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엔 처음과 시작이 있다.피도 눈물도 없는 냉철한 첩보원이자 수 많은 여자들의 가슴을 훔쳤던 제임스 본드도 실수투성이의 주먹구구식으로 날뛰고 사랑에 가슴이 찢어졌던 적이 있었다.
자신만만하게 내놓았던 계획이 물거품 됐을 때의 그 멍청하고 허무한 본드의 표정이 상상이 갈지 모르겠지만 이 영화에서는 가능했습니다.정말 당혹스러울 정도로 실수연발에 사고만 치는 그의 모습에 상사뿐만 아니라 동료들까지 불신에 가득찬 시선을 보내는 것은 이전 본드 시리즈에서 볼 수 없었던 웃음을 선사했습니다.화려한 최첨단 장비가 동원된 액션도 아니고 엄청난 무기가 없는 악당들의 카리스마도 그렇고 마치 이전의 본드 시리즈를 잊으라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기계와 기계의 싸움이 아닌 진짜 인간과 인간의 대결.거기다 본드 시리즈에서 빠지지 않았던 본드걸들의 몸매자랑의 비중이 줄어듬으로서 이 시리즈가 더 이상 볼거리 위주에서 탈피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본능으로 달리고 뛰고 서서히 냉혹한 007의 자질을 쌓아가는 본드의 인간적인 갈등과 고뇌야말로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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