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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봉준호 감독은 시작부터 달랐다. 플란다스의 개
lkm8203 2006-10-23 오후 6:52:29 1682   [4]
 

사람들은 봉준호 감독을 보고 이런 말을 자주 한다. "봉준호는 시작부터 달랐다"

플란다스의 개는 봉준호 감독의 스크린 데뷔작이다. 봐야지 봐야지 하고, 계속 미루어 오다가 어제서야 이 작품을 봤다. 정말 봉준호 감독은 시작부터 달랐다.

 

씨네21에서 미래 한국 영화 산업을 이끌 인재들에게 "2000년 이후로 가장 기대되는 한국 영화 감독을 꼽아보라는" 어쩌면 유치한 설문 조사를 한 적이 있다. 여러 집단에게 이 설문 조사를 했다. 비록 표본은 많지 않았지만, 다양한 집단의 여러가지 목소리를 들어보자는 취지에서 국내 영화 관련 학과 학생, 대학교 영화 동아리, 필름아카데미 등에게 이 질문을 했다.

 

동아리나 학과에서는 박찬욱 감독을, 그리고 필름아카데미에서는 홍상수 감독 등을 꼽았다. 그러나 모든 집단에서 최상위에 랭크되어 있는 감독은 봉준호 감독. 그 뿐. 그는 시작부터 달랐기 때문에 대중과 평론들 사이에서의 기대 역시 남다르다. <플란다스의 개>는 씨네21에서 그리 좋지 못한 리뷰를 받았지만, 그 해 연말 씨네21의 틀린 점이라는 기획에서 가장 먼저 "우리가 잘못 평가했다"고 평가한 봉준호 감독의 수작이다.

 

강아지가 실종됐다. 이건 큰일인가. 사건 축에도 못 끼는가. 의외의 소득인가. 즐거움인가. <플란다스의 개>에선 그 모든 것이다. 강아지를 생의 마지막 위안으로 여기던 노파에겐 죽음이고, 그보단 덜 쓰라리다 해도 강아지를 동생처럼 돌보던 아이에겐 사랑의 상실이다. 반면 신경 예민한 시간강사에겐 소음 제거라는 목표의 달성이고, 개의 육질에 매혹된 경비원과 부랑자에겐 영양 보충의 귀한 계기다. 엉뚱하게도 경비실 여직원에겐 자아실현의 기회도 된다. <플란다스의 개>는 강아지 실종이라는 작은 사건을 아파트라는 소시민의 생활공간에 던져놓고, 멀쩡하던 사람들이 얼마나 예기치 못할 소동에 빠져드는지를 관찰하는 짓궂은 농담이다.

 

<플란다스의 개>의 웃음은 이상하다. 우리 일상 생활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서 실없이 웃다가도 한없이 우울해 지기도 하면서 긴 여운을 던진다. 이게 바로 봉준호 식 개그가 아닐까 싶다. 그러한 개그는 그의 두번째 작품, <살인의 추억>에서도 여실히 들어나니까. 난센스코미디에다 만화적 기법까지 동원되는 유머의 퍼레이드는 지루할 틈을 안 주지만, 유머의 단맛에 빠져 있다보면 어느새 냉소의 쓴맛이 스며들어 나중엔 무슨 맛인지 분별하기 힘들다. 어떤 등장인물도, 매우 그럴듯하지만, 심금을 울리진 않는다. 보는 사람을 겉돌게 하면서 그냥 얼마간 웃다가 가라고 권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고 실없는 농담은 아니다. 마지막에 현남과 그의 선한 친구 뚱녀는 산으로 간다. 가면서 카메라를 향해 그러니까 관객을 향해 거울로 햇볕을 비추는 장난을 한다. 왜 산으로 가는 걸까. 유일하게 선한 주인공을 실없는 세상에 남겨두기 싫다는 감독의 뜻일까. 감독 자신이 실없는 농담을 했으니 그냥 산으로 숨겠다는 뜻일까. 관객에게 당신들이 웃고 있는 동안 세상이 더 나빠진 걸 아느냐고 넌지시 물어보는 걸까. 이도저도 아니라면 그저 불협화음을 즐기는 악취미인가. 봉준호 감독은 웃기지만 아리송한 질문을 남기는 이상한 코미디 한편으로 데뷔했다.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았던 그는, 그의 두번째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대박을 낸다. 이 대박은 쉬리나 올드보이 처럼, 상업적인.. 작품성은 있지만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이라는 여운을 남기지 않는 PERPECT한 대박이다. 평론에서도, 대중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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