하고 자신이 직접 케이크를 만들어 얼굴을 쳐박는 금자의 모습은 너무도 슬프다. 허탈함과 자신의 모습에 울지도 웃지도 못하며 눈에 넘칠듯이 고인 눈물은 신에게 버림받은, 구원받지 못할 죄에 처절한 자의식을 심어준다. 인간의 수많은 감정은 금자의 여러 모습으로 나타나고, 그중의 복수라는 감정은 철저히 자신이 저지른 죄를 부정한채 출발한다. 결국에는 금자도 - 아니 처음부터 알고있었겠지만서도 - 구원받기 위한 필사의 노력을 행하였지만, 복수란건 결국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못하는 자들의 구원받기 위한 암벽타기와도 같은거라, 떨어질지 안떨어질지 모르는채 한발한발 내딛는 금자의 모습이 무섭고 두렵고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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