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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을 짐작하면서도 숨가쁘게 쫓아갈 수 밖에.. 나비 효과
lkm8203 2006-10-14 오후 7:38:25 1905   [3]
 

"아, 이 모든 건 면도기가 부러졌기 때문이다.

면도기만 부러지지 않았다면 좀 더 일찍 집을 나섰을 것이고

엘리베이터도 정상적으로 작동됐을 것이고 그럼 버스사고도 나지 않았을 것 아닌가.

이런 일로 질레트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면 승소할 수 있을까."

 

김영하의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의 한 부분이다.

화자의 말처럼 면도기만 부러지지 않았다면 겪지 않았어도 되었을

출근길의 파란만장한 사건을 소재로 한 단편소설이다.

물론 소설속의 사건들은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어난 것들이지만.

부러진 면도기보다 소소한 것에도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는 것이 인생 아닌가싶다.

내게는 카오스 이론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누구나 살면서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그 때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 때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그 때 그렇게 했더라면,

나는 지금쯤 어떻게 되어있을까하는 생각.

물론 평범한 사람이기에 다른 내가 되어있는 모습을 상상속에서 그려보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랠뿐이지만..

영화속의 주인공은 그렇지가 않다. 평범하지가 않다.

 

자신의 일기장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에반.

그에게 과거를 움직여 자신이 어떻게 될 수 있는가는 관심밖이다.

켈리... 그의 모든 행동의 중심에는 사랑하는 그녀가 있다.

그녀의 처참한 죽음.

사랑하는 그녀에게,

그녀가 맛볼 수 있었을지도 모를 달콤한 현재를 가져다 주기 위해,

그는 어쩌면 두 번 다시 기억해내고 싶지 않았을 고통스런 과거 속으로 몇 번이고 되돌아 간다.

기억속을 헤집어 잃어버린 조각들을 찾아 끼워맞추는 것은

그녀뿐만이 아니라 결국 자신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

 

국내에서 개봉했을 당시

꽤 흥행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 당시 나는 왠지 흥행 영화라면 손사래부터 치고 보는 안좋은 사상(?)이 있었다.

남들이 재미있다는 영화는 왠지 보기 싫었다.

그때 놓친 영화가 꽤 많은데 "나비 효과"도 그중 하나였다.

반전이 대단하다고 떠들썩했던 것도 기억한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난 소감은, 그다지 반전다운 반전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하고 싶다.

한 여자에 대한 한 남자의 "지고지순한 사랑"에 관한 영화..라고 평한다면

너무 한쪽으로만 치우친 것일까.

감독은 카오스 이론을 얘기하고 싶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가슴아린 한 편의 멜로 영화를 보고 난 기분이었다.

 

애쉬튼 커쳐 ...외모도 외모지만 참 연기 잘한다.

싸구려 레스토랑의 웨이트리스에서 상큼발랄한 여대생으로,

더러움과 약물에 찌든 매음굴의 창녀까지.

카멜레온 같이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준 에이미 스마트도 좋았다.

 

이 영화의 매력은 잠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는 것이다.

100분 남짓에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 한 것일까. 따라가기가 좀 숨찬 것은 사실이지만,

배우들의 매력적인 연기와 감각적인 편집이, 아쉬움을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다.

 

다른 생에서 그들은 어떤 모습일지..

과부하로 폭발 직전인 기억의 저장고에서 에반은 켈리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인지..

누구도 불행하지 않은 현재는 가능할 것인지..

결말을 짐작하면서도 숨가쁘게 쫓아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각자 자신의 바램대로 이루어지길 바라면서..

 

P.S 내용을 적을라치면 온통 스포일러라... 엔딩을 적을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는..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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