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연히 스포일러 있습니다
* 본 영화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관람하였습니다.
매년 국제영화제마다 큰 인기를 끈 작품이 하나 둘씩 있었다. 올 해 최고의 인기작이 "사랑해, 파리"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5000석 규모의 야외상영관이 예매 시작 30분만에 매진되었으니 말이다. 웨슨 크레이브, 빈센트 조 나탈리, 톰 튀크모어, 알렉산더 페인, 코엔형제, 구스 반 산트, 월터 살레스, 알폰소 쿠아론등등 전세계 내노라 하는 작가감독들과 전세계의 여러 유명한 배우까지 총출동. 거기다가 파리를 배경으로 한 멜로영화라는 점 때문에, 이미 상영되기 전부터 영화제 최고의 인기작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이러한 기대는 개인적으로 100% 발휘되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파리를 배경으로 20명의 감독(공동감독 제외하면 19명)이 5~10분안의 러닝타임으로 사랑에 대한 예찬을 벌여놓고 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이런 여러개의 에피소드들이 "사랑"이란 테마로 묶여져 있지만, 이런 테마도 20명의 감독의 스타일에 따라 전부 제각각. 또 그 감독들의 스타일에 맞게 연출되었다는 점이다.(밑에 나올 에피소드 중 한 두개 정도는 필기를 못했습니다. 양해바랍니다)
가장 처음 나오는 이야기는 부르노 포다리데스감독의 작품이다.(이 에피소드의 주인공 연기도 했다.) "자신에겐 결점이 없다"라고 생각하는 한 운전자가 여자를 꼬시려고 하다가, 쓰러져있는 여성을 발견하곤 그 여자와 조심스런 대화를 나누는 장면으로 끝나는 이 에피소드는 "바람둥이도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자신의 바람기를 잊어버린다"라는 교훈을 전해주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너무 빨리 끝나서 황당하기도 하였다.(-_-)
두번째 에피소드는 "슈팅 라이크 베컴"으로 한국관객에게 잘 알려진 거린다 차다 감독의 에피소드로 센느강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세 명의 프랑스 청년이 지나가는 여성들에게 대쉬를 하는데, 그 때 인도여성이 넘어지고 한 청년이 그 인도여성을 도와준다는 내용이다. 거린다 차다 감독의 주특기인 인도전통음악을 졀묘하게 사용했고, 거린다 차다 감독이 중시하는 "인도인은 예쁘다!"라는 것을 잘 보여준 에피소드라고 생각된다.
(그 이후로 에피소드들은 순서가 잘 기억이 나지 않아 기억나는 순서대로 하겠습니다.)
그 다음 에피소드는 구스 반 산트감독의 에피소드이다. "아이다호"로 동성애를 건드렸던 구스 반 산트 감독이라, 내심 동성애를 생각했었는데, 역시 동성애였다.(-_-) 막판 반전이 아주아주 인상깊었고(!) 관객들이 이 반전에 꽤나 황당해하며 코믹한 장면을 만들어 냈던 에피소드였다.(대사 뉘앙스만 동성애랍니다.) 이 에피소드에서 재밌는 장면. 말을 건 남자가 무슨 재즈를 좋아하냐고 묻는데, 자신은 커트 코베인이 좋다고 한다.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전작은 커트 코베인을 주인공으로 한 "라스트 데이즈"였다.
그리고 관객들이 가장 재미있어했던 에피소드가 바로 코엔 형제의 에피소드이다. 기차역(이름은 잘 기억이안나네요;)에서 한 남자(바로 스티븐 부세미입니다.)가 그 지하철역에 대한 설명을 읽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코엔 형제의 영화답게 환상적인 촬영이 단연 압권이었으며, 관객들이 가장 많이 웃고 가장 반응이 좋았던 에피소드이다. 스티븐 부세미의 표정 연기 또한 압권이었다.
또, 일본감독 스와 노부히로 감독이 만든 에피소드엔 줄리엣 비노쉬와 윌리엄 데포가 나와서 인상 깊었는데, 아들의 죽음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여자가 아들의 환영을 보게 되는 내용이다. 혈육을 잃은 부모의 사랑을 잘 표현해 내고 있고, 특히 윌리엄 데포의 카우보이 특별출연은 꽤나 인상깊었다.
그리고, 촬영감독으로 굉장히 유명한 크리스트토퍼 도일 감독이 차이나타운을 배경으로 한 뮤지컬(?) 에피소드 또한 재미있었다. 중국배우들이 출연하였고, 촬영감독의 영화답게 화려한 촬영과 편집이 멋졌던 에피소드였다.
그리고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로 알려진 월터 살레스 감독의 에피소드도 흥미로웠다. 물론, 너무 짧은게 한이긴 하지만. 한 유모가 자신의 아이를 보육원에 맡겨두고 가정부로 일하기 위해 자신의 직장으로 가는데, 그 집 주인이 평소보다 1시간 정도 더 늦을 거라고 말하고 그 주인의 아기를 보는 장면으로 끝난다. 역시, 스와 노부히로 감독의 에피소드처럼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을 보여주는 작품이었고, 헨드헬드 촬영과 흰 색의 색감을 많이 이용해 주인공의 불안을 느낄 수 있었다. "기품있는 마리아"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카트리나 산디노 모레노가 주연을 맡았다.
또, 많은 분들이 기대하시는 에펠탑 에피소드는 "벨빌의 세 쌍둥이"로 그로테스크한 화면을 연출한 실뱅 쇼메가 연출했는데, 역시 관객들이 가장 좋아했던 에피소드이기도 했고, 표현주의 양식을 띄는 몽환적인 화면이 실로 놀라웠으며, 약간 과장되기는 하지만 이 에피소드의 주인공인 광대역을 맡은 배우의 연기는 정말이지 대단했으며,(보면 압니다) 빈센트 조 나탈리감독의 에피소드와 함께 가장 그로테스크하고 멋진 영상을 표현해 냈다고 생각된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도 연출을 했는데, 개인적으로 이투 마마와 같은 청소년의 성에 관한 내용을 기대했었는데, 그런 에피소드는 아니었다. 부녀의 대화를 통해 티격티격하면서 서로에 대한 애정은 가득한것이 가족이란 것을 잘 보여준 에피소드였다. 특히,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번의 편집도 없이 롱테이크로 이루어 지는데, 주인공과의 거리를 점점 좁혀가는 카메라 워크가 상당히 인상깊었다.
또, 이자벨 코이셋 감독의 에피소드도 상당히 재미있었다. 스튜어디스와 바람피는 남편이 이혼을 통보하기 위해 아내를 불러내는데, 아내가 백혈병 진단서를 가지고 오고, 남편은 아내를 병간호한다는 내용이다. 부부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에피소드이며, 주인공이 단 하나의 대사도 없이 오직 나레이션만으로 에피소드를 이끌어 낸 점에서 전형적인 프랑스영화의 특징을 잘 알 수 있었다.
"클린"으로 잘 알려진 올리비에 아시야스 감독의 에피소드는 유명한 배우와 마약상인간의 이야기이다. 사실 가장 애매한 에피소드이기도 했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여자가 배우라는 것 때문에 부담스럽게 생각하는데, 이 마약상인은 그러지 않고 먼저 대쉬하고 먼저 여자를 무시한다. 이것이 진정한 사랑인가? 이 에피소드는 아마 이 점을 부각한 게 아닌가 싶다.
리차드 라그레니브스 감독의 에피소드는 창녀촌에서 만난 한 노인의 과거의 연인에 대한 이야기인데, 개인적으로 에피소드보다 음악이 더 좋았던 것 같다.
이 사랑해 파리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에피소드는 바로 "큐브"와 "싸이퍼"로 유명한 빈센트 조 나탈리감독의 에피소드이다. 가장 열광적인 반응을 얻어냈으며, 가장 재미있고, 가장 이질적인 에피소드인 이 이야기는 일리아져 우드가 주연을 맡았는데, 뱀파이어와 인간의 사랑을 그려냈다. 나탈리 감독의 영화답게 느와르풍의 남색톤의 색채와 감각적인 영상. 그리고 멋진 화면이 굉장히 인상깊었던 에피소드였다. 파리 한 가운데서 뱀파이어의 사랑을 그려내다니. 빈센트 조 나탈리 감독은 정말 배짱이 대단한 것 같다. 거기다 마지막 센스까지 일품이었던 에피소드였다.
사실, 이런 에피소드는 웨슨 크레이븐 감독에게나 어울릴 법 한데, 정작 웨슨 크레이븐 감독은 나름대로 잔잔한 에피소드를 연출했다. 프랑스로 여행을 온 연인이 "사람은 유머감각이 있어야 한다"고 오스카 와일드의 무덤앞에서 논쟁을 벌이고, 결국 오스카 와일드는 환영으로 나타나 남자에게 충고를 하여 도망가던 연인을 붙잡는 다는 내용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낭만적인 에피소드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프레드릭 우버레땅 감독의 에피소드는 두 흑인의 사랑을 교차편집과 감각적 화면을 통해 알려준 작품이다. 19개의 이야기 중, 가장 앞뒤 연결이 탄탄하고 가장 사랑을 잘 표현한 에피소드라고 생각된다.
또, 롤라 런으로 유명만 톰 튀크먼 감독의 에피소드도 굉장한 스타일을 보여주었다. 나탈리 포트먼이 주연을 맡았는데. 롤라 런의 감독이라 그런지 역시 감각적인 화면이 일품이었다. 영화는 줄곧 고속촬영을 사용하면서 몽환적인 느낌을 들게 하는데, 놀라운 화면연출이었다.
또 제라드 드빠르디유 감독이 연출한 이혼한 노부부에 대한 이야기도 아름다웠다. 이혼은 했지만, 매일 만나면서 자신의 애인과 자식얘기를 주고받는 노부부를 통해, 프랑스 인의 소박함과 털털함 그리고 낭만을 잘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 에피소드로 나온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에피소드도 "사이드웨이"처럼 프랑스로 여행을 떠난 미국인에 대한 이야기였다. 기행형식으로 진행되면서 줄곧 나레이션으로 진행되는 이 영화는 마지막 장면에서 낭만에 가득찬 프랑스 인들을 보여주면서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이 에피소드에는 웨슨 크레이븐 감독의 에피소드에서 나온 로케이션장소가 또 나온다!
이렇게 많은 에피소드들이 하나에 묶여져 한 영화가 탄생한 것이다. 물론, 이 19개의 에피소드 중 정말로 재미있었던 것도 있고 정말 재미없었던 에피소드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영화를 만드는 것 자체가 경이롭다. 이런 세계적인 거장. 그리고 세계적인 배우가 한 도시에서 러닝타임 10분의 작가주의 영화에 출연하겠는가? 또, 낭만의 도시 파리를 배경으로 이런 세계적인 거장들이 떼거지로 연출한 영화가 어디에 있겠는가?
사랑해 파리. 이 영화는 만든 것 자체가 경이롭다. 12월 극장 개봉시 무조건 달려가기 바란다. 파리에 가고 싶은 분. 혹은 멜로 영화를 좋아하는 분. 혹은 이 영화의 에피소드중 좋아하는 감독이 하나라도 있는 분. 혹은 오랜만에 진심을 울리는 영화를 보고싶은 분. 모두 달려가기 바란다!
P. S - 필자가 5년동안 부산국제영화에서 본 21편의 영화 중 단연 최고였습니다.
20자평 - 파리라는 식당에 차려진 최고급 요리 20개를 맛보십시오!
유의사항 - 옴니버스 영화입니다. 피카레스식 영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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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만은 - 영화의 오프닝과 엔딩. 정말 너무너무 멋지다! 코엔형제와 빈센트 조 나탈리 감독이 연출한 에피소드. 가장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