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자본주의 시스템을 받아들이면서 자치를 해 나가기를 원하는 테디와 아일랜드에서 사회주의 이상국가를
실현하길 바라는 데미언. 길이 갈라진 두 사람은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게 되고, 두 사람의 관계는 점점 파국으로
치닫는다.
영화는 데미언의 시각으로 진행되지만 테디의 입장에 대해서도 관대하다. 자치를 통해 힘을 기르고 종국에는
영국의 지배에서 벗어나자는 현실주의자들의 견해를 완전히 무시하지도 않으며 그들의 고뇌 또한 공평무사하게
다룬다.
영국은 바다건너에서 자본을 통해 우리를 지배할 것이기 때문이다." 1910년대 아일랜드 사회주의 운동가인 제임스
코놀리의 말이기도 한 이 대사를 통해 감독은 사회주의 이상국가를 만드는 대신 자본의 지배에서 자유롭지 못한
독립국가를 선택한 1920년대의 미완성 혁명을 아쉬워한다. 이는 동시에 자본주의가 극에 달해 글로벌 자본이 토착
자본을 쥐고 흔들고 있는 2000년대에 대한 비판으로도 읽힌다.
이미 1995년 스페인 내전을 다룬 '랜드 앤 프리덤'을 통해 실패한 혁명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던 로치는 이번에도
이런 묵직한 주제를 영화에 풀어 놓는다.
하지만 이런 주제는 형제간의 갈등이란 드라마틱한 소재를 통해 관객에게 자연스럽게 전달된다. 때문에 마치 '태
극기 휘날리며'를 보는 듯 영화는 쉽게 읽힌다.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풀어내는 감독의 재주에 과연 거장이구나 하
는 생각이 절로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