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찍은 두편의 영화에선 전혀 빛을 보지 못했었지만, 공동경비구역 JSA를 통해서 박찬욱감독의 인기가 상당히 치솟았다. 너나 할 것없이 JSA를 생각하면 최고! 라는 말을 서슴없이 꺼냈고, 그 말에 반대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그후 차기작으로 복수는 나의 것이 개봉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JSA의 박찬욱감독을 생각하며, 이번에도 뭔가 완성도 높고 크게 어필할 것이라는 기대치, 그리고 송강호, 신하균의 주연이라는 배우에 대한 기대치를 안고서 극장을 찾았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영화는 대중들에게 어필하지 못하는 그야말로 B급영화였다. 어떤 평론가는 이런 얘기도 하였다. 영화의 시작부에 의사가 "A가 아니라..B예요.. B.(손가락으로 B를 그리며)" 라고 말하는 것이 마치 너희가 보는 이영화는 A급 영화가 아니라 B급 영화다 라고 각인 시키는 듯 하다고.
혹자는 그랬다. 이 영화가 흥행의 성공하면 한국영화계가 진일보하는 것이라고. 아니나 다를까, 영화는 흥행에 참패했고, 영화 사이트 게시판에는 수많은 비방의 글들이 올라왔다.
복수 시리즈 2번째인 올드보이는 이에 반해 대중성과 작품성을 함께 가졌다는 평을 받으며, 흥행은 물론이고, 깐느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뒀다.
세번째 편으로 나온 금자씨는 올드보이보다 빛을 보진 못했지만 나름 괜찮은 평과 적절한 흥행을 거두었다.
그리고 복수시리즈가 끝이나고 나온 이 영화, '사이보그지만 괜찮아'
PIFF때, 박찬욱감독 인터뷰에서 박찬욱감독은 자신이 비주류 감독이라고 소개했다. 당시, 올드보이로 큰 인기 몰이를 하고 있을 때였는데, 이 말에 의아해 한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복수는 나의것에서 JSA보다 더 큰 인상을 받으며, 박찬욱감독이 단지, 흥행에만 연연하지 않는, 정말 자기가 하고 싶어하는 영화를 할 수 있는 포부를 가진 사람이라는 점을 보았다.
어쩌면 다른 감독같은 경우, 전작에서 큰 흥행을 거둔 만큼 차기작에서 그에대한 부담감을 안기 마련일텐데, 박찬욱 감독은 보란듯이, 당대 최고 주가를 달리는 송강호라는 배우, 그리고 영화계에서 한참 떠오르고 있는 신하균이라는 두 배우를 데리고, 자신만의 색깔을 가득담은 영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왜 그가 이런식으로 찍으면 현재의 관객들에게 크게 어필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그렇게 만들었을까... 흥행하기 위한 코드를 그는 모르고 있었던게 분명 아닐 것이다. 이미 이전 영화들과 JSA를 통해서 충분히 경험하였던 점일테니까.
그래서 나는 복수는 나의 것을 보았을때, 신선한 충격과 함께 감독의 대담함과 자신감, 그리고 자신의 영화관에 대해 어떤 점에서도 흐트러지지 않는 자신감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이후 나온 두 복수 시리즈도 비록 흥행에 성공하였다고 치더라도, 그만의 독특한 색깔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었다.
이번에 나온 사이보그지만 괜찮아 역시 그러하였다. 여지껏 그래온 것처럼 잘나가는 주류의 배우(이번엔 잘나가는 스타, 비)를 캐스팅해서, 비주류 영화를 만들어냈다.
어떤 평론가의 평에서는, 가진자의 여유라고도 하였는데, 글쎄... 과연 그것이 여유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박찬욱감독이 여유나 부리자고 영화를 이렇게 찍었다고 생각지 않는다.
비록 그가 많은 언론으로 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메이저 제작사와 배급사에 의해서 영화가 만들어지고,
배급되지만, 그가 하고 싶은 영화는 역시나 비주류 영화이다.
진정 자신이 하고 싶은 영화를 하겠다는 것. 나는 그 점을 높게 사주고 싶다.
복수는 나의것이 당시 흥행에 실패하였지만, 나머지 2 시리즈가 흥행을 거둔 탓인지는 몰라도, 재조명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요새 감상평이나 최근에 본 사람들의 감상 소감을 들을때면 짐작하게 된다.
비교될 대상이 아닐지 모르겠는데... 스즈키 세이준의 '살인의 낙인'도 당시 개봉때는 흥행에 참패하였고, 매도당했던 영화였지만, 오늘날 와서 그 영화는 정말 수작으로 꼽힌다. 한번 보면 잊혀지지 않는 영화..뇌리에 박히는 강한 인상의 영화라는 평과 함께...
어쩌면 '사이보그지만 괜찮아' 역시 지금 많은 악평이 쏟아지고 있지만, 훗날에 반드시 재조명 될것이라고 생각한다.
흔한 흥행코드를 찾아서 관객과 적당히 타협보면서 만들어지는 그런 대중적인 영화들에 식상해 하는 관객들이라면 박찬욱감독의 모든 영화에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울것이다.
그리고 그는 진정 자신만의 스타일을 유지해 갈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항상 감독명에 박 찬 욱 이라는 세글자가 붙은 영화가 개봉되면... 나는 무척이나 설레고 기대감을 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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