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켄 로치는 여전히(!) 계급 투쟁이 역사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믿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는 트로츠키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켄 로치 감독은 영국 국적의 감독이다. 자신의 조국에게 이렇게까지 날카롭게 메스를 들이대는 영화는 그렇게 쉽게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켄 로치는 이 영화에서 영국 제국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으며, 이 영화는 아일랜드 민족에 대한 영화가 아니라, 계급 연대에 대한 영화라고 정의내리고 있다.
켄 로치의 영화를 보면서.. 드는 생각... 과연 우리는 우리의 아픈 과거.. 또는 현실에 대해 날카롭게 메스를 들이댈 수 있는가? 베트남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솔직하게 신랄하게 그릴 영화가 나올 수 있을까? 혹은.. 혹시 영국에서 이 영화를 보면서.. 영국의 보수주의자나 군 출신들이 집단 시위 등으로 켄 로치의 처벌을 주장하지는 않았을까??
이 영화에서 가장 가슴 아프게 다가왔던 장면...
주인공인 데이미언은 어릴 시절부터 자신이 알고 지내던 마을 동생을 적에게 정보를 건네 준 혐의(협박을 받고 어쩔 수 없이 위치를 알려줌)로 사살하기 위해 총을 쥔 손을 떨면서.. 친구에게 말한다... "우리가 모든 걸 바치는 조국이 그럴 만한 가치가 있겠지...." 아...
그러나 그렇게 모든 걸 바친 조국은 결국엔 자신의 목숨마저 요구한다.
정말 그럴만한 가치가 있을까???
감독의 정치적 성향을 알 수 있는 장면...
단(아마도 단은 감독의 페르소나로 보인다)이 데이미언에게 말한다.... 영국으로부터 독립한다고 해도, 지금 이 상태라면 영국은 계속 자본, 상업을 이용해 아일랜드를 지배한다....
데이미언은 형과는 달리 의사로 성공하고픈 평범한 젊은 청년이었다. 그는 자신의 눈앞에서 단지 영어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마을 동생이 맞아 죽는 모습을 목도하면서도 '그냥 영어로 말했어면 될 것을..'이라며 마을 사람들이 괜히 일을 만든다는 식의 방관자적 태도까지 보여준다. 그러던 그가... 런던행 기차를 타려다 영국 군인들의 횡포로 기차를 놓치고 다시 마을로 돌아온 뒤 아일랜드 군대(IRA)에 가입하며 과격분자(!)로 돌변하기 시작한다..
이 장면은 어떻게 보면... 결국 자신이 피해를 입자.. 입장을 바꾼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고, 명확한 전선의 시대에는 중립지대, 방관자적 태도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감독이 누군지도 모르고 단지 아일랜드 출신이라는 이유로 캐스팅 했다는 킬리언 머피...
<나이트 플라이트>에서 친절함과 잔인함의 이중적 모습을 순식간에 변환하는 섬뜩한 연기를 보여주었는데, 이 영화에서도 너무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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