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야 다 아실 거고, 영화가 게임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것도 다 아실테니 별도로 말씀드리진 않겠습니다. 여기선 단지 영화만을 가지고 얘기를 해 보죠.
개인적으로는 꽤나 전체적으로 짜임새 있게 만들어진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스토리를 이끌어 나가는 능력이나 게임에서의 이식도, 크리쳐들과 세트 모두 어느정도 수준 위에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오히려 전 어째서 개봉당시 미국쪽 평론가들에게서 무차별적인 혹평을 들었는지가 더 이해가 안 갈 정도입니다. 이 영화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높게 치고 싶은 점은 제작자들이 원작 게임 사일런트 힐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아주 깊어 보인다는 점입니다. 재와 안개로 뒤덮인 마을이나 학교, 사이렌이 울린 후 뒤바뀐 지옥도의 모습 역시 감탄할 만큼 멋진 장면들이었습니다.
다만, 굳이 흠을 잡자면 영화적인 한계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스토리의 진행이 후반부로 갈 수록 점점 벙~벙~ 뛴다는 점 (숨겨졌던 비밀이 드러나는 방식의 문제나 앨리사가 어떻게 샤론을 낳았는가에 대한 설명이 미약함)이나 초반부의 긴장이 오히려 후반부로 갈수록 떨어진다는 점, 마지막 교회장면에서의 생뚱맞음(너무 고어하다는 평도 있던데 전 오히려 너무 대충 끝내버린게 아닌가 싶던데요?)은 걸리적거리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악마와 인간에 대한 계약이나 사일런트 힐의 여러가지 규칙들을 제대로 설명해 놓지 않아서 한번만 봐서는 왜 그렇게 되어야 하는지를 알 수 없었다는 점은 영화를 감상하는데 가장 큰 단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역시도 영화를 보고 난 후에 이런저런 인터넷 정보들을 뒤져보고서야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현실세계와 - 회색의 사일런트 힐 - 사이렌이 울리고 난 후의 사일런트 힐 간의 관계는 아주 복잡한데, 여기에 대한 설명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큰 혼란을 가지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하지만, 그러한 여러 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영화 사일런트힐은 게임을 영화로 컨버전한 것 중에 가장 성공적인 사례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레지던트 이블보다도 더 평가하고 싶군요) 감독의 연출력도 아주 좋았고, 배우들의 연기도 맘에 들었습니다. 엔딩에서의 반전도 맘에 들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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