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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이 본 김기영의 <火女>('71년작) 화녀
ycy502 2006-11-15 오후 8:55:34 1577   [3]
 장래 영화감독이 되고 싶은 고등학생이다. 영화감독을 꿈꾸는 여느 고등학생들 처럼 시나리오를 써본다거나 단편영화를 찍어 본다거나, 그런 일을 해본 적이 그다지 없다. 이런 일을 하지 못하면 영화라도 많이 봐야 되는데, 영화를 그렇게 많이 본 것도 아니고, 본다고 해서 평 쓰는 것도 잘 못할 뿐더러 써도 시원찮다. 내 목표에 대한 열정이 부족한건가? 열정이 식어가는 건가? 하는 고민과 생각을 하던 중. 난 김기영 감독의 영화를 만나게 되었다. 요 근래 "앞서간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게 되면서, 신중현의 음악이나 이런 것들과 함께 김기영 감독님의 영화에도 한창 관심이 많다. 작년엔 <고려장>과 <하녀>를 감상하게 되었고, 이듬해 <화녀>를 감상하게 되었다. (아래 평은 5월달에 보고 쓴 평)

   

 <하녀>의 리메이크 작 시리즈 중 하나인 <화녀>. 전작 <하녀>와 스토리의 기본 뼈대는 같으나, <화녀>는 추리물 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플래시 백을 이용한 과거 회상, 역순행적 구성이라는 살이 붙여졌다. 이런 구성을 취한다 해도 생각했던 것 보다 플래시 백은 그다지 빈번하게 쓰이진 않았더라. 전작에 비해 초, 중반부에는 이야기가 빨리 전개되며 후반부가 좀 길다.
  무엇보다도 전작과는 달리 "색"이라는 게 입혀져서 상당히 색다른데, 화면에 원색이나 한 눈에 들어오는 진하고 자극적인 색들을 많이 깔았다. 대부분 붉은색(자세히 표현하면 진한 주황), 파란색(짙은 파란색)이 주를 이루며 초반에 등장하는 시골 꽃밭의 꽃 색들부터 영화 속 집의 조명부터 등불, 벽지-<친절한 금자씨>의 금자씨 방의 얼룩말 무늬를 떠올리게 하는 비슷한 문양의 벽지도 있다-, 그릇, 의상, 심지어 화장실 세숫대야까지 화면에 담는 모든 요소, 소품 하나 하나까지 강렬한 어필의 색을 부여했다.
  그러다 보니 영화의 미장센은 더더욱 빛을 발해 풍성할 수 밖에 없다. 전작에 비해 집은 더 넓어지고 계단은 좌측으로 옮겨 졌다. 전작에서도 집은 목조집이었지만, 역시 색이라는 게 있기에 목조집의 나무 색들도 상당히 선명하게 들어온다. 특히 완전 샛노란색의 화장실이 제일 인상적이다. 강하고 두드러지는 "색"과 꼼꼼하게 짜여진 "미장센"이 만나 최고의 화면을 뽑아 내는 <화녀>를 시종 보며 "저게 과연 1970년대에 만든 영화가 맞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 놀라웠다.
  촬영. 역시 예술이다. 앵글이 압권이다. 영화 초반 명자(윤여정)와 명자의 친구가 상경해 직업 소개소-<복수는 나의 것>의 장기매매 장소를 떠올리게 한다-장면에서 계단으로 올라갈 때, 라스트 쯤에 동식(남궁원)과 명자가 최후를 맞는 그 때, 앵글을 비뚤게 잡아 찍은 장면(더치앵글)은 이 영화에서 최고로 꼽고 싶다. 뒤늦게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은 이 영화의 촬영을 정일성 촬영감독이 맡았다는 거다. 전작에서도 음악을 맡은 한상기의 음악도 피아노만 깔렸던 전작에 비해 여러 악기들을 이용해 음악에도 살이 붙었다.
  김기영 영화에서 주로 쓰는 붉은색 조명과 푸른색 조명은 여기서도 단연 효과적으로 쓰인다. 몇몇 정사씬과 살인씬 같은 데서 쓰인 붉은 사진들로 상황을 묘사한 기법과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번쩍이는 슬라이드와 여러 장면들이 찰나에 지나가는 대목의 편집도 좋았다. 주로 정사씬은 커텐에러 이루어져 잘 보여 주지 않는다.-아마 시대적인 제약이 있었기 때문이었을 듯.-
  전작과 마찬가지로 공포의 엄습과 서스펜스는 점층적으로 펼쳐지며 근대화의 모순과 인간이 가지고 있는 성적인 욕망을 <화녀>에서는 전작보다 좀 더 자세히 보여 준다. 인물들의 특징, 특히 남궁원의 무능한 남성의 캐릭터가 전작에 비해 두드러졌다. 윤여정의 초반 매우 백치스러운 모습에서 점점 "여보, 당신" 말이 나오고, 점점 드러내는 은근히 으스스하고 섬뜩한 표정과 말투는 그로테스크의 절정으로 치닫게 한다.
  <하녀>의 새로운 창조, <화녀>! 김기영, 그는 진정 시대를 앞서간 천재다. 내가 영화감독이 되거든 그를 닮고 싶다.

 

  p.s. 1
  앞으로 김기영 감독님의 영화를 부지런히 찾아 봐야 겠다. <화녀 "82>와 <육식동물>을 관람하고, 시간이 되면 EBS 녹화로 집에 소장하고 있는 <렌의 애가>와 영상자료원에서 출시한 <양산도>DVD를 구해 봐야겠다. 무엇보다도 보고 싶은 건 <이어도>!

  p.s. 2
 <화녀> 속편 <충녀>가 보고싶다. 근데 <충녀>는 비디오는 없고 영상자료원에서 언제 필름 돌리면 그 때 봐야 될 듯.

 

-많이 부족한 제 글을 읽어주시어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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