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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에 어울리는 재미 박물관이 살아있다!
kharismania 2006-12-21 오전 4:55:07 811   [1]

박물관은 고리타분하다. 박제같은 전시물들이 마치 상품처럼 무표정하게 진열되어있는 박물관은 역사란 박제가 된 시간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무미건조한 표정을 유지한다. 흘러가버린 시간이 남겨놓은 것을 주워담은 박물관은 마치 역사의 공동묘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죽어버린 시간의 유품들.

 

 만약 그 안의 모든 것들이 생명을 얻는다면? 그래서 그 과거의 잔재들이 다시 재현된다면? 영화속의 박물관은 밤마다 살아난다. 죽어나가는 시간들의 증거물 보관소같은 박물관이 밤마다 부활시키는 역사의 왁자지껄한 소동담. 그것이 이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일종의 판타지이다.

 

 변변찮은 직업하나 없고 항상 비효율적인 발명으로 인정받지도 못하는 래리(벤 스틸러 역)는 이혼한 아내로부터 직업을 구하지 못하면 아들을 볼 수 없다는 통고를 받게 된다. 그는 아들에게 떳떳한 아버지가 되기 위해 직업소개소를 찾고 그곳에서 박물관 경비로 소개를 받는다. 그리고 박물관의 야간 경비를 맡게 되는 그는 업무첫날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박물관에서 멈춰있던 모든 것들이 갑자기 거짓말처럼 살아움직이기 시작하는 것.

 

 영화는 몇가지 경계선과 같은 설정을 만든다. 박물관의 전시품들이 살아있는 시간은 밤이라는 것. 그리고 박물관이라는 공간안으로 그 제한된 생명을 가둬야 한다는 것. 만약 그것이 박물관 밖으로 나간다해도 해가 뜨기 전까지만이라는 것. 해가 뜬후 그에 노출된 박물관의 유물들은 흙처럼 사그러진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모두 통제하는 것은 야간 경비원의 몫이라는 것. 그것이 권한이 아닌 임무라는 것. 그 설정적 법칙안에서 영화는 스스로의 경계선을 자각하고 그를 통해서 거짓같은 상황을 일반화시킨다.

 

 영화의 판타지가 그럴듯한 것은 어디까지나 할리웃의 녹록치않은 CG의 힘이다. 밀납인형들이 어느새 실물로 변화하고 쥬라기 공원이 남긴 화석같은 티라노가 살아서 뛰어다니는 것은 모두가 그것이 실재의 것으로 변환되는 과정의 자연스러움으로부터 호감을 얻는다. 물론 그것을 연기하는 것들은 실제 생명을 지닌 것들이겠지만 -물론 티라노를 비롯한 몇몇 인공물을 제외하고- 그것들이 그럴 듯 한것은 기술력을 이용한 사기행각이 감쪽같이 때문이다.

 

 사실 이 모든 비쥬얼은 할리웃 영화의 고전적 장기인 가족영화적 모티브를 보존하기 위한 흥미유발성 장치들이다. 그리고 그 세대를 건너는 클리셰는 영화의 동기유발을 위한 또다른 기본 자격이다. 결국 영화라는 형태안에서 이야기라는 기본자격조건을 채움으로써 시각적인 장기를 뽐내고 그 시각적인 장기는 이야기가 지니는 기본적인 골격에 살을 붙이는 모양새다. 서로간의 취약점을 보조하는 형태인 것이다.

 

 사실 이야기적으로 영화는 그리 뛰어나지 않다. 극히 대중적인 형식의 가족영화의 형식을 취하고 있을 뿐이다. 이는 이 영화가 대중적인 소비성향에 적합한 크기의 그릇을 지니면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 그릇을 채우는 것은 박물관에서 벌어지는 왁자지껄한 에피소드들이다. 마치 고리타분한 유물같은 이야기가 생명을 얻는것은 박물관이 살아나는 그것처럼 생경하지만 생생한 즐거움이 된다.

 

 연말연시 오락적인 가족영화라는 측면에서 이 영화는 미덕의 소신을 마음껏 발휘한다. '쥬만지'에 비해서 어드벤처의 스케일은 공간의 폐쇄성에 의해 제약적이지만 그 제약적인 공간은 영화의 소박한 미덕을 채우기에 적합한 사이즈다. 크게 뛰어나진 않을지라도 평범한 미덕들이 모여 하나의 시너지효과를 발산하는 영화의 재미는 우리가 즐길만한 소비적 쾌감을 군더더기 없이 발휘한다. 그것이 비록 의도적인 할리웃의 결과물이라 할지라도 그 의도안에서 진정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면 상관없다.

 

 어쩄든 그 시끄러운 소동 끝에 남는건 사람들로 붐비는 박물관과 그로인해 야간 경비업무를 즐길 수 있게 된 래리의 모습이다. 아버지로서의 명예 역시 되찾는다. 지독한 할리웃의 가족주의적 해피엔딩이 아니냐고 딴지를 걸어도 괜찮다. 그것이 적합한 즐거움을 지닌다면 그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마음껏 즐겨줄 용의가 관객에게는 충분할 테니까. 이 영화는 자신의 그릇에 어울리는 재미를 뽐낼 줄 안다. 분수를 아는 미덕만으로도 이 영화는 단점보다는 장점을 빛나게 한다.

                         -written by kharis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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