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아시겠지만 제리 스프링어 쇼라는 게 있다.
언제 하는지, 지금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가끔 케이블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보면 늦은 저녁시간에 하는 걸 가끔 잠깐 잠깐 본 기억이 있는데, 상당히 무척이나 저질스러운 쇼다. 당사자를 불러다 놓고, 바람 피운 얘기부터 폭로하고 주먹질에 여자들끼리 머리 잡고 싸우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하고,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자신이 좀 더 섹시하다며 윗옷을 벗어던지는 경우도 있다.
'리틀 블랙 북'에 나오는 쇼프로는 그만큼 저질스럽지는 않지만, 바로 제리 스프링어 쇼를 모델로 하고 있으며, 깜찍발랄한 Brittany Murphy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영화는 스테이시가 현재 애인인 데릭의 과거 여자들을 만나는 내용이 이어지면서 조금 지루해지는 듯 하다가 잠깐씩 양념처럼 곁들여 지는 쇼프로(그러나 양념이 아니고 영화의 마지막에 정말 큰 역할을 하게 된다.) 스테이시, 데릭 그리고 전 애인들이 엉키면서, 반전 아닌 반전이 연출되고 나름의 재미를 안겨주게 된다. 제리 스프링어 쇼가 그렇듯 정서적으로 우리와는 맞지 않는 듯.
로맨틱 코미디의 외관을 가지고 있지만 소재나 주제가 마냥 가볍지 만은 않다.
제목인 '리틀 블랙 북'은 영화 속에서 중요한 아이템으로 사용되는 PDA를 의미한다.
그저 당신과 룰루 때문에 슬픈 기억이 떠올랐어요 나 자신을 속이는 게 아닌데 깨끗하게 정리해서 다시 일어나고 상처를 치료해서 다른 남자를 만나야 했어요 과거를 깨끗하게 정리하지 않으면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되죠 평생 말이죠 이젠 정말 데릭을 완전히 잊어야 겠어요 모든 것을 잊을 거예요 이제 데릭이 누군지 모르겠어요 - 리틀 블랙북 중에서-
※ 브리트니 머피는 헐리웃 배우들 중 인간성 좋기로 아주 유명한 배우라고 한다. 그건 그렇고 왜 브리트니 머피 주연의 영화들은 우리나라에서 개봉이 잘 안 되는 걸까. 이 영화도 그렇고, 다코파 패닝과 함께 출연한 '업타운 걸스'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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