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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하지만 볼만한 영화 로맨틱 홀리데이
lovepathos 2006-12-04 오후 1:29:22 679   [3]

 포스터만 보더라도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한 감독과 배우의 네임벨류. 좀 심드렁한 표현으로 말하자면 이 영화는 일단 이름값은 해내는 영화다.

 여성감독-아직은 드물기에 이런 표현은 단순한 성차별을 넘어선 어떤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특유의 섬세한 연출력과 대사빨, 확실한 안전빵의 호화캐스팅에 걸맞는 배우들의 맛깔나는 연기, 그리고 이젠 영화음악계의 거장이 되어버린 한스짐머의 음악-영화중간 마일즈(잭블랙)가 한스짐머를 추앙하는 장면은 이 음악가를 위한 서비스일까?-까지 이 영화는 모든 면에서 본전 이상을 보여준다.

 <사랑할 때 버려야할 아까운 것들>와 <왓 위민 원트>에서 보여주었던 '특별한 상황에서의 유쾌한 사랑만들기''섬세한 여성심리묘사에 따른 대사빨'은 이제 이 영화에서 완전히 낸시 마이어스 '고유의 색'으로 자리를 잡은 듯이 보인다. 분명 이것은 앞으로도 거부할 수 없는 그의 영화만의 매력일 것이다.

 게다가 이영화의 또다른 매력은 두 주연여배우들의 농익은 연기다. 두 여배우의 이런 연기는 사실 새로운 것은 아니다. 케이트 윈슬렛의 연기는 <이터널 션사인>의 연장선에 놓여있는 것처럼 보이고 카메론 디아즈의 그것은 수없이 보아온 비슷한 역할을 소화했던 그것과 것보기에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미 중견배우의 반열에 들어선 두 배우의 섬세한 대사 소화력이나 표정연기는 분명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되었다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다가 두 남자배우 쥬드로와 잭블랙은 언제나-정말 언제나- 평균 이상은 해주지 않던가? 물론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심지어 조연들의 연기까지 자연스럽게 어울려 영화는 이빨이 잘맞는 톱니바퀴처럼 부드럽게 흘러간다.

 

 자 이렇게 장점 일색인 이 영화에 나는 이 글의 초반 꽤나 시니컬한 태도를 취했다. 이름값은 한다는 둥, 본전 이상은 한다는 둥.

 그 이유인 즉슨 이 영화가 너무 상투적인 클리셰를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좀 과장하자면 이 영화는 클리셰로 도배가 되어있다.

 2년전 상처한 잘생긴 유부남 그레이엄은 천사같은 하지만 너무나도 조숙한 어여쁜 두 이 있다. 그와 사랑에 빠지는 아만다는 워커홀릭에다가 도시적이고 세련되지만 눈물이 나오지 않는 에 걸렸다. 그녀의 부모가 그녀가 어렸을 때 갑자기 이혼한 것은 물론이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주인공들은 영화시작과 함께 동시다발적으로 사랑에 실패하는 경험을 한다.  

 설득력을 높이기 위함이겠지만 주인공들이 하나같이 사랑의 '피해자'인 것은 아무리 아름다운 이야기를 위해서라지만 꽤나 눈에 거슬린다. 그것도 그냥 피해자가 아닌 연애중 가장 몹쓸 짓이라는 양다리에 의해 실연당한 피해자 말이다. 이것은 이제 일종의 공식처럼 자라잡은 왠만한 로맨틱영화에서는 절대로 빠지지 않는 클리셰다. 그나마 그 공식을 피해가는 그레이엄(쥬드로)조차도 '상처한' 불쌍하기 그지없는 홀애비라는 또다른 공식을 따른다는 사실은 이미 언급했다.

 

 사실 아무리 상투적이라고 해도 그것을 어떻게 표현해 내느냐에 따라서 좋은 영화가 만들어 지기도 한다. 거장들의 뛰어난 작품이라도 10줄이내로 간략하게 줄여 쓴 대강의 줄거리만 본다면 더이상 새로울 것이 뭐가 있겠는가? 물론 이 작품이 '거장의 뛰어난 역작'까지는 아닐 지라도 분명 그 상투성을 덮는 세련미와 섬세함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도 내가 이 영화에 까칠한 태도를 취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영화 속 설정들의 클리셰가 아닌 이 영화가 전달하는 메세지가 또 하나의 눈에 거슬리는 클리셰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랑을 하는데 꼭 양다리에 의한 실연이나 사별을 겪어야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 영화는 네명 모두에게 아주 극단적인 상황을 부여해 최대한의 동정심을 이끌어 내려 한다. 마치 착한사람, 지고지순한 사람만이 진정한 사랑을 얻을  자격이 있다는 듯이 말하는 뻔한 교훈적인 태도는 나같은 '나쁜 사람'의 눈에는 낯간지럽게 보이지 않을 수 없다.

 이혼남이냐고 묻던 아만다(카메론 디아즈)의 까칠했던 표정은 2년전 사별했다는 그레이엄의 대답에 재빨리 미소로 바뀐다. 좀 거칠게 표현하자면 이 장면에선 조금 역겹기까지 했다. 이혼남은 새로운 사랑을 할 자격도 없단 말인가?

 '권선징악'까지는 아니더라도 '사랑에 상처받은-상처이 아닌- 영혼들의 행복한 러브스토리'라는 어줍잖은 교훈적 메세지는 분명 식상한 또다른 클리셰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분명히 말했듯이 본전이상이고 이름값을 해내는 영화다. 그것은 홈체인지라는 독특한 소재의 덕도 아니고 간간히 폭소를 유발하는 코믹함 때문도 아니다. 그것은 같은 상투적인 것이라도 더 섬세하게 그럼으로서 더 새롭게 표현할 줄 아는 감독의 연출력과 그 연출에 걸맞는 배우들의 호연 덕분일 것이다.

 

 이 추운 겨울을 잠시나마 따뜻하게 해 줄 손난로 같은 영화를 찾고 있는가? 적어도 누가 그녀와 잤는 지를 확인하는 것보단 이 독특한 홀리데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 지를 보는 편이 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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