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이 영화의 뿌리를 더듬어보자면 일본 코나미사가 개발한 공전의 히트를 친 비디오용 게임기 PS의 시뮬레이션 게임을 맞닥뜨리게 된다. 얼마 전 국내에서도 개봉된 DOA와 같이 이 영화 역시 원작게임을 영화화한 케이스다. 다만 DOA같은 대전 격투 시뮬레이션 게임이 아닌 그로테스크한 롤플레잉(roll palying) 성향의 어드벤처게임이라는 점의 차이가 있다. '바이오 하자드'와 함께 게임 매니아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어 낸 이 게임이 영화화되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 영화의 홍보문구는 정해진 것과도 다름없었다.
일단 이 영화는 게임이 가지고 있는 느낌 그 자체를 스크린으로 이양하려했던 것만 같다. 현실과 비현실의 이면적 공간, 마치 지옥과 현실의 경계선 사이에 자리한 듯한 모호한 공간인 사일런트 힐은 게임의 모티브를 그대로 재현해낸 것만 같다. 자욱한 안개속에 회색빛의 재가 비처럼 내리는 사일런트 힐의 공간은 신비로우면서도 무언가 불쑥 뛰쳐나올것만 같은 불안감을 동반한다.
특히나 중간중간 등장하는 크리쳐들의 그로테스크함은 이 영화의 백미이다. 특수효과를 이용해 게임 속의 크리쳐를 영화속으로 재현해낸 모습은 가히 감탄스러울 정도다. 특히나 최후반부의 교회씬은 기괴함 그 자체이다.
다만 가공할 비쥬얼만큼에 비해 상대적으로 문제가 되는것은 이야기의 맥락이다. 일단 최후반부의 반전이 등장하지만 그 반전의 묘미를 눈치챌만한 관객이 몇이나 될지는 의문이다. 일단 영화는 게임의 외양을 살리면서도 영화적인 내면을 살리기 위해서도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일단 게임의 영화화인만큼 게임중에서도 첫번째 시리즈물의 에피소드가 영화의 이야기적 토대가 되었다. 다만 게임의 주인공이 남자 캐릭터였던 것에 반해 영화는 여성 캐릭터를 내세운다. -지독한 클리셰, 여성 캐릭터의 공포물 주연 내세우기는 어쩔 수 없는 고전적 답습이다.-
일단 에피소드로 진행되는 게임의 형식을 영화는 그대로 답습한다. 마치 하나하나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듯 공간을 이동하고 상대가 바뀌는 모습은 게임과 흡사하다. 또한 수수께끼와도 흡사한 게임의 시크릿 스테이지를 열듯 영화의 내용은 간혹 들쑥날쑥한 느낌이다. 문제는 이같은 방식이 분석하고 스스로 연구하기 좋아하는 게임애호가의 성향에는 바람직한 방식의 소통이지만 영화를 단순히 즐기고 이해되길 바라는 관객에게 어필되기에는 적절치 못한 소통이 된다는 것이 이 영화의 난관이 될 것 같다. 게임은 스테이지의 비밀을 풀어야만 다음 스테이지로 진행한다. 그래서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은 그 비밀을 반드시 캐내어 다음 단계로 이동한다. 하지만 영화는 그렇지 않다.
특히나 엔딩씬의 모호함은 많은 이들의 의문을 자아낼 듯한데 강한 반전적 내용을 담고 있지만 이해되지 못하는 반전은 어수룩한 반전과 동일 취급을 당하는 법이다. 그런면에서 중간중간에 강한 예감을 주는 복선을 삽입하는 것이 게을렀음은 지적받아야 할 부분이라 느껴진다. 게임과 같이 에필로그가 삽입되지 못하는 이상 그 비밀을 추리할만한 그럴듯한 장치를 충분히 마련했어야 하지만 내용의 불친절함에 비해서 그에 대한 주석은 부족해보인다.
물론 이야기 구조의 미약함보다도 아쉬운 건 불필요하게 진지한 척하는 영화의 뉘앙스이다. 일단 원작 게임의 오컬트적인 성향, 즉 저주와 영혼이라는 소재를 영화 역시 차용한다. 그리고 영화는 그런 밑바탕에 종교적 색채를 가미한다. 신비주의위에 덧씌운 기괴함은 악마적 성향으로 대체된다. 마치 이단을 신봉하는 맹신자들의 집합소처럼 표현되는 교회의 모습과 그들의 마녀화형식 등은 영화 스스로가 자신의 모양새를 각인시키기 위한 선택적 작업이었던 것 같다. 시각적으로 이목을 끄는데서 그치지 않고 이야기적인 무게감을 얹히려는 의도였던 듯 하지만 형태로써의 유입이 아닌 발언적 태도를 취함으로써 영화의 맥락이 다소 느슨해지는 것은 아쉽다. 또한 그런 부분이 영화의 긴장감마저 늘어지게 만드는 것 역시 흠이다. 물론 사일런트 힐이라는 이방적 공간을 이용해 광적인 전설담 하나를 우려먹는 것은 그리 흠이 될 것이 없지만 그 전설담이 지긋지긋한 설교로 변모하는 것은 참아주기 힘든 곤욕스러움이다.
또한 영화가 표방한 공포적 효과는 일단 그로테스크한 위협감을 느끼게 하지만 시각적인 불쾌감을 넘어서는 심리적 압박에는 이르지 못한다. 게임속의 크리쳐들의 재현은 꽤나 끔찍하게 잘 표현되었으나 극도의 긴장감을 느끼기에는 위기감이 성립되지 않는다. 물론 늘어지는 이야기 맥락이 그런 면에 크게 일조하는 것 역시 간과하기 힘들다.
어쨌든 이 영화는 효과적인 시각적 공략에는 성공한 듯 하지만 이야기 맥락이 디테일하지 못함에 따라 의도했던 긴장감 유발에는 실패한 것 같다. 물론 엔딩씬을 보고 내용을 다시 한번 되짚어본다면 영화의 기본적 설정력은 상당히 평가받을 만하다. 다만 그런 의도를 잘 살펴볼만큼 애정을 지니기에는 영화의 순간순간들이 우스울 정도로 나약하게 느껴진다. 상당히 매력적인 구도를 취했지만 맥빠지는 형세의 결과물에게서 느껴지는 건 아쉬움 뿐이다.
마지막으로 엔딩의 모호함에 의문을 품은 이들에게 던져주는 팁은 사일런트 힐의 공간적 개념을 잘 상기시켜 볼 것. 또한 로즈(나다 미첼 역)와 크리스토퍼(숀 빈 역)가 각자 배회하는 사일런트 힐의 풍경은 달랐을까에 대한 고민 정도는 해볼 것. 물론 지독한 실망감에 어이를 상실하신 분들은 열외. 참로 후속편의 제작이 논의중에 있다고 한다.
-written by kharis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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