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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엔트로피를 높인다. 스캔들: 조선남녀상열지사
karamajov 2006-12-13 오후 10:05:42 1190   [3]

  나는 스캔들의 조원, 조씨부인과 위험한 관계(스캔들의 원작소설)의 발몽, 마르테유부인이 진정한 사랑에 빠지기 힘들었던 원인을 분석하면서 그 와중에 이 영화의 사상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글을 쓰겠다.

 

1. 코스모스 -> 카오스

 

  조원과 조씨부인 그리고 발몽과 마르테유 후작부인이 사랑에 빠지는 것을 두려워했던 것은 첫째, 여태까지 자기를 중심으로 체계적으로 돌아갔던 질서잡힌 생활이 중심이 타자로 이동됨에 따라 혼돈에 빠지게 되는 것이었다.

  조원이나 발몽이 여태껏 연애상대로 골라온 상대들은 그들에게 있어 유일자로서의 지위를 갖지 못한다. 프로노그라피적 대상일뿐이다. 즉 상대방은 소유하고 정복해야 할 일방적 대상이지 소통의 대상이 아니다.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을 생각해보면 좋을 것같다. 게임에서 상대방인 게임속 캐릭터는 소통의 대상이 아니다. 게이머는 이성을 통해 원칙과 전략을 세우고 캐릭터를 컨트롤한다. 이렇게 권력을 가지고 상대방을 복종시키면 게임에서 승리하게 된다. 조원이나 발몽은 연애를 게임으로 생각한다. 그들에게 기쁨을 주는 것은 상대방 그 자체가 아니라 상대방이 자기를 위해 해주는 그 무엇이다. 즉 상대방이 자기 계획에 따라 움직여주고 자기한테 집착하게 되면 이들은 게임을 클리어했을때와 같은 쾌감을 맛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 승리의 쾌감은 상대방이 나를 위해 더 많은 것을 희생할수록 더욱 커진다.       

 

“사랑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꼴이라니.” -조씨부인이 조원에게
“난 겁이 났던 거요.(내 세계의 질서가 무너질까봐)” -조원이 숙부인에게 용서를 구할때

 

  이렇게 자기중심적이었던 조원과 발몽은 각각 숙부인과 투르벨부인을 만나면서 사랑에 눈뜨게 된다. 왜냐하면 숙부인이나 투르벨부인은 조원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매우 비합리적이고 비경제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즉 이 여인들은 예전에 자신에게 가장 중요했던 정조, 신앙등을 상대방을 위해 기꺼이 포기한다. 그들은 이 큰 희생이 상대방의 다정한 한마디 말, 한번의 눈길만으로도 보상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숙부인은 조원을 정복하고자 하는 마음도 없다. 조원에게 무엇인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마음이 없다. 단지 조원이라는 사람 그 자체를 좋아하는 것이다. 이러한 진실성은 조원을 진정한 사랑에 눈뜨게 만든다. 조원에게 숙부인은 유일자로서의 지위를 갖기 시작한다. 또한 조원에게 숙부인은 더 이상 일방적 대상이 아니라 소통해야 할 연인이다. 그리고 동시에 조원의 세계관의 체계와 질서도 무너지기 시작한다. 숙부인에 대한 조씨부인의 험담에 대해 흥분을 하고(처녀막이 터져 생긴 피를 토끼피라 하자 흥분하여 편지를 구김) 조씨부인이 숙부인에 대한 나쁜 소문을 내자, 조씨부인과 자신의 유익한 관계를 깨버린다. 다음과 같이 말하면서.

 

“누이를 알다가도 모르겠소. 누이에게는 갖고자 하는 마음과 가질 수 없는 것을 부수려는 마음뿐인 것 같소.”

 

  그리고 조원이 조씨부인에게 떠나겠다고 말하자 조씨부인이 협박을 한다. 자기를 떠나면 어떻게 되는줄 알지 않느냐고. 하지만 조원은 더 이상 이성적으로 행동하지 않기 때문에 미련없이 떠나버린다.

 

“쾌감 그 자체보다 그 기쁨이 오래갔다.” -조원이 조씨부인에게 숙부인과의 첫날밤을 편지로 전하면서
“그림을 그리고 싶지 않다.”(조원에게 있어 숙부인은 일방적 대상이 아님을 보여준다.) -조원이 하인에게

 

2. 영원한 사랑의 가능성 

 

  조원과 조씨부인 그리고 발몽과 마르테유후작부인이 사랑에 빠지는 것을 두려워했던 것은 둘째, 사랑은 영원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위험한 관계>>의 메르테유 후작부인의 경우 사랑의 가치를 모르는게 아니었다. 남녀를 결합시키는 발단은 쾌락이지만 쾌락만으로 연결된 관계는 곧 서로에 대한 혐오감으로 끝을 맺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서로를 혐오하지 않게되려면 사랑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사랑이 영원하지 않다고 생각했기에, 사랑이 끝났을때의 상황을 예측해볼 필요가 있었다. 사랑에 빠졌다가 헤어지면 후유증이 매우 클 것이다. 사랑에 빠져있을때의 혼돈과 끝났을때의 혼돈까지 고려한다면 차라리 사랑에 빠지지 않고 적당히 쾌락적 관계를 유지하는게 경제적인 것이다. 
 

 <<위험한 관계>>에서는 사랑이 영원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듯, 발몽과 투르벨부인은 서로 사랑에 빠졌었지만, 한번 헤어진후 그 관계를 다시 회복하지 못한다.(마지막에 투르벨부인이 발몽을 약간 동정하는 정도에 그친다) 반면에 스캔들에서는 영원한 사랑을 긍정하고 있거나 꿈꾸고 있다. 스캔들에서 영원한 사랑을 긍정하기 위해 출현시킨 장치(?)는 숙부인 정씨이다. 우선 스캔들에서 조원과 숙부인은 한번 헤어진 후 조원의 편지를 통해 완벽하게 오해를 푼다. 그리고 그녀는 조원이 죽자 조원에 대한 사랑을, 그를 뒤따라 죽음으로써 확증한다. 서로 사랑하는 상태에서 당사자들 모두 죽음을 맞음으로써 이 사랑은 영원히 지속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녀는 <<트리스탄과 이졸데>>에서의 사랑의 미약과도 같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러한 죽음의 장치는 매우 부자연스러운 것으로서 이는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사랑을 영원히 지속시키기 힘들다는 감독의 비관적인 깨달음을 반영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3. 결론

 

  조원은 연애에 있어서 대단히 뛰어난 전략가이고 자기 중심적인 인물이었다. 하지만 사랑에 빠져서 숙부인이 유일자로 설정되자 더 이상 이성적으로 경제적인 행동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를 통해서 사랑은 사랑에 빠진 자를 ‘어찌할 수 없게’ 만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랑은 Unbreakable Chai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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