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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라이방>움직이지 않는 그늘을 찾는 여정 라이방
killdr 2001-10-27 오전 1:17:33 734   [1]
  손바닥으로 하늘 가린다는 말이 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정말로 가릴수는 없겠지만, 오죽하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싶었을까 생각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있을까? 그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을 공감가게 만드는 영화가 있다. 이미 이십대 중반을 훌쩍 넘긴 세대에게도 낯선 단어 "라이방"이라는 제목을 달고 온 영화가 바로 그렇다.



  1. "사람은 행복이나 불행을 선택하지 못하지만, 행복이나 불행은 사람을 선택할 수 있다....."



  영화속에서 택시 운전을 하며 사는 나이 마흔의 세 남자는 맥주 한잔을 앞에두고 서로에게 뻥을 치며, 장난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낙이다. 그렇게 택시를 운전하며, 내기 족구 시합을 "전투"를 치르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이 세사람의 모습은 평범하게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장남이면서도 대학나와 운전하며 근근히 살아가는 동생에게 빌붙어 사는것도 모자라 세번째 결혼하겠다고 집을 만들어 달라는 형때문에 괴로운 준형, 좋아하는 연변 처녀가 빚 300만원에 70대 할아버지에게 시집가게 되어버린 노총각 해곤, 베트남의 전설같은 삼촌 이야기만 나왔다하면 절대 중단하지 않는, 그리고 피아노하는 딸을 밀어줄 수 없어 고민하는 학락.
  이 세사람의 걸쭉하게 살아가는 모습은 소시민의 삶을 대변한다. 가족이나 애인에게 필요한 돈이 없어 삶이 괴로운 이들의 모습은, IMF를 거친 우리네 삶의 다큐멘터리 그 자체이다.

  이들은 캬바레에서 여자들을 꼬시려다가 오히려 뒤집어 쓰기도 하고, 정력이 세다고 큰소리 뻥뻥 치지만 실제로는 <10분에 십만원, 초과 1분당 만원>중의 기본요금도 채우지 못하는 고개숙인 중년이기도 하다. 예쁘게 생긴 젊은 여자와 원조교제 비슷한것까지 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반감을 가지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영화는 도덕적인 것을 뛰어넘어, 우리의 지금의 삶을 사는 모습을 택시 운전기사 세명을 통해 그대로 보여준다. 그렇기에, 우리네의 삶과 다를바 없기때문에 도덕적 관념 어쩌고를 떠나서 그네들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그래서 유부남에 대학졸업까지 한 준형이 캬바레에서 여자를 만나 파트너를 고를때 "예쁘고 쭉쭉빵빵한" 여자부터 고르는 모습에서, 솔직히 예쁜 여자에게 자연스럽게 눈이 가는, 그의 어깨를 누르는 삶이 아무리 무거워도 그렇게 잊고 지낼때도 있는 중년 남자의 모습이 이만큼 잘 다가오게 만드는 영화도 없다고 본다.
  
   그렇게, 우리네의 소시민적, 혹은 바닥의 삶을 살아가는 이 영화는 개봉 예정작인 <와이키키 브라더스>나 이미 개봉한 <파이란>을 언뜻 연상시키고 있다. 그러나 <라이방>은 "삶이 힘들고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깊어지면 보지 않아도 그리움은 사랑이 된다는" 파이란이나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이 있는한 삶이 아무리 힘들어도 희망은 있는" 와이키키 브라더스와는 또 다른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택시운전사 "주제"에 CNN 뉴스만 보는 대학졸업자 준형, 노총각에 허리가 안좋고 좋아하는 사람마저 70대 할아버지에게 시집가버린 해곤, 남몰래 18살 딸을 키워온 양아치(여자를 밝히는, 선수에 가까운) 학락. 이들은 모두 돈이 부족하다. 그래서 아무리 뻥뻥거리고 해도 "결국은 새가슴"인 이들이 결심한 돈버는 법은 돈많은 혼자사는 할머니집을 터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그 돈을 터는데 성공했고, 과연 행복해 졌을까?


  그들 세명의 택시운전사이자 우리 아버지들의 모습이자 우리들 미래의 모습인 그들은 행복을 선택하려고 도둑질을 결심했다. 그렇게 그들은 "사람으로서 행복을 선택한 것일까? 그리고 그 선택대로 행복해 졌을까?"
  



  2. "우리들은 언제나 그늘을 찾아다녔습니다. 그리고 그 그늘은 언제나 옮겨 다닙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그런 그늘을 찾았습니다. 사람들은 믿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그늘을 찾았습니다...."



  라이방. 베트남전때 베트남에 파견된 우리나라 사람들은 고국에 대부분 선글라스를 쓴 사진을 찍어보냈 다고 한다. 그당시 Ray-Ban이라는 선글라스의 대명사는 "라이방"으로 바뀌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선글라스"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
  그런 선글라스에 집착하는 세명의 택시 운전사들. 그리고 다른 사람들.

 검문중 속도위반으로 검문하던 택시에 두고 내린 선글라스 "라이방"을 찾기위해, 필사적인 추격전을 벌이고, 그리고 택시운전사에게 "불법 유턴, 과속, 신호 위반"등의 죄목을 대며 택시 운전사를 윽박지르던 경찰이 내놓은 협상안 "라이방을 돌려주면 프리 패스지"라는 한마디.

  이 사람들의 삶은 얼마나 힘들었던 것일까? 그네들이 즐겨찾는 닭집의 마담도 과부이고, 해곤과 정을 통하던 패물집 아줌마도 싫은 슈퍼에서 고생하며 물건파는 분이었고, 택시회사 상무도 어렵게 사는 택시기사들의 돈을 떼어먹고 도망갈 수 밖에 없는, 그리고도 양심이 남아 빚쟁이들에게 연락하는 사람들이다.
  그렇게 그네들은 비슷비슷하게 어렵게 살아가고 있었고, 오죽이나 그 사는 것이 따가운 햇빛처럼 견디기 힘들었으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듯, 선글라스 "라이방"으로 그늘은 만들어 그 그늘속에 숨고 싶었을까? 과장도 없이, 어떻게 보면 정말 실존 인물인것 같은 세 사람의 삶을 다큐멘터리처럼 찍어낸 이 이야기에 공감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같은 감동이라도 진짜 삶의 이야기에서 받는 감동과 영화나 책속에서 받는 감동은 다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극히 현실적인 모습, 정말 지금 이시간에 일어나고 있는듯한 그들의 모습은 '허구의 영화'가 아닌 '기록의 영화'처럼 다가왔다.
  

  그네들은 삶을 속이고 살기엔 너무 순진하고 정직했다. 키스할때 입술이 닿아있으면 숨을 쉬지 못했던 택시 회사 경리 아가씨의 얼토당토 않은 모습이나, 첫키스에 정신못차리고 주저않는 정비공의 모습, 그 순진하고 귀여운 모습을 지금은 비록 잃었어도, 간직하지 않은 사람이 있었을까? 먼 기억 어느 구석에서는 분명 그렇게 순진하고 착하기만 한 모습의 "내"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삶의 따가운 햇빛을 피해 그늘을 찾아 "라이방"이 있던 곳으로 떠났다. 거기서도 그들은 여기서와 달리 크게 돈을 많이 벌거나 한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집안에서 늘 그늘진 모습이었던 그 세 중년의 남자들과 그들의 가족들은 웃음을 찾았다. 그늘은 늘 움직이지만 어느곳, 그늘이 움직이지 않고 늘 같은 자리에 있는 곳이 있었다. 그래서 더이상 라이방으로 햇빛을 피하던 그들은 라이방을 벗어 버릴 수 있었다.

  그들은 먼곳에서 라이방을 벗었다. 그렇다고 우리가 먼곳으로 라이방을 찾으러 떠날 필요는 없을것 같다. 남아있던 정직하고 순진했던 정비공과 경리 아가씨는 이곳에서 라이방을 벗었으니까.
  
  영화 [라이방]에서 우리는 움직이지 않는 그늘의 존재를 믿게 되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그 그늘을 찾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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