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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감독도.. 슬프십니까? 비열한 거리
gracehpk 2006-11-09 오후 8:59:24 1854   [7]

얼핏 지나가다..

비열한 거리는, 조폭자금이 유입되어 만들어졌기 때문에, 조폭들을 좋게 묘사해 달라는 청을 받았고, 그 주문대로, 그대로 만들어진 영화라는데.

물론 감독 본인이 하고자 하는 얘기를 충실히 했겠지만.

그 선입견을 가지고 쭈욱 보면서, 극중 민호가 혹시 유하감독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해 보았다.

유감독도 자기가 이만큼의 인지도를 쌓기위해 해왔던 비열한 짓들에 대해 약간의 혐오를 갖고 있고, 조금 냉소적으로 모든것을 극화함으로서 건달들은 동정표를 얻고(?) 자기는 애써 담담한 척, '이것은 픽션입니다' 라고 말 하지만 사실은 아니고. (정말 소설쓰게 만드네..)

민호가 영화끝까지 살아있다는 것이 좀 불만이지만, 느와르라는 장르 자체가 어두운 현실세계를 방영하는 (뭐든 일부러 이쁘게 그리는게 아니라) 특징이 있다고 하는 만큼, 비열한 현실을 보여주는 한편.

그래도 조만간 죽지 않겠나...하는 생각도 해 본다.

그치만 설령 계속 사람 여럿 죽여가며 출세하고 탄탄대로를 걷는다 해도 불편한 양심에 반드시 행복하지 만은 않을 거 같은데.

병규(병구? - 조인성)는 부려먹기만 하고 자기 살길은 하나도 안 봐주는 형님을 처단하고 괜찮은 스폰을 얻어서 잘 되가는 가 싶었다. 맨날 피터치게 사람 때리고 박고 그렇지만 한몫 잡아 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는.

그치만 결국 자신의 오른팔인 진구 (극중 이름 종구?) 에게 같은 방법으로 배신을 당하고.

그리고 끝에 조인성을 찌른 - 즉, 진구 밑으로 붙었기 때문에 - 그 똘마니는.. 조인성의 마지막 눈빛을 평생 기억하며 살아가겠지. 그리고 일이 좀 안 풀렸다 하면 언젠가 진구도 칼맞고 묻히지 않겠는가?

어찌보면 천호진이가 제일 비열한 것인지.

아니면 다 똑같이 비열한데, 그냥 운 좋거나 그나마 힘 좀 있는 웃대가리들만 오래오래 살으면서 사람 많이많이 죽이고..  그렇게 돌아가는 뭐같은 세상인거다.

최대한 조인성에게 연민이 갈 수 있게 만든 영화.  조폭이지만 가장이고, 아들이고 형이고 오빠고..  초등학교 때 동창을 좋아하는 남자고..  친구를 믿었지만 배신당하고, 죽이겠다고 나섰지만 자신이 두목을 배신한 방법과 똑같이 배신을 당하고.. 불쌍한 생활인, 비열한 시스템에 동화되어 돌아가다 그안에 묻히다?

정말 불쌍해 보이는 조인성의 열연.

생긴건 멀쩡한데 비열한 표정도 잘 짓는 진구.

정말 기생 오라비같이 생겨서 재수없는 비열한 대사에 비열한 짓까지 너무 잘 표현해낸.. 민호씨 (배우 누구?)

 

뭐, 민호 본인도 괴로워 하는 듯 보였지만.

그만한 값도 안 치르고, 여러사람 인생 말아먹고 혼자 잘 되려고?

물론... 그 사람 하나만 나쁜게 아니지만.

 

민호는..

영화한번 만들어 보고 싶어서 뛰어들었는데, 인정도 못받고 이리저리 치이는 인생이 구질구질하고 싫어서,

그래서 친구를 위험에 몰아넣으면서까지 이용했고..

조인성 부하 진구한테 잡혀가서 죽었다 살아나게 되었을 때, 아마 민간인으로서서 너무너무 무서우면서도,

자신은 이미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고, 불평할 수도, 돌이킬 수도 없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그래서 목숨부지 하기위해 신고를 하고 형사를 옆에끼고 다니게 되고..

초반에 조인성한테 죽임을 당한 조인성 전대 형님. 그이도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을 시집 보내기 위해 깡패짓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아버지 대신 동생의 손을 잡고 입장을 한 뒤 눈물을 떨구는 어머니의 손을 잡으며 위로하는 평범한(?) 인간 이었다고 영화는 말한다.

오직 천호진만이 만면에 화색을 띄우고, 자신의 형님이 그 위의 형님에게 그랬던 것처럼 같은 방법으로 새로이 자신의 수하로 온갖 드러운일을 맡아 지휘하게 될 진구에게 술을 따르면서 속으로, "나는 정말 머리가 좋은 놈이야, 쓸모 없어진 놈들은 재깍재깍 처분해야지.." 라며 좋아하는 걸까?  자기도 박검사한테 빌빌거렸으면서.

나쁜 사람들이 만드는 나쁜 세상.

그 중 하나에게 주인공으로서의 당위성을 부여한다해도 처절하고 피튀기는 현실이 변하진 않는다.

 

초반에 진흙탕에서 뒹굴며 싸우는 씬에서 짐승처럼 비루하게 굴려지는 인생들이 가엽다고 느꼈던 거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 모습은 어쩌면 세상의 법칙을 원망하면서 똑같이 흉하게 변해가며 서로를 할퀴는 우리안의 추악함을 비웃는지도 모른다.

마지막에 나왔던 영화 초반에 조인성이 민호에게 했던,

"민호야, 이번엔 정말 의리에 죽고사는 찡한 건달애기 한번 만들어 봐라."

는 대사가..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느껴지는 괴리감, 혹은 씁쓸함을 더하려는 거 같다.

 

참... 슬픈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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