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이 영화의 제목은 유감이다. 원제와는 전혀 무관한 물론 어떻게든 뜯어보면 들어맞는 구석이 없진 않지만 'Prefect Opposites'가 '사랑해도 참을 수 없는 101가지'라는 삼류 연애 소설같은 제목으로 돌변했음은 기막힌 사족이다.
어쨌든 이 영화는 2004년도작으로써 우리나라에서는 뒤늦게 개봉하는 영화다. 물론 영화는 대충 외관을 훑어보아도 너무나도 티가 나는 로맨틱 코메디물의 일종이다. 물론 지금이 연말이고 조만간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는 점에서 이 영화의 등장이 때를 잘못 맞춘것은 아니다.
어떤 예상을 하던 간에 영화의 맥락은 그 측면에서 큰 오차를 보이지 않는다. 다만 이 영화가 보여주는 이야기가 그 클리셰들의 남용적 전례들이 남긴 틈새를 과연 어떻게 공략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면모다.
일단 이 영화는 시작부터 그네들의 현실을 과거로 리와인드(rewind)한다. 그와 그녀가 우리로 거듭나기 이전의 상태에서 연인이라는 각별한 인연으로 거듭나기까지의 과정을 회고한다. 영화는 드류(마틴 핸더슨 역)의 나레이션을 종종 삽입하며 시점적인 편중현상을 보이지만 이는 하나의 구성에 불과할 뿐 극적으로 큰 영향은 미치지 않는다.
이 영화가 제안하는 감정적 이해는 시작에서 절정의 순간을 지난 연인들의 사랑이 헤이해지는 순간들의 안타까움에 대한 돌이킴이다. 사실 크게 무리도 없고 무난한 이야기인지라 이런 류의 이야기의 순탄함을 즐기는 관객에게는 나쁘지 않은 이야기의 틀을 지녔다. 더욱이 이야기의 평이로움을 보좌하는 캐릭터들의 특별함은 극에 웃음을 가미한다.
다만 그 이야기의 순탄함은 이야기가 간과하는 진행적 편의성에 의지하기 때문이다. 줄리아(파이퍼 페라보 역)와 드류가 연인으로 맺어지는 과정이나 그들이 이별후 재회하는 순간이나 하나같이 너무나도 순탄한 것은 단순히 감정에 의존하기에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물론 감정의 흐름을 설득해야한다는 것이 가당치 못할지라도 그 상황이 보여주는 어떤 난관하나쯤은 존재했어야 그럴듯하지 않았을까.
권태기를 지나는 연인들의 모습으로부터 발견되는 애정의 식상함. 제목과는 무관하게 이 영화는 아무런 부담없이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정서와 이야기를 지닌다. 물론 이맘때쯤되면 볼만한 영화가 너무나도 많다는 것은 이 영화가 관객에게 선택의 기준에 들기에 버거워보이는 이유인 것만 같다. 마치 어정쩡한 제목의 느낌처럼 말이다. 물론 그 해피엔딩의 정서마저 딴지를 걸고 싶은 건 아니다.
-written by kharis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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