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Going On 30을 원제로 하고 있는 이 깜찍한 로맨틱 코메디는 우리나라에서는 케이블 스타이자 미국 본토에서는 시청율 TOP 5안에 들어가는 Alias의 여주인공인 제니퍼 가너가 타이틀롤을 맡고 있다. 얼마전만 해도 미국 연예기사에 부쩍 늘어난 제니퍼 가너의 소식은 다름아닌 벤 에플렉과의 로맨스, 제니퍼 로페즈와의 로맨스가 끝나기가 무섭게 제니퍼 가너의 품속으로 들어간 벤 에플렉과의 로맨스도 로맨스이지만 Alias의 성공으로 줏가가 치솟던 그녀가 캐치미이프유캔에서의 어정쩡함과 데어데블의 참패 이후 선택한 극장판 영화는 의외로 로맨틱 코믹물, Alias를 본 시청자라면 이 억센 여전사가 로맨틱 코믹물에 출연하다는게 쉽게 믿어지지 않는다. 어쩌면 Alias에서 제니퍼 가너가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가지 없는 것이 로맨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비록 이 영화 이후의 출연 영화들은 보잘것 없음의 연속이었지만 인디계의 스타감독 개리위닉은 제니퍼 가너의 가능성을 제대로 본 듯하다.

첫주 개봉에서만 제작비 모두를 회수한 이 영화는 80년대 빌보드 싱글차트를 누빈 메가히트곡들로 극중 전개 과정을 반전시키는 재미도 선사한다.

지금의 톰 행크스를 있게 해준, 적어도 지금의 톰 행크스 자신이 되기까지 혁혁한 공을 세운 빼놓을 수 없는 로맨틱 코믹물이 있다. 바로 "빅"이다. 제니퍼 가너의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가지 없는 것"과 비교의 대상이 되는 톰 행크스의 "빅"은 이 영화에서도 주근깨 투성이 꼬마가 어른이 되기를 고대하다 어느날 갑자기 어른이 되어버리곤 장난감 회사 간부와 사랑에 빠진다. 이렇게 아이가 어른으로 몸만 바뀌는 영화는 영화가 주는 재미 뿐만 아니라 누구나 상상해 봤음직한 소재를 가지고 에피소드 중심의 가벼운 코믹물로 극의 전개를 이끌어간다.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가지 없는 것"이 주는 재미 또한, 이런 에피소드 중심의 전개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13살 꼬마숙녀에서 별안간 자라버린 자신을 보며 놀라는 황당함이 어디 외모 뿐이겠는가..,

완성도 있는 로맨틱 코믹물 일수록 극의 전개과정은 완만함을 보여준다. 그러다 반전 요소인 우연이 끼어들면서 극의 성격은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복잡함은 오래가지 않는다. 또 다른 우연의 개입으로 해피엔딩은 예상대로 이루어지고 영화는 막을 내린다. 이런 뻔한 스토리의 영화에 우리의 눈시울이 적셔지기도 하고 눈에 힘이 들어가기도 하는 마법과도 같은 영화, 그것이 로맨틱 코메디가 주는 힘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영화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가지 없는 것"에는 눈시울을 적셔주는 따스함은 없다.

당연히 혼돈으로 시작된 영화이니 혼돈으로 끝을 맺는다. 이 영화의 포인트는 극중 제니퍼 가너 자신만이 아닌 주위의 모든것이 훌쩍 건너뛴, 말 그대로 모두가 13 Going On 30이 되어버린 상황 설정이다. 마치 미래로 가버린, 시공을 초월한 이 13살짜리 소녀의 황당한 시츄에이션은 재기에 몸부림치는 살벌한 잡지사 내부의 암투에서 그녀만의 풋풋함으로 동료와의 경쟁에서 이겨내는 커리어우먼으로 어느덧 그토록 고대하던 성숙한 30살이 되어있는 자신을 바라본다. 그리고 사랑도 꿰찬다는게 이 영화의 기본 구조이자, 이 영화에 대한 색다른 애착을 갖게 하는 포인트라 하겠다.

30살로 훌쩍 자라버린 첫날, 소원이 이루어진 아침에 잠에서 깬 제니퍼 가너가 자신이 부편집장으로 근무하는 잡지사로 들어가려는 장면에서 제니퍼 로페즈가 커버모델인 잡지표지가 눈에 들어온다. 지금은 벤 에플렉의 아내가 된 제니퍼 가너, 진주만과 데어데블을 시작으로 연인으로 발전한 그들이 벼락치기 결혼까지 가기전 벤 에플렉과 제니퍼 가너, 그 사이엔 제니퍼 로페즈가 있었다.   

세기의 영화 "반지의 제왕 1편에서 3편"까지 출연하고도 얼굴을 못 알아보는 이가 대부분이라는 골룸 역의 앤디 서키스가 이번에도 조연에 그치고는 있지만 맨얼굴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