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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성과 작품성의 조합 그녀는 날 싫어해
kharismania 2006-10-11 오전 2:05:38 1424   [11]

 스파이크 리는 재치있는 독설가다. 그의 영화는 항상 무언가를 찍어서 풍자하고 해학적인 웃음을 발산한다. 그리고 그 도마위에는 항상 인종차별과 정치비판을 올려놓곤 한다. 이 영화를 제외한 그의 작품중 가장 최근 국내 개봉작인 "인사이더맨" 역시 은행강도 범죄물이라는 맥거핀의 내부에 비판과 풍자의 날을 세웠다. 

 

 이 영화 역시 마찬가지다. 인트로에서부터 영화는 그의 작품이라는 점을 상기하게 만든다. 달러화가 물결치듯 펄럭이며 시작되는 도입부 말미에 등장하는 것은 달러화의 판본 중앙에서 웃고 있는 조지 부시 대통령과 엔론(ENRON)문양이 나란히 자리한다. 이 모양새만 보더라도 이 영화가 씹어보고자 하는 상대에 대한 뉘앙스쯤은 눈치챌 수 있다.

 

 일단 이 영화는 겉보기와는 달리 미국 사회내의 민감한 사항들을 조목조목 건드린다. 소수인종에 대한 괄시, 백인우월주의 등으로 점철되는 인종차별문제, 엔론게이트 등으로 불거진 고위층의 비리 커넥션과 정경유착, 비윤리적 기업 논리 등의 공적사항들을 거침없이 비판하면서 동시에 동성애자를 비롯한 성적 소수자에 대한 질시적 시선과 인본주의 자체는 아랑곳않는 엘리트 지상주의 등의 개인적 세태에 대한 풍자도 거듭된다. 물론 스파이크 리 라는 네임밸류에 걸맞게.

 

 일단 시작부터 영화는 혼란스럽다. 삼십대의 나이에 제약회사의 부사장으로써 탄탄대로의 길을 걷던 존 헨리 암스트롱(안소니 마키 역) -이하 존-은 회사의 주력프로젝트인 에이즈 신약의 핵심이던 박사의 갑작스러운 자살을 목격하고 그가 남긴 상사의 비리에 대한 자료를 보게 된다. 그리고 결국 그런 사실을 내부 고발하지만 그에게 남은 건 매몰찬 해고통지뿐이다. 그로 인해 그와의 은행거래가 전면 중지되고 그의 럭셔리한 생활은 위기를 맞게 된다. 그 순간 자신과 약혼까지 했으나 레즈비언의 정체성을 꺠닫고 그를 떠난 전 애인이 나타나 자신과 자신의 애인을 임신시켜달라는 황당한 요구를 하고 그네들이 내민 거액에 그의 정색은 승낙으로 바뀐다.

 

 일단 존이라는 캐릭터가 지닌 몰락성은 미국사회 -굳이 미국사회에 한정지을 수는 없겠지만 일단 이 영화의 배경이니까, 그리고 그것이 감독의 의도와도 부합되니까- 내의 비도덕적인 연대적 행위 그 자체에 대한 풍자다. 잘못된 것에 대한 고발의식은 결과적으로 배신으로 점철되고 내부적인 응징으로 변질된다. 영화에서도 언급되듯 워터게이트 사건을 까발린 "프랭크 윌리스"의 비참한 말로처럼. 닉슨에 대한 풍자는 특히나 노골적인 의도를 각인시키며 해학적인 웃음을 준다. 

 

 또한 그 몰락의 대상에 대한 관찰도 게을리할 수 없다. 일단 존은 흑인이다. 스파이크의 영화에서 항상 흑인은 차별받는 인종이다. 일단 이 영화에서 진정성을 지닌 인물로 묘사되는 존은 성공한 케이스의 인물이지만 결과적으로 그가 몰락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는다. 그리고 마피아 두목의 물음처럼 대학보다 감옥에 가는 흑인이 많은 이유는 그 몰락성에 있다. 세상의 편견앞에서 좌절하는 소수인종, 그중 대다수인 흑인 -사실 최근 미국내 소수인종 집계에 따르면 히스패닉이 흑인보다 많아졌다고는 하나 미국내 소수인종에 대한 상징성은 흑인이 더 강하므로- 이 화이트 컬러로 성공하기에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성장한 경우라도 언제든 손쉽게 추락할 수 있는 이유는 백인 우월주의의 기반때문이다. 그것은 결과적으로 자유민주주의의 탈을 쓴 미국사회 내부에 자리잡은 백인지상주의적 태도가 얼마나 깊게 뿌리박혀 있는지에 대한 풍자적 시선이다. 능력있는 엘리트 흑인이 높은 자리를 성취하는 것은 백인들의 자선행위가 되고 그들의 실수는 결국 자신들에 대한 배반이자 흑인 사회, 혹은 소수인종사회에 대한 모멸감으로 내뱉어진다. 다양한 인종의 아메리카 드림안의 가식성. 화이트 트래쉬보다도 천대받는 능력있는 소수인종에 대한 부적절한 편견과 차별성. 기회의 땅 아메리카에도 엄연히 존재하는 불평등한 시선적 편견이 웃음으로 배어나온다.

 

 결과적으로 존의 행위는 돈만 주면 무엇이든 다 해주는 이율배반적인 비도덕적 인간성과도 결부되지만 실제적으로는 그런 삶을 영위할 수 밖에 없는 현실 자체가 적나라하게 고발되는 것이다. 하나의 현상으로부터 밝혀지는 범인류적 진단과 한사회에 대한 진단을 스파이크 리는 풍자적으로 내리고 있다.

 

 물론 영화는 무겁지 않다. 정치적인 공격성을 띄고 있으나 영화의 쾌감도는 칙칙하지 않다. 오히려 폭로되는 기만에 대한 통쾌함과 코믹한 상황들로부터 뽑아져 나오는 웃음이 뒤섞이며 대중적인 시야에 다양한 고민을 담아낸다.

 

 또한 무엇보다도 영화의 웃음이 가미되는 것은 남성우월주의에 대한 뒤집기적 상황이다. 여성의 성상품화는 비공식적으로 묵인되고 있다. 하지만 남성의 성상품화는 염두에 두는 일조차 없다. 어쩌면 그것은 수요와 공급의 문제일 수도 있고 사회적으로 혹은 역사적으로 유래없는 일이기 떄문일수도 있다. 하지만 여성들에게 정자를 -행위자체가 섹스라 할지라도 그 목적자체를 보자면- 제공하고 그 댓가로 돈을 받는 존의 행위는 가히 남성의 성상품화가 아닌가. 얼굴 예쁘고 몸매좋은 여성이 상품가치를 얻는다. 그리고 영화에 따르면 남성은 정자의 퀄리티 여부가 그 판가름의 기준이 된다. 그런 상황의 노출 자체가 현실과는 역설적인 괴리감을 느끼게 하며 동시에 역전되어버린 상황의 도출에서 얻어지는 의외의 불순한 쾌감이다. -특히 여성이라면!-

 

 한가지 재미있는 발상을 끼어보자면 인종적인 열등감의 역전이 될수도 있다. 존은 흑인이다. 극중 그의 정자를 원하는 여성들은 -물론 평범하지 않은 레즈비언들일지라도- 흑인부터 백인, 동양인, 히스패닉까지 다양하다. 그들에게 피부색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그의 정자가 지닌 유전자의 퀄리티가 월등할 것이라는 믿음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우수혈통에 피부색따위는 상관없다는 스파이크의 우회적 표현이라는 접근이 가능하다. 백인보다도 우수한 흑인혈통이라는 상징성. 백인 우월주의에 대한 완벽한 비소적 발상. 웃음뒤에 가려진 칼날같은 비수가 느껴진다.

 

 어쨌든 이 영화는 말랑말랑한 로맨틱한 무드와 촌철살인적인 입담과 황당한 상황이 빚어내는 유머, 그리고 결정적인 세태 풍자와 비판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관객의 지적 요구와 오락적 재미를 절충시킨다. 그것이 스파이크 리의 영화를 찾는 관객의 이유이자 그의 영화를 찾아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written by kharis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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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kdgkd
시사회를 보러가기 전이여서 어떤 느낌의 영화인지 궁금했는데..조목조목 집어낸 리뷰 덕분에 맘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리뷰 잘 읽었습니다.^^   
2006-10-11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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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날 싫어해(2004, She Hate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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