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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탄생 (스포일러 난무;) 가족의 탄생
gracehpk 2006-11-02 오후 8:13:15 1398   [0]

::뭐, 볼 사람들이야 다 챙겨봤겠지만:

 

방금 비디오로 영화를 보고 그래서 무비스트에 남들이 써놓은 리뷰들을 몇 개 떠들어 봤다..; 어려운 부분은 그냥 슬쩍 훑어지나가면서..

역시 내 주특기는 횡설수설이라; 정리라는게 힘든 얘기인 듯.

 

결과적으로 이 영화의 첫번째 가족은 문소리랑 고두심이랑 채연(정유정분)이랑.. 같이 살게 되면서 이루어 졌었던 거다.

결국 고두심이 술집출신(?) 인 거 알고 껄떡대다 엄태웅 뒤집어 지게 했던 문소리 남편 후보감이랑은 잘 안 된거고.. 특히 나중엔 문소리가 남의 애까지 떠맡아 키웠으니.

여기서 영화가 되게 현실적이라고 느꼈던 게 뭐냐면..

망나니 동생이 20살 연상 아줌마를 처라고 데리고 와도 꾹 참고 아무말 안하는 (심란해 하면서도, 엽방의 리얼 사운드 효과에; 날아다니는 담뱃재에.. 고두심이 그나마 개념있는 여자였던게 다행;) 좀 지나치고 미련하고 짜증나게 착한 여자인가 싶었다.

그런데 나중에 고두심 전남편 전처의 자식이 나타났을 때...  나는 또 착해 터진 착한 여자 콤플렉스로 걔까지 걷어 키우나 보다, 그래서 가족의 탄생인가 보다 하고..; 무지 비현실적이고 짜증나는 캐릭이네.. 했었는데..

애 데려다 주고 오겠다는데 잡지도 않고..  동생도 데려가라고 그러고..  그 모습 보고.

그래, 너도 사람이구나. 그게 정상이지, 현실이란 그런거다 했다.

실제 그런거다. 아무리 오랜만에 보고프던 동생이라도..

설령 딸린 애 없이, 자기 비슷한 연령대 여자를 마누라라 데려온다 쳐도...

갑자기 여자까지 데리고 와 '먹여살려주소' 비슷한 삘로 뻗으면 누구나 신경 곤두세우면서, 언제 나갈건가, 어떻게 내보내지? 라고 가는게 정상인 거다. 슬프지만 그게 세상이니까. (친동생 하나면 먹여살릴 수 있을지 몰라 또. 그나마 착한 누나면)

그 한 모습이, (무신씨, 하면서.. 잡을 줄 알았는데 내동생도 데리고 가라고 한) 한방에, '문소리, 정말 짜증나는, 착학여자 컴플렉스 캐릭터'란 이미지를 벗겨준 동시에, '이건 현실을 잘 표현한 수작이다' 라는 웃기는 생각을 하게한 동시에 좀 슬프고 씁쓸했었다. 그게 세상이고 사람이지, 하고 좀 냉소적이 되었다고 해야 하나?

암튼 그리고 그 사람들은 갑자기 안 나오기 시작했따;

 

그리고 공효진이네 얘기가 나온다.

여기서도 좀 당황스럽게 현실적이었던 부분 하나는..  (어머니가) 안 죽을 것처럼 그러더니 역시 말 뿐이었던지 그냥 순식간에, 몇 분만에 죽어버리데? ㅡㅡ;;  공효진이는.. 엄마가 마지막으로 (그 말은 못 했지만) 한 번 같이 여행이라도 가자는 말을 무시하고..  자기가 관광 가이드로 일하는 고궁에 찾아왔을 때,  좀 살갑게 대해주고 보낸 것인지, 아니면 계속 퉁퉁거리다가 보내고 자기 가슴에 더 큰 대못을 박았는지.

물론, 그전에 공효진이 그 아저씨네 식구들 밥먹는데 가서 우리 엄마 사랑해요? 라고 조롱하는데 실제로 '사랑한다'는 대답이 나오는 장면에선;;  진짜 저럴 수 있나 싶었다.

순간, '이래서 영화야. 비현실적이잖아. 사랑이 뭐라고' 라고 한것도 있지만,

내가 나중에, '이 영화에 봉태규 말고 남자는 다 개쉐이들이구나!' 라고 했던 것이다.

미친 아저씨..  마누라랑 애들 앞에서 할 얘긴가 그게?

물론 그전에, 공효진 엄마랑 (자기보다 연상인..  고무신씨 건도 그렇고 난 정말, 이 영화 왜 이러냐.. 나이차 많은 연상녀랑 사는 남자들의 애환이라도 그리자는 거야 뭐야? 라고 생각을 했었었다') 애까지 낳아 놓은게더 미친 짓이었겠지만..

그래서 무책임하게 원래 가족한테 상쳐까지 주면서 사랑한다고 할 땐 언제고 (지가 무슨 감성파야?) 애는 어떻게 공효진이가 키웠는지..

그래서 공효진이도 그러잖아, 왜 그렇게 나쁘게 하냐고 (비슷하게;)

 

그렇게 공효진네 드라마가 지나가나 했더니 다시 처음에 그 기찻간 처녀총각이 다시 나왔다.  둘이 벌써 사귀고 있었는데 여자는 헤펐고 (신문기사에서 봤던, 공효진이 '헤픈 건 나쁜거다' 라고 했던 말이 여기서 나왔다는 걸 알았다;) 남자는 그러는 여자의 애정을 확신하지 못해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그러다가 공효진이가 다시 봉태규 누나로 나오길래..

아.. 걔가 벌써 이렇게 큰거야? 했다..  (공효진 역시.. 문소리처럼 시집을 못? 혹은 안 간 상태였다;; 혹이 딸려서 그랬나?;)

그러다가 갑자기 깨닳았다..

아아.. 그럼 저 여자애(정유정이)는 초반에 나왔던 고두심의 전남편의 전처의 딸이겠구나...

이 친구들이 연결고리구만.. 그래서 가족의 탄생이구만.. 

라고 깨닳으려 기분이 좋아졌다. (대단한 문제라도 푼 것처럼..)

 

근데, 엉뚱한 얘기지만 끝에.. 두 가족이 상견례 하는 것도 안 나오더라;

뭐, 그 지점까지 결혼이나 혈연관계 없이 가족을 이루면 잘 살았는데, 감독이 굳이 너을 생각을 안 한 거 같다. 아예 생각을 안했을 공산도 크지만 (이게 무슨 일일 연속극이라고;;) 일부러 안 넣은 거 같기도 하다..

나의 오버 추측인지 모르지만..  가족은 가족인데 절대 혈연이나 결혼으로 맺어지지 않은 가족'만' 보여주려고 했던 건가?;;  그게 나쁜 건 아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훈훈했다. 씨다른 동생 키워주고, 생판 남이랑 얼굴 맞대고 살고. 겉으로의 형식이 없어도 그사이에 보이지 않는 끈끈한 정만 있으면 가족을 이루고 살 수 있다고..)

하지만 어쩌면 감독은, 반드시 결혼이나 혈연관계가 있어야만 가족이라는 convention을 때려부수고 싶었던 거 같기도 하다.

정해진 사회적 질서 라는 틀에 딴죽을 걸면서, '이봐, 이래도 가족 되지?" 라고 반문하는 면이 있는가 하면,

'뭐 그렇게 팍팍히 삽니까? 어차피 우리 다 외롭잖아요. 외롭게 세상을 떠돌다 가는 방랑자 같은 인생인데..  우리가 원하고 그리워 하는 정, 사랑..  마음껏 나누고 삽시다' 라고 얘기하는 거 같기도.

 

 

나는 솔직히,

<이렇게 피 한방울 안 섞인 사람들이 이룬 가족이 훨씬 더 훈훈하고 좋은데,

혈연관계, 정식결혼등의 울타리 안에서도 훨씬 못하고 추한 위선적인 형태를  유지하는 인간들 보다 훨씬 나은데,

그렇담 차라리 전통적인, '결혼을 통해 한남자, 한여자가 자식을 낳아 이루는 가정'이란 컨셉은 때려부수자. 필요도 없고, 방해만 되니까..>

...라고 생각치는 않는다.

내 생각에 감독은 약~간 그런 삘인 거 같긴 한데..;; 

<자유를 구속하는 구습일 뿐이니까..   진짜 알맹이, 즉 사랑과 진심으로 위하는 마음만 있으면 일반적이고 사회통념적인 가족의 개념은 때려부셔도 좋다...>

라는 생각이,

<피 한방울 안 섞여서 더욱 감동적인 가족애>

라는 표면적으로 나타난 훈훈한 주제외에 작품 전체에 전반적으로 깔린 감독의 사상..같기도 해 쪼~금 불편하기도 하다.. 

내가 보수적이라 그런가보다.. 

전통적인 형태의 가족이란, 알맹이 없이 겉모습만 아슬아슬 유지될 때 그 역할을 제데로 하지 못하고 무의미해지지만, 소중하고 중요한 건강한 사회의, 우리네 사는 터전의 밑바탕이 되는 기본적 단위로 본다 나는. (진정한 사랑을 구속하는 나쁜 구습이라기 보단;)

형식적이거나 경직된 사회의 편견등에 치이고 지친 사람들은 간혹, 그렇담 예전부터 내려오던 건 다 때려부시자!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같다. 그럼 더 자유로워지고 훨씬, 천배만배 좋아질거다? 라고 믿는 것인지.. (정해진 규칙이란 없다..라고 믿으며 그것을 이시대 제일 인텔리하고도 인간적인 미덕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요새 어디든 팽배한 듯;)

지금 다시 쓴 걸 읽어보니 내가 확대해서 오버하는 감이 들지만.  그냥 그런 생각까지 들어버렸다, 생각이 생각을 잇다보니^^

 

어쨌든,

영화로 다시 돌아와서,

다른 어떤 분 무비스트 리뷰를 훑어보니까..

'시간의 교차로에서 엮이는 인연간의 접목관계' 라는 표현이 나오더라.

마지막 그 알쏭달쏭 + 상징적인 장면을 잘 설명한 거 같다.

같은 글에서 '우연이지만 필연' 이라는 표현도 봤다.

정말, 우연, 필연, 인연...  시간의 교차로..  이런 말들이 이 영화를 잘 표현(?) 하는 거 같다. (대단한 분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사람들은, 그 수많은 출연진들은..

그 지하철 터미널 내지는 기차역 같은 곳에서, 정신없이 길 잃은 사람처럼 걸어간다.

어딘가를 바쁘게 가는 거 같기도 하고. 각기 혼자서 외롭게, 또 어떻게 보면 무언가 그리운 듯한 눈으로 쳐다보기도 하고. (아역 옆에 앉아서 잠시 털실 뭉치던 장면은 빼고?)

인생이란게, 인간사라는게 그런가 보다.

정신 없이 사방에 사람들이 바쁘게 제 갈길 가고 있고..

우리도, 나도 역시 똑같이 어딘가를 막 가고 있는데,

사실은 뭔가 찾아 헤메는 거다.

그리고 바삐 걸으면서도 목적지가 무엇인지, 뭘 찾는건지 모를때가 많고.

그치만 끝없이 갈구한다.  사랑을, 정을, 세상풍파 겪을 때 옆에 있어줄 가족이라는 것을.

가족의 정.

그 무수한 개개인들을 풀어놓은 돗대기 시장 한복판에서, 똑같이 외롭고, 사연많은 사람들이 우연히 부딫혀 인연을 만들고 필연이 된다.  가족을 이룬다.

감독은, '인간은 모두 다 홀로 외로이 방황하다 가는 존재고 (간이역을 헤메는 떠돌이 인생들?), 세상은 그렇게 허무하게 머물러 가는 추운 곳이라 비슷한 사람들끼리 정이라도 나누며 살아야 된다는 인생관을 가진것일까? 어짜피 짧은 인생, 쓸데없는 것들에 구애받지 말고..

현실적인 거 같지만 슬픈 관점(?)이다.

어차피 갈 거니까, 있는 동안이라도 서로 보듬자는..^^

 

*수정하면서 덧 붙이는 얘기지만, 한가지 아이러니가 생각났다. 겉으로 큰소리 치는 공수표 날리는 웬수들 대신 겉으론 싫어하는 듯 해도 결국엔 거두워 기르는 사람들.. 이라고나 할까?

처음에 여자아일 데려다 주고 오라니까 얘가 갈데가 어딨냐고, 내가 책임지겠다고 큰소리 떵떵 쳤지만 결국 그날로 잠적한 무책임한 남자 엄태웅. 그치만 그 애를 업고 데려다 준다고 집을 나선 무신씨는 결국 문소리랑 공동 엄마로 여자아이를 길렀고.  공효진이 쳐들어가서 식구들 밥먹는데 '우리 엄마 사랑하냐고' 묻자, 아저씨는 자기가 무슨 비극적 로맨스의 주인공인 양, '사랑해, 진심이야'라고 해 놓고는..

지가 저질로 놓은 아이를 결국 공효진이가 기른다. (살아 있을 땐 엄마랑 맨날 싸우고 아비가 다른 남동생은 맨날 쥐어박고 그러더니)

다른분이 올린 리뷰중에 보면, 왠지는 모르겠지만 여성적인 느낌이 나는 영화라고 하셨는데.

아마도 남자들이 태반 무책임/싸가지 없는 반면, 여자들이 희생해서 영화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아이들의 인연이 있을 수 있게 길러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한마디로 여자들이 영웅이라 여성적으로 느껴지는..? 감독님은 은근히 페미니스트^^?;;)

하지만 자식대에서는..

결혼을 한다해도 그 채연인가가 봉태규 속을 계속 썩일듯도 하다. (여자들의 한맺힌 대물림이 그런 형태의 복수로?;;)  그렇게 여기저기 퍼주고 끌려다니는 성격이, 타고난건데 시집간다고 바뀌지는 않을 듯..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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