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박찬욱 감독이 멜로를 했다는 것에 솔직히 별로 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여느 멜로처럼 식상할 꺼라는 우려도 있었거든요.
하지만
보고나서의 느낌은'속았다'는 것이었습니다.
보면서 영화에 빨려들을 수 밖에 없던 이유는 또 겉모습에 속았다란 생각은
소수자를 위한 감독의 시각이 너무나 깊이 와 닿았고.
역시 인디영화를 찍던 박찬욱 답구나. 라는 것으로부터였습니다.
경쾌하게 보면 그럴 수 있습니다.
저도 그런 줄 알았거든요.
하지만 전
그런 가벼움 내면에, 인간의 '존재'에 대한 물음을 결코 어둡지 않게 그렸고(할머니가 나오는 장면 있죠?)
정신 병자들의 삶과 그들의 소통의 가능성을 보여 준 거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에 많은 메타포가 나옵니다.
전부를 알 수 없어 영화 내내 헤맨 것 같습니다.
그 안에 몇 가지는 칠거지악 같은 이야기나 임수정이 먹는 걸 거부하는,
제가 보기에 확실한 건 분명 박찬욱은 이런 은유를 사용하여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뭔가를 비유하고 있다는 겁니다.
마지막 부분에
임수정이 손에 나오는 총으로 하얀 놈 들을 죽일 때 상상력과 그 의미는 최고에 이른다고 생각합니다.
박찬욱 답게 아주 경쾌한 곡이 흐르면서요.
비가 임수정 등에 문을 그려 그 안에 장치를 설치해 줄 때도 말이죠.
감상적인 사랑 때문이 아닙니다.
너무 말도 안되고 공상적이라 그래서 더 놓치기 쉬운 알록달록한 포장 안에는
소수자를 위한 감독의 생각과 관심. 그리고 '인간'의 외로움과 소통의 문제가 무채색으로 녹아 있습니다.
저는 박찬욱의 열혈 팬이 아닙니다~3작을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았구요^^
하지만 이번 영화는
그가 예전의 복수에서 조금은 부드러워진 사랑이란 방식으로
자신의 철학을 이야기 하고 있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다른 멜로처럼 사랑한다는 말이나 감성적인 설정이 쏟아져 나오지는 않지만 분명 많은 걸 담고 있습니다.
비정상, 정상을 나누며 그 기준을 세우는 우리들.
비정상적인 그들을 상상력과 풍자적인 방법으로 그려낸 것.
나 또한 또다른 사이보그가 아닐까 란 생각에 왠지 서글퍼졌습니다.
보며 눈물이 난 사람이 또 있을까 모르겠어요 ^^;쌩뚱맞죠,,근데 전 왜 그렇게 슬프던지...;;;)
우리가 느끼는 것 만큼만
말을 걸어오고
보이는 것 만큼만 뭔가 진한 걸 남겨준 영화가 아닌가 합니다..
아, 전부 제 개인적 생각이었는데~^^ 글을 읽어보니 많은 분들이 실망하셨네요.
하지만 전 이 영화는 멜로라는 장르에 지배되지 않고 자신의 삶과 영화의 철학이 멜로라는 장르를 지배하게 만드는 박찬욱의 특별함이 빛나는 영화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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