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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개봉해서 가을로? 가을로
pondi 2006-10-25 오후 6:04:44 943   [12]

 

실제 민주가 계획한 현우와의 신혼여행길이

가을에 유독 아름답고 특출난 곳이 아니라면 이 영화는 대체 왜 <가을로>인가?

 

멜로영화는 가을이 대세다.

가을로, 는 멜로의 대세에 당당히 서서 대박을 내보자는 뜻이리라.

 

사실 이 영화가 멜로라 하기엔 부족한 것이 너무 많다.

초반 30분이나 둘의 결혼 직전까지 예쁜 모습을 보이기 하나

그것이 가을에 맞춰 개봉하는 멜로, 에 걸맞는 그것은 아니란 얘기다.

 

 

그렇다면........

현우의 새로운 사랑이 멜로인가?

현우에게 나타난 새로운 사랑은 멜로라기보다

공포나 괴기에 가깝다.

 

시사회 내내 쿵쾅거렸던 지하 상영관 특유의 울림때문이었을까?

나는 어쩐지 공포영화를 보는 듯한 섬뜩함을 자주느꼈다.

 

현우가 새로운 그녀를 만나는 과정에서 보이는,

그리고 그들이 민주를 추억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자잘한 장면들이

공포스러울 때가 많았던 것은

이 영화의 큰 토대가 실화이기 때문일 것이다.

 

 

돌이키고 싶지 않은 악몽,

유가족과 희생자 측근들 뿐 아니라

그 시대의 생생한 뉴스를 전달받은 모든 이들이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을 얼마나 커다랗고 대단한 충격으로 기억하는가......

 

 

여하간 가을로, 에서 기대했던

엄청난 사건을 배경으로 한 강하고 애틋한 멜로를 볼 수 없어 아쉬웠다.

 

그나마 민주가 현우에게 남긴 사랑과 믿음, 결혼에  대한 기대를 내포하는 신혼여행일기?

그 물건이 유일한 멜로의 증거가 아닐까 싶다.

민주의 신혼여행일기는 멜로의 흉내를 내고자 하는 어휘와 수식들로 가득찬

그야말로 '아름다운 예찬'일 뿐이었다.

 

그러나......

화면으로 보여지는 가히 장관인 여정들로

충분히 이 가을, 계절의 풍미를 마음껏 안고 돌아올 수 있는

특별한 여행이 된다.

 

 

 

 

가을로, 를 보고 돌아와 무척이나 떠나고 싶어졌다.

민주가 이야기한 그런 여정쯤,

살면서 단 한 코스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 심히 안타까울 뿐이다.

 

나처럼 여행과 일탈을 꿈꾸나 그럴만한 여유가 없는 분들은

이 가을이 이렇게 무의미하게 지나가는 것이 아쉬운 분들은....

추천한다.

 

영화가 끝나고나면 현우와 함께 여행을 다녀 온 듯한 기분쯤은 드니까!

 

(다만 중간중간 공포스럽다는 것 뿐,)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보기엔

현우의 '새로운 사랑'을 암시하는 결말만 아니었어도

이 영화는 그럭저럭 괜찮았을 것 같다.

 

그건 아니잖아~ 그건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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