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를 배우들은 책이라고 한단다.
책을 받아서 읽어 보고 좋다는 느낌을 가지게 되면 출연을 결심한다는데...
내가 만약 배우였다면 이 영화에 틀림 없이 출연을 했을 것이다.
유괴범의 아이를 다시 유괴한다는 내용 자체가 기발하기 때문이다.
내용은 이렇다..
사체업자의 돈을 가져다 쓰고 갚지 못해서 전전긍긍하는 어느 얼빵한 남자가 순간적인 마음으로 길거리에 보이는 어린 아이를 유괴한다.
그리곤 동병상련의 아픔을 겪고 있는 또 다른 남자의 차에 태워서 자리를 뜨는데...
우발적인 범행이였지만 그들은 아이의 부모에게 몸값을 요구하려고 전화를 한다.
그러나 왠일인지 아이의 부모는 전화를 받지 않고...
비슷한 또래의 딸을 가진 남자는 유괴한 아이가 아프게 되자 자신의 딸아이를 생각하게되고 결국 아이를 병원에 데려다 준다.
그런데...얼빵한 남자가 다시 유혹을 한다.
이번엔 좀 더 체계화 된 유괴를 하자는 것이다.
사채업자에게 시달림을 받는 두 사람은 결국 돈 많은 아버지를 둔 여자 아이를 물색하고 유괴를 자행한다.
하지만 이들에게 행운은 따라 주지 않는다.
유괴한 아이는 아버지 속 꾀나 썩히는 불량 딸이여서 유괴되었다는 소리를 듣고도 그녀의 아버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있지를 않나....자신 스스로가 유괴범이기에 경찰에 신고를 하지 못할 것이란 것을 안 또 다른 유괴범이 자신의 딸을 유괴해서 몸값을 요구 하지를 않나....
인생이란건 늘 이 모양이다. 하지만 블랙 코미디 영화는 역시나 해피엔딩이다.
우여 곡절을 겪은 끝에 아버지와 불량 딸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무사히 상봉을 하고...
유괴되었던 딸은 다시 집으로 돌아 왔으며 유괴범 스스로 죄를 뉘우치고 자수를 한다.
한데...이 영화의 기발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유괴범의 딸을 유괴한 제2의 유괴범은 김수로가 유괴범인 것을 어떻게 알고 그의 딸을 유괴한 것일까?
이 영화의 반전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건 스포일러 때문에 여기서 말할 수 없다)
암튼 이 기상천외한 사건을 개성만점의 연기자들이 맛깔스럽게 연기를 해냈다.
딸이 유괴 되었음에도 눈 하나 깜짝 하지 않았던 돈 많은 갑부 아버지 역할의 오광록....그가 가장 눈에 띈다.
어눌한 말투를 자연스럽게 구사하면서 엉뚱한 맨트를 해대는데...포복절도할 정도로 웃긴다.
타 본적이 없는 버스를 타기 위해 택시 세우듯 버스를 세우고 올라타서 하는 푸념이라던지..
현찰더미가 든 커다란 가방을 하수도 구멍에 넣기 위해 기를 쓰면서 하는 말들..그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오광록 특유의 유머가 영화를 빛나게 한다.
오히려 김수로식 유머를 탈피하지 못한 유괴범 김수로가 주인공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 내지 못함이나 얼빵한 유괴범인 이선균이 영화의 맛을 퇴색시키는 주범이 되고 말았다.
차라리 김수로가 아니고 이선균이 아니였다면 좀 더 감칠맛 나는 영화가 탄생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이 영화의 또 한명의 숨은 공로자는 김영민이다.
개인적으로 약간의 친분이 있는데 사실 이 영화에 출연한 것을 전혀 몰랐었다.
영화를 보는 중간에 비슷한 배우가 나오길래 긴가민가 했더랬는데...역시 김영민이란 배우는 카리스마가 있다.
그가 맡은 역할 역시 김영민이 아니면 그 느낌이 살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눈빛만으로도...목소리 만으로도 충분히 그의 카리스마가 뿜어져 나온다.
제목부터가 기발함이 뚝뚝 묻어나는 예사 롭지 않은 영화 <잔혹한 출근>
차별화된 유쾌함을 원한다면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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