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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 곽원갑 무인 곽원갑
lkm8203 2006-10-24 오후 12:20:38 1106   [4]

 

 어린 시절 필자 본인이 두번째로 가본 극장에서 보았던 영화는 동방불패였다.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던 그 시절 무엇을 알겠냐마는 그 당시 어린 나이였음에도 상당히 영화를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난다. 물론 성인들만큼의 감정적 동감까지는 닿지 못했을지 몰라도 임청하 누님과 이연걸 형님의 무술실력은 어린 내가 보기에도 가히 절정의 최고수였던 것은 사실이니까.

 

 그렇다. 한때 극장가에 빠지지 않고 걸리던 것이 무협영화였다. 그리고 그런 시절의 당대 최고수의 절정 내공을 뿜어내던 이들 중 중심에 서있던 이가 바로 이연걸이었다. 중국인 특유의 차이나 카라와 함께 휘날리는 도포 자락으로 절제된 동작 안에서 효율적인 파괴력으로 상대를 압도하던 그의 섬세한 동작이 많은 이들을 극장으로 끌어들였고 그들을 감탄케했다.

 

 여러편의 영화로 동양권에서 명성을 날린 후 할리웃을 평정해보고자 미국으로 날아간 연걸이 형님은 여전히 출중하시지만 그 시절의 무언가를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느껴지던 요즘 그가 다시 고전적인 무협영웅으로 돌아왔다니 그 반가움이란 이루말할 수가 없다.

 

 곽원갑이란 인물은 중국에서 실존했던 인물로써 정무문의 창시자로 널리 알려진 고수이다. 일단 이영화는 이 영화의 이야기가 사실에서 기반을 두었다는 것을 각인시키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영화의 시작은 육중한 체구의 서양인과 그에 비해 왜소한 동양인 곽원갑과의 무예시합에서 출발한다.

 

 일단 이 영화의 역사적 배경은 중국의 열강침략시기와 맞물린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황비홍과 닮아있다. 우리나라가 일제강점시기를 치욕적으로 여기듯 중국 역시 열강들의 침략으로 나라의 주권이 종이조각처럼 흩날리던 시기를 치욕스러워 한다. 아시아권에서 어느 나라에게조차 당해보지 못했던 유구한 역사를 거만하게 뽐내던 그들이 청일전쟁에서 일본에게 패한뒤 종이호랑이로 전락해서 열강들의 야비한 이권침탈을 눈 뜨고 당해야 했던 청조말기의 역사는 그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 영화는 어쨌든 그런 그들의 무너진 역사적 자존심에 대한 본의를 드러나게 한다. 그래서 그런 시대를 뛰어넘는 영웅의 존재를 갈망하고 무의식 중에 그러한 영웅의 탄생을 고대한다.

 

 황비홍과 곽원갑은 그런 비굴한 시기에 태양처럼 떠오른 영웅이라는 면에서 동일한 성격을 지니는 캐릭터이다. 그리고 변발의 이연걸이 출연했다는 점에서 역시나 비슷한 비교대상의 위치에 놓여지는 것은 어쩔 수 없겠다.

 

 그러나 두 영화는 상당한 성격차이를 보인다. 황비홍이 인물의 내면을 은근히 드러내며 외면적인 활약상에 중점을 둔다면 곽원갑은 인물의 외면적인 이야기 진행과 더불어 보여지는 인물의 활약이 두드러질수록 인물의 내면적 성향과 감정적 변화를 이야기의 중심축에 가까워지도록 만들었다. 이는 영화가 중시하고자 하는 측면의 이해와도 연관되는데 다시 말해서 곽원갑은 인물이 무엇을 했다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 인물은 이렇다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영화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 영화는 인물의 조명에 목적이 있는 영화다. 전기영화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황비홍은 인물을 통해서 시대를 비추었지만 곽원갑은 시대를 바탕으로 인물을 각인시키는 영화라는 것.

 

 어쨌든 이 영화는 이연걸이라는 배우 자체의 매력만으로 어필할 수 있다. 사실 영화 자체의 퀄리티가 높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연걸이라는 줄충한 고수의 백업으로 영화의 퀄리티는 독자적인 매력을 확보한다.

 

 그의 실력이 바탕이 된 연기는 가히 최고수의 무예를 표현하는데 부족함이 없으며 이젠 세월의 흐름을 머금은 인물의 중후한 내면을 머금은 관록까지도 보여진다. 그의 지난 연기인생동안 쌓아온 연기의 내공이 그의 마지막 여정에서 유감없이 폭발하는 것만 같다.

 

 물론 영화의 이야기 진행에서 보여지는 조악함과 인물의 감정적 흐름이 관객에게 자연스럽게 전달되기에 부족한 면이 어렴풋이 눈에 띄지만 영화가 객관적으로 어필될 수 있는 흡족함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눈 감아줄만한 너그러움으로 덮어진다.

 

 특히나 이 영화의 격투씬은 과거 정통 무협극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아련한 향수의 회포가 되어줄만하다. 절제된 동작안에서 한방의 파괴력을 극대화시키는 효율적이면서도 섬세한, 그리고 빠르고 경쾌한 대결 장면에서 보여지는 우아하면서도 박진감 넘치는 모습은 과거 극장가를 주름잡던 무협영화의 그것과 비슷하다. 그래서 이 영화는 반갑다. 특히나 간만에 보는 이연걸의 본토영웅담은 오랜만에 만나보는 모양새라 더더욱 그렇다.

 

 또한 인물이 자기 성찰적 깨달음으로 가는 과정적 동감이 관객에게 적당히 잘 차려진 구색이 있어서 영화의 보여지는 면 이상의 감정적 동감대가 느껴진다. 한 인물의 어리석었던 한 시절이 자아성찰적 발전으로 연결되는 과정이 진부하기보다는 자연스러운 순탄함으로 보여지는 것은 이 영화의 이야기 자체가 관객에게 받아들여지는 여지를 충분히 갖춘 채비가 되어있다는 근거가 된다. 또한 서양의 실속없는 근육단련보다 동양의 내실있는 내적수양의 가치를 현격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이 영화는 신비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물론 이 영화가 사실을 기반으로 했지만 인물에 대한 확실한 고증이 아직 단정짓기엔 이른 감이 있지만 영화자체적인 면에서 느껴지는 인물에 대한 캐릭터 완성도는 잘 살려진 형세로 보여진다.

 

 사실 이 영화는 반갑지만 상당히 아쉽다. 이연걸이 본인 스스로 밝혔듯이 더이상 그의 액션은 이영화 이후로 볼 수가 없다. 물론 세월앞에 장사없다는 말처럼 그도 세월앞에서 예전같진 않겠지만 여전히 이런 영화안에서 무공을 뽐낼 수 있는 퀄리티의 배우는 몇 안되기에 세월앞에서 그의 존재가 희미해져 가는 것은 씁쓸한 아쉬움이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눈에 띄는 배우가 한명 있는데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 자상한 남편이자 아버지인 아이오 타쿠미 역을 연기했던

나카무라 시도가 바로 그 인물로써 일본인이지만 의리있고 무도인의 자존심을 지키는 무게감있는 캐릭터인 안도 타나카 역을 연기했다.

 

 어쨌든 이 영화는 상당히 반갑다. 간만에 변발의 이연걸은 황비홍의 향수를 자극하며 그의 무공과 더불어 연기적 관록이 곽원갑이란 캐릭터로 멋지게 승화되는 것은 그만큼 그의 마지막 무도 행보라는 사실이 서글퍼진다. 어쨌든 떠나가는 이의 뒷모습은 서글프지만 떠나갈 때를 아는 이의 뒷모습은 아름답다고 했다. 이 영화는 그의 뒷모습에 아름다움을 새겨줄만한 가치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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