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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의 성취감을 깎아먹는 이야기의 빈곤함 중천
kharismania 2006-12-16 오후 12:33:47 15082   [11]
무협을 소재로 한 국내영화는 지금까지 참패를 면치 못했다. 비천무를 필두로 가장 근작인 무영검까지. 블록버스터 성향의 스케일 확장과 막대한 자본의 투자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대부분의 영화가 기대이하의 성적으로 초라하게 퇴장했다. 이는 국내 관객의 차별적 선호성향에서 기인한다기 보다는 스토리의 부재와 기술적 결함의 영향이 크다. 다만 그 와중에 확인되는 것은 영상적 기술력은 확실히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한 작품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 작품은 무협에 판타지의 중복적 제스쳐를 취하고 있다. 그 두 장르는 국내에서 제작된 영화 중 역시나 고전을 면치 못했던 전례로 가득하다. 이 작품에 씌워지는 주목의 눈높이는 바로 그 전례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에 있다. 과연 장르적 무덤에서 환생할 것인가 혹은 그 무덤에 하나의 주검을 쌓을 것인가.


 이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신라말이다. 국가의 몰락시기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세기말의 정서. 그 어지러운 정서에 퇴마라는 요기는 꽤나 적절해 보인다. 왕실의 퇴마무사단이라는 처용대는 이 영화가 내세우는 허구의 시초가 된다. 아무래도 처용대의 이름은 역신을 좇았다는 신라의 처용설화로부터 기인한 것으로 여겨진다. 결국 이 영화의 환타지는 시대적 배경 그 자체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지극히 국산적 기질로 가득차있다. 또한 중천에서 49일 동안 머물러야만 환생할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는 것도 49제라는 동양적 모티브에서 기인한 듯 하다.


 이 영화가 내세울 수 있는 가장 큰 자랑은 비쥬얼이다. 국내에서 100% 내수로 제작되었다고 하는 이 영화의 영상은 그 허구적인 실상에 비해 상당히 리얼해 보인다. 거의 갑주를 짠 듯 실사에 덧붙인 CG는 완성도가 높아 보인다. 무엇보다도 중천이라는 허구적 세계는 영화에서 말하듯 생인(生人)들의 세상이 판타지에 가까운 세계관의 외피를 두름이 적합하다. 이영화의 CG는 그 설정을 완성시키는데 큰 공헌을 한 셈이다. 마치 초인간적인 세계의 구현이자 동시에 현실적인 리얼함이 어느 정도 반영되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것. 중국에서 올 로케이션 촬영한 후 8개월여의 후반작업으로 완성시켰다는 영상은 판타지라는 장르 안에서 크게 흠잡을 구석이 없어 보인다.


 무엇보다도 흥미로운 것은 시대배경이 되는 신라 말의 세기말 정서와 함께 드러나는 의식적 변화를 드러냄인데 처용대의 수장인 반추(허준호 역)가 반역을 꾀하는 것은 개인적인 복수심의 분노에서도 기인하지만 불합리한 구조의 타파에 있다. 이는 어지러운 시대의 상황과 맞물리는데 이 영화가 시대극의 성격을 조금 차용하는 형태로 읽어지기도 한다. 물론 중천이라는 주요 배경 안에서 큰 의미를 지니지 못할 수도 있으나 그가 중천으로 넘어온 후에도 반란을 꾀하는 것이 생인시절부터 이어져오던 그 불만적 사유에서 기인한다는 점안에서 이는 적당히 짚고 넘어갈 법한 근거가 되는 듯 하다.


 사실 이 영화의 축은 로맨스다. 이곽(정우성 역)과 소화(김태희 역)의 관계로부터 형성되는 애틋한 감정이 영화를 끌고 나가는 중요한 구심점이다. 결국 환타지의 장르는 사실 로맨스를 살리기 위한 외관에 가깝다. 하지만 영화는 그 형태를 살리기보다는 중심을 잃는다.


 이곽의 대사는 마치 이 영화를 보는 관객의 의문을 되묻는 듯 하다. '내가 왜 중천에 들어온 거지?' 이는 사실 영화가 어느 정도 해소해줘야 할 부분인데 영화는 끝까지 그 의문을 안고 달린다. 중천이라는 곳에 생인의 몸으로 들어온 이곽은 사별한 연인인 소화와 빼닮은 연화를 만나 자발적으로 그녀를 돕는 그의 모습은 원인은 없고 결과만 존재하는 모순을 낳는다. 물론 소화의 대사처럼 '내가 왜 너를 신경 써야 하는 거야?'라는 질문은 영화의 부족한 설명으로 인한 불만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유도해보려는 심산과도 같지만 가장 의문스러운 사실이 설명되지 않는 이야기의 허전함은 해소되기 힘든 갈증과도 같다. 물론 그것이 사랑에 대한 간절한 염원이라는 유추로 채워질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렇게 된다 해도 옹색한 변명으로 남을 뿐이다.

 

 로맨스가 쌓아가는 감성의 축도 빈약하다. 애초에 천인인 소화와 생인인 이곽 사이에는 이미 그 사랑자체가 과거지향적이기에 결말적으로 엇갈릴 운명이라는 사실을 내포하고 있고 영화는 이를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덕분에 진전이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보다는 그 정해진 결말을 향한 진행만이 존재한다. 마치 천녀유혼에서 보았던 귀신과 사람의 로맨스처럼 말이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그런 차이를 극복하고 진행되어가는 감정의 축적됨이 갑작스럽다는 것이다. 그 감정이 지니는 설득력이 충분히 이해되기 전에 급작스럽게 틀이 형성되는 것은 충분한 설득력을 얻기 전에 관객에게 결과물을 들이미는 모양새가 되어버린다.


 영화의 영상이 그럴듯함은 분명 기술적 진보가 확인되는 성과겠지만 기술과는 별도로 창의적인 아이템이 부재하는 것은 이 영화의 또 다른 아쉬움이다. 무엇보다도 어디선가 한번쯤은 본 것 같은 모양새의 느낌은 이 영화가 의도적이진 않다고 말할지라도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족쇄를 차고 있는 느낌이다. 이는 기술과 함께 동반되어야 할 창의적인 마인드가 부재함을 의미한다. 또한 과거 이 영화와 같은 장르에 몸담고 있던 영화들이 고전을 면치 못했던 것도 이와 비슷한 문제를 확실히 돌파하지 못했음의 원인을 지닌다는 것도 이 영화가 짊어져야 할 위험요인이 될 것 같다. 웅귀(김광일 역)와 웅걸(유하준 역) 개릭터에서 스파이더맨이, 후반부 이곽의 원귀병 돌파씬은 반지의 제왕이 연상되는 것은 그래픽이 완성한 생명력이 반감되는 아쉬움이다.


 이미 과거 무사로써 전례가 있던 정우성의 연기는 꽤나 그럴듯해 보인다. 물론 그가 이연걸과 같은 무림고수의 그것에 비교할 법한 수준은 아니지만 능숙하게 창을 돌리고 칼을 내던지는 모습은 한차례 수련을 겪은 이의 내공이 느껴지는 것이다. 김태희의 연기는 사실 호평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특히나 대사에서 묻어나는 어색함은 감출 수 없는 부분이다. 물론 그녀의 외모는 캐릭터에 걸맞는 느낌이나 좀 더 경험이 쌓인 배우가 캐스팅되었다면 좋았을 법했다. 아직 무르익지 않은 연기력은 캐릭터의 어필을 방해하는 느낌이다. 밋밋한 문어체의 대사들도 어색함을 가중시키는 이유 중 하나이다.


 기술력의 향상으로 매끈해진 비쥬얼과 스케일의 확장은 분명 이 영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국내 영상기술의 진보적 쾌감이다. 하지만 그 기술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스토리의 진부함과 창조적 기질의 부재는 이 영화로부터 확인되는 비독창성의 답습적 씁쓸함이다. 역사적 시대를 통해 뽑아낸 환타지적 공간의 설정은 그럴 듯 했으나 그 공간에 세워야 할 이야기의 세심함은 부족해 보인다. 이는 분명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기술력의 발전만은 아니었다는 것이 증명되는 하나의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

                                -written by kharismania-


(총 0명 참여)
bluesky8008
와 ....대단해   
2006-12-24 17:2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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