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을 소장하고 있다. 만화방에서 서너번. 소장본으로 두어번. 많이도 읽었었다. 참고로 허영만의 만화 중 아스팔트의 사나이라는 것도 있다. 중학교 때 이 만화 읽고 울었었다. 허영만의 만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대단히 구체적인 묘사에 있다. 섬세하다고나 할까? 직접 찾아가고, 보고, 느끼고 정리해서 만화를 쓰는 작가이다. 그건 읽다 보면 알 수 있다. 타짜나 식객은 그런 허영만의 작가주의를 그대로 대변해 주는 만화라고 생각한다. 10년 전 아스팔트의 사나이가 SBS 드라마로 나왔었다. 결론은 실망 그 자체였다. 내용도 너무 달랐다. 정우성과 이병헌만 멋지게 나왔을 뿐……
그래서 타짜 역시 만화책 보다는 기대를 덜 하고 영화관을 찾았다. 결론은 역시였다. 타짜는 1부 2부 3부 4부가 있는데 영화는 1부만을 함축적으로 그렸다. 첫 신부터 달랐다. 지리산의 어린 시절과 형의 죽음 그리고 고니는 자전거를 사기 위해 나무를 해서 판 돈으로 처음 노름을 시작한다. 그리고 끝에는 노름에서 손을 씻는다. 가장 다른 건 시대적 배경이다. 환이 원으로 화폐 개혁이 있을 무렵이니 3공화국이 들어서던 그 때쯤이 만화에선 시대적 배경인데, 영화에선 90년대 초반 정도 랄까?
그리고 전체적으로 독백에 가까운 심리 묘사가 만화책에는 많이 보인다. 그러나 영화에선 주인공들이 행동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근데, 영 만화와 같이 내가 직접 느끼는 듯한 느낌이 떨어졌다.
만화책과 가장 잘 맞는 역은 고광열이다. 배우 유해진의 표현 능력이 새삼 높게 보였다. 평경장 역시 만화에서와는 몸매와 대머리만 다를 뿐 백윤식의 연기에 만족했다. 정 마담은 만화보다는 비중이 높게 나왔다. 아마도 배우가 김혜수라서 그렇지 않았을까? 만약에 염정아가 했으면 어땠을까? 마지막으로 가장 핵심이면서 주인공인 고니. 평소 조승우 라는 배우를 좋아한다. 하지만 내면 연기가 좀 가볍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짜가 된 고니의 전문가적인 깊은 연기가 왠지 나의 눈엔 만화보다는 가볍게 느껴졌다.
범죄의 재구성 때처럼 전개가 빠른 최동훈 감독의 스타일은 마음에 들었지만 아무래도 만화 때문인지 빼먹고 가는 게 너무 많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는 없었다. 아마도 내가 만화를 읽지 않았다면 좋은 영화가 되었을 것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가 뭘까? 난 구라 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위에 내가 한 이야기도 구라일지 모르니 직접 영화관 가서 확인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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