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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스 페로스> 정신없이 달린 영화 아모레스 페로스
wihyangk 2001-11-08 오전 10:40:30 1042   [4]
 친구와 같이 별 사전 정보 없이 보았다.
게다가 친구는 가볍고 토실한 영화를 좋아하는 스타일인지라 칙칙한 화면과 금방이라도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검은 개와 피냄새는 옆자리를 계속 의식하도록 하기에 충분했다. 그 와중에 어떤 마력이 있었던지 나는 이 질펀한 바닥속으로 자꾸 침잠해들어가고 있었다. 오랜만에 정말 괜찮은 영화를 만났다는 생각이다.

 오래 전 Red 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옴니버스 형식이라는 것 외에 어딘가 많이 닮은 구석이 있는 영화이다. 대수롭지 않은 일상 속에서 그저 스쳐갈 뿐인 수많은 인간군상들과 각자 서로에게 무심한 개체라는 사실을 화면가득 보여주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도 따스한 느낌.. 아마 그 부분 때문에 갑자기 떠올랐나 보다. 아모레스 페레스에서처럼 삶은 그렇게 아름답거나 기승전결이 있어 매끄럽게 매듭이 지어지고 무우 자르듯이 옳고 그른게 정연하게 전개되지는 않는다. 좀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그게 바로 우리 얘기가 아닐까 싶다.

 무슨 이유에선지 정신없이 질주하는 젊은이들이 있다. 다친 개와 함께 현란하게 도로를 달리는 젊은 청춘. 녀석의 이름은 '옥타비오' 이다. 뭔가를 저지르고 쫒기는 입장의 그는 투견꾼이다. 곡예하듯 목고가던 차는 예측하지 못했던 어느 모퉁이에서 꽝, 부딪히고 만다. 그 사이사이로 그들의 얘기가 진행된다. 빠른 화면 전개와 피냄새 진동하는 투견장의 모습이 비춰진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매맞는 형수가 있고 냉혈한인 형이 있고 가엾은 형수를 사랑하는 그가 있다. 그가 투견장을 찾는 건 순전히 돈 때문이다. 형의 두번 째 아이를 임신한 형수를 위해 그는 돈을 모은다. 사랑은 희망이라고 했나? 형으로부터의 자유를 꿈꾸며 사랑을 키워나가지만 결국은 배신을 당하고 울게되는 옥타비오. 영화 종반부에 그는 형의 장례식장에서 왜, 라고 묻는다. '모르겠어요? 그는 제 남편이잖아요' 라고 대답하는 형수. 증오도 사랑의 한 갈레라는 걸 그가 알까? 거창하게 윤리나 도덕 운운하지 않아도 인간에게는 지켜야 할 최소한의 것 정도는 있는 법이라는 걸 그가 이해했을까?
 
 얘기는 모두 우연한 사고가 모티브이다.
옥타비오의 차와 충돌한 미모의 여인은 잘나가는 모델 발레리아이다. 그녀는 조금 전 새보금자리에서 물만난 생선같은 미끈한 몸매로 거리를 헤엄쳐 온 참이다. 사랑하는 다니엘이 예고없이 마련한 그들의 집은 다니엘의 정숙한 부인과 딸의 상처 위에 만들어진 거다. 모래성 같은 그들의 사랑. 현실은 이들 불륜 남녀를 가만 내버려두질 않는군 그래. 광고처럼 폼나게 살던 그녀는 교통사고 후 자신이 처한 현실을 인정하려들지 않는다. 게다가 애견 리치가 마루바닥 틈 사이로 떨어져 버렸다. 강아지를 앞세운 불안한 정신상태의 발레리아와 지쳐버린 다니엘. 뻔하게 대립되는 갈등구조. 그녀는 급기야 자살을 기도하고 한 쪽 다리를 절단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만다 . 창밖에는 늘 늘씬한 다리가 돋보였던 광고 현수막이 있었다. 잃었던 강아지를 안고 병원에서 돌아온 그녀가 거실에서 본 것은 더 이상 전성기 시절, 내 다리 두배의 길이는 됨직한 그녀의 늘씬한 다리는 아니었다. 그곳에는 알수 없는 미래가 걸려져 있을 뿐이었다. '광고 모집'


 노인의 얘기.
사고가 나기 직전 한 꾀죄죄한 행색의 킬러가 목표물을 놓고 오락가락하고 있다. 찰나를 포착하기 위해 신경를 곤두세우고 있었다. 결정적인 순간 방아쇠 대신 엉뚱한 곳에서 터지는 굉음.. 교통사고가 일어난 거다.
노인의 범죄는 일순간 멈춰진다. 그들 세 주인공의 개연성이란 우리 시각에서 보이는 그 사고일 뿐이다. 그들 자신들은 아무런 연관도 없고 이유도 모르고 결과도 모른다. 그게 이 도심 가득 와글거리는 우리들 각자의 모습 아닐까?
 노인은 대학교수란 점잖은 직업과 가족을 하루 아침에 팽개쳐 버리고 혁명을 위해 산으로 들어간 테러리스트이다. 시기가 안좋아 잡혔었다고 하는데.. 그걸로 끝이었다네. 지금은 연명을 위해 무의미한 킬러로의 삶을 살고 있다. 자신의 존재조차도 모르는 사랑하는 딸이 있다. 딸을 보기전까지 생활은 변화없었다. 그게 사랑인걸까? 수염을 깎고 점차 변화하는 노인. 그가 마지막으로 한 일은 사랑하는 딸의 방에 몰래 들어가 그 동안 모은 돈을 다 놓아두고 나오는 것이었다. 자동응답기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메시지를 남기는 노인. 테입이 다돌아가 버려 끝내 그 말은 전할 길이 없어졌지만 뚜우.. 소리 위에 '사랑한다'는 마지막 말을 하며 오열하는 늙은 테러리스트.
 옥타비오의 투견 '코피'와 노인의 뒷모습을 보여주던 푸른 화면이 참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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