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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가져다주는 삶의 의미 사랑할때 이야기하는 것들
kharismania 2006-11-26 오후 12:49:06 1285   [3]
지켜내고 싶은, 혹은 이루고 싶은 일들이 있다. 그건 그것들이 결코 쉽게 이뤄지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쉽지 않고 어려운 것일수록 그 간절함의 크기는 자라나는 법이다. 그리고 그만큼의 값어치를 지니는 것이다. 사랑 역시 그 범주에 속하는 가치일지도 모른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지속시켜나가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만은 아니다. 감정만으로 현실을 이겨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랑할 때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 달콤한 사랑의 속삭임과 설레는 사랑의 고백들이 앞장서겠지만 그에 못지 않게 사랑이라는 감정의 키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실적 고뇌의 폭풍우를 뚫어야만 한다. 아름답고 풋풋한 감정만으로 살아가기에는 세상은 만만치가 않다.

 

 인구(한석규 역)는 정신지체를 앓고 있는 형 인섭(이한휘 역)과 어머니(정혜선 역)를 모시고 살아가는 집안의 가장이다. 어엿한 약국의 약사지만 그는 자신의 형때문에 사랑하던 여자와 결혼하지 못했던 과거가 있다. 그런 어느날 그의 앞에 한 여자가 나타난다. 퉁명스럽게 난데없이 술에 취해 나타나 술깨는 약을 먹고 사라진 이여자. 다소 어이가 없다. 그러던 어느날 이 여자 불쑥 찾아와 수면제를 주란다.

 

 혜란(김지수 역)은 동대문에 작은 옷소매점포를 운영하는 짝퉁디자이너다. 그녀는 자신의 아버지가 남겨준 5억의 빚 덕분에 결혼따위는 꿈도 꾸지 못한다. 그래서 결혼하겠다는 동생에게 훈계를 하고 임신했다는 말에도 단호하게 낙태를 내뱉는다. 잠이 안온다. 그래서 약국에 가서 수면제를 사려는데 약사가 맥주를 마시고 있다. 수면제를 달라니까 잠이 안온다고 수면제따위는 먹지말고 운동을 하거나 술을 마시란다. 그래서 그냥 그럼 맥주라도 주라고 했다. 그랬더니 이남자 진짜 맥주를 준다. 그냥 준단다. 그래서 마셨다.

 

 두 남녀는 그렇게 자신의 빈 옆자리를 슬그머니 채운다. 물론 그 우연한 만남이 하룻밤의 인연까지 발전하게 되는 것은 모두다 술의 위력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실 그것은 외로움탓이다. 현실에 짓눌려 서로 외면하고 있던 감정의 급소를 순식간에 급습당한 것이다. 그래서 비슷한 처지의 두 남녀는 서로 자신도 모르게 상대방의 마음을 끌어안는다.

 

 하지만 역시 현실은 녹록치 않다. 사랑으로 인해 잠시나마 잊고 있던 현실의 무게가 감정을 짓누르기 시작하면서 남녀는 서서히 자신의 감정이 과분하다는 결론에 다가선다. 행복해질 수도 있을것같다는 추측은 망상으로 결론지어지고 한동안 잊었던 형에 대한 원망이 되살아난다. 그것은 모두가 다 사랑때문이다. 사랑이 아름다운 건 그 사랑을 지속시켜나가는 노력이 뒤따르기 떄문이다. 마치 백조가 물위에서 우아하게 떠다니기 위해서 물안에서 부지런히 발장구를 쳐야하듯 겉으로는 아름답고 고결해 보이는 사랑도 결국 끝없는 이해와 현실에 대한 극복이 뒤따라야만 하는 법이다.

 

 사랑은 그만큼 힘겹다. 서로를 위해 배려해야 할 것도 많고 이해해야 할 것도 많다. 그 균형을 맞추지 못하면 감정은 비틀거리기 시작하고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마음만으로 충분할 것 같지만 사랑의 판타지가 점점 희미해져갈때쯤 현실은 고개를 들이민다. 행복뒤에 느껴지는 현실의 무게감은 더욱 버겁다. 잠시동안 망각했던 사연과 대면하게 되는 순간 사랑은 사치스러운 감정으로 전락한다. 그래서 혜란은 인구에게 이별을 종용하고 인구는 받아들인다. 그들은 방금 막 자신이 잊었던 지긋지긋한 현실을 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랑할때와 사랑하지 않기로 했을때 -사랑하지 않았을 때가 아닌건 사랑이라는 분기점을 지나기 전과 후의 상황은 분명한 차이를 지니기 때문이다.- 의 모습은 많은 차이를 보인다. 사랑앞에 눈이 멀어 현실을 외면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아니다. 사랑이라는 하나의 버팀목으로 현실의 버거움을 지탱한 것이다. 햬란과 인구는 그렇게 각자 자신에게 소중했던 이의 빈자리를 발견한다. 사랑이 삶에 존재했을 때 자신이 그래도 행복할 수 있었음을 깨닫는다.

 

 자신의 곁에 있던 소중한 이들을 떠나보내며 그들은 그 빈자리에 채워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를 깨달아간다. 현실을 버티기 위해 사랑을 외면해야 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살아가기 위해 사랑을 해야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 영화는 감정을 달아오르게 하는 수직적인 변동성은 없지만 감정을 쌓아가는 수평적 지속성을 지닌다. 마치 한땀한땀씩 기워가는 바늘땀처럼 감정을 서서히 유지하고 천천히 쌓아올린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통해서 투영되는 삶이라는 일상적 진리를 관통한다. 삶에 있어서 소중한것과 지켜야 할것들,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간과해서는 안될 것들을 마음속에 은은하게 울린다. 

 

 누구나 사랑을 한다. 하지만 사랑이 쉽지만은 않은 건 그 감정을 현실의 잣대로 이리저리 재보기 때문이다. 물론 즉흥적인 감정만으로 사랑에 휘둘려서는 안되겠지만 자신의 감정앞에 솔직하게 다가선다면 삶이 아름답고 풍요로워질지도 모른다. 사랑이 아름다운 건 그래서다. 자신의 주변에 존재하는 것의 아름다움도 함께 느낄 수 있다는 것.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은 그것이 아닐까. 우리의 삶이 얼마나 행복해질 수가 있는가라는 속삭임들. 그것이 사랑을 통해 우리가 나누게 되는 감정의 소통이다.

                                       -written by kharismania-


(총 0명 참여)
ranalinjin

 정말 현실적인 영화였죠ㅋ
  
2007-12-21 02:0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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