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켈레톤 키
The Skeleton Key
감독 : 이안 소프틀리
배우 : 케이트 허드슨
하루가 멀다하고 왔다 말았다하는 비에
매우 소화불량스러운 얼굴로 오늘도 힘든 하루를 견디느라 수고 많았다
필자 너의 분투에 응원을 보낸다 진심이다
이런 우울한 날에는 두가지 종류의 영화가 너의 친구가 되어준다
'러브 액츄얼리' 나 '패밀리맨' 처럼 너무 소란스럽지 않게
어제 신었던 양말 또 신는 것처럼 꾸질꾸질한 기분을 싹 가시게 해주는 친구와
다 귀찮은 너를 그저 쉬게 해주는 편안하면서도 차분한,
너의 여가 시간을 조금은 독특하게 색칠해줄 친구
그렇다 바로 이 영화
'K-Pax' 와 같은 매우 소프트한 영화만 만드는 이안 소프틀리의 소프트한 공포 영화
너무 잔인하고 과격하며 지나치게 시각적인 쪽으로만 흘러가는
요즘의 공포 영화에 회의를 느끼는 너라면
비에 무릎 아래부터 발가락 사이사이까지 젖은 네가
집에 도착해 적당한 온도의 물로 온몸을 씼는 샤워의 순간처럼 달콤한 영화가 될수도 있다
그 이름 '스켈레톤 키' 되겠다
심상치 않은 방, 무언가 찾은 케이트 허드슨
죽어가는 늙은 한 남자를 간호하기 위해 저택에 들어선 아가씨가
그 집에서 일어나는 심상치 않은 일들을 조금씩 알게되고
자신이 간호하는 남자가 죽어가는 이유는
같이 살고 있는 아내의 어두운 주술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정의로운 그녀는 두려움을 이기고 그 남자를 집에서 탈출시키려 한다는 내용의 영화
넌 이해하지 못해 네가 뭘 안다고 그래
존재감이 거의 없는 음악과 아쉬움이 많이 남는 화면 등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꽤 괜찮은 편
현대적인 배경이나 음악, 설정 없이도
새 신을 신은 아이처럼 간결하고 산뜻한 영화의 발걸음과
영화 내내 무겁지 않은 분위기로 깔끔하고 현대적인 공포 영화를 만들어 냈다
무언가 심도 깊은 공포와 뒷머리를 우산 손잡이로 세게 맞은 것처럼
뒷골 묵직한 반전을 기대했다면
일부러 다시 돌아와 가지고 나간 우산을 졸다가 지하철에 두고 내린 것처럼
허무한 기분을 금하지 못할 것이다
이 영화의 반전이란 것은 관객을 속이고 마지막에 '사실 이거지비' 하는 식의
그것이 아니라 뜨거운 샤워물에서 조금씩 조금씩 피어나오는 김처럼
영화 전반에 걸쳐 자연스럽게 피어나오는 반전으로
매우 편두통스러운 과장으로 영화를 망쳐버리는 여러 반전영화에 비해
사실 굉장히 신선한 느낌을 준다
산뜻하고 깔끔한 현대적 초인 영화 '엑스맨' 처럼
마찬가지로 간결하고 적당히 밀고 당길줄 아는 현대적 공포 영화 '링' 처럼
심각하지 않으면서도 센스있는 현대적 소프트 공포영화 '스켈레톤 키' 되겠으니
팬이 아닌 사람도 가볍게 볼 수 있는 공포 영화로
한번 쯤 그 이름을 기억해둘만 하겠다
스켈레톤 키란 집안에 있는 모든 문을 열수 있도록 만들어진 키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